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님 글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그 중 저의 마음을 가장 저리게 만들었던 대미는 독왕유고였습니다. 모든 은원이 종식되고, 수십 년 후의 당문. 그리고 한 명의 노인. 별다른 이름이 없는 책. 독왕이 남겼으니 독왕유고라 불러야 할까요. 문득 찡한 무언가가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사신의 대미 또한 좋습니다. 남여를 타고 객잔에 들어온 건방진 이. 그리고 그를 호위하는 듯한 사내. 남여에 탄 사내는 거동이 불편하고, 또한 그 거동이 불편한 사내는 호위하는 듯 곁에 있던 사내에게 '주공'이라 부릅니다. 그들은 그렇게 국수 한 사발을 먹고 떠나며, 주위에 산재한 이들의 장탄식과 함께, 그리고 야이간의 탄식과 함께 끝난 사신의 대미 또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리추, 그는 사무령이 되었고… 산타의 대미 또한 좋았습니다. 소림 간가권을 향한 도전, 그리고 희망적인, 잔잔한, 무언가 평범한 듯한 대미.
사실 많은 분들이 설봉님 글의 대미가 빈약하다 하십니다.
끝 마무리가 빈약하다 하십니다.
사실 공감이 가는 이야깁니다. 설봉님 글의 마무리는 급작스런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걸 가장 짙게 느낀 건 역시 독왕유고였고, 그럼에도 가장 가슴 저린 감동을 받은 건 독왕유고의 대미였습니다.
확실히 설봉님 글엔 마력이 존재합니다.
치열한 구성, 치밀한 자료. 그리고 그 모든 걸 한데 엮는 이야기꾼으로써의 설봉. 그의 글은 글 자체가 대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형식적인 대미에서 뿜어지는 게 아닐까요.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줍잖게 몇 마디 적었습니다.
편안한 귀로 되시길 바랍니다.
---큰집 장남 우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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