저는 조돈형님의 궁귀검신보다 운한소회를 먼저 봤습니다. 궁귀검신을 제가 볼려고 할 당시에 이미 완결이 나 있었기에 저는 천천히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뒤늦게 궁귀검신을 봤습니다. 운한소회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궁귀검신이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궁귀검신의 큰 특징은 주인공인 을지소문과 독자 여러분의 마음이 동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을지소문이 당가에서 처절하게 당하고 철면피까지 죽었을때 너무나 슬펐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과 독자의 마음이 동화되어 간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묘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만큼 감정의 변화가 아주 자연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연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조연들은 정말 보는 맛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악역에 대해서는 정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악역이라지만 이렇게 악하게 묘사하는 조돈형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결도 아주 적절하게 마무리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주인공의 무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렀습니다. 그것도 조선 사람의 무공이 중원에 가서도 거의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참 억측이 심하다 할 정도로 주인공의 무공이 너무 셉니다. 조선과 중원은 환경차이 뿐만 아니라 무공도 여러가지로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중원으로 진출하자마자 단숨에 최고수가 되고 패배도 없는 너무 완벽한 인물을 만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좀 더 약하고 패배도 있었으면 아무래도 주인공에 대한 정이 더 깊었을 것 같은게 제 느낌입니다만 그래도 기존의 검과 도가 난무하는 시점에서 궁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해 무공을 엮은 것을 보면 그 점은 낫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감언이설에 속아 무작정 중원으로 가서 여자를 구하려는 을지소문의 모습을 보고 너무 명분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여자를 구하러 간다지만 그렇게 쉽게 속아서 중원으로 진출 한다는 것이 저한테는 좀 약간 억지를 느끼게 하는데 충분히 일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을지소문이 환야와 같이 많은 날을 지냈는데도 여자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약간 의심스럽습니다. 그 정도를 같이 지내면 여자라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제 생각입니다만 아무튼 궁귀검신이 재밌다는데는 이의를 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감상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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