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쌍협에 대한 천하님의 본문과 정생가소님의 댓글을 읽고 나름대로
느낀점을 적다가 너무 길어져서 아주 감상란에 올립니다.
두명의 주인공을 내세울 때에는 두명의 모든 과정을 다 담을 수는 없습
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 진부해지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자운엽의
무공 수련과정을 다 읽고나서 설수범의 무공수련 과정을 다시 본다고
상상하면 이건 정말 지루한 장면이 아닐까요? 그래서 설수범의 무공을
수련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지요, 대신 그 부족함을 메꾸려고 무공을
얻게되는 과정과 천마성과 정마협이란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독자
들의 설수범에 대한 불만을 어느정도 가라앉혀 주는 것입니다. 정말
귀신수준의 월인님의 독자들에 대한 심리분석의 결과이자 의도지요.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운다면 저런 고민은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두령의 경우와 같이 적당한 복선을 깔고 조연들의 개성을 살려가면서
죽죽 나가면 되었을 것입니다.
월인님이 사마쌍협을 구성하고 글을 쓸 때에 두명의 주인공이 따로
등장할 경우, 독자들에게 줄 상대적인 박탈감에 고민이 생겨서 위와
같이 독자들을 배려한 심리분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철저히 설수범과 자운엽의 역할을 나누어 한명이 나올 때에는
다른 한명은 절대로 보이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약간의 회상 장면을
삽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그러나 역시 거슬리는 점은 있습니다.
두 주인공을 공평하게 등장 시키지 못하고 자운엽이 더 많이 등장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아마 피드백의 과정에서 설수범보다 자운엽
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작가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것이 아니라면 월인님의 애정이 자운엽에게 더 많이 가서
그럴 수도 있고, 월인님의 숨겨진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자운엽의 개성이 더 좋거든요. 아마도 월인님의 치밀한 독자들의 성향
분석의 결과에 의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흐흐흐' 이정도면 귀신도 잡는 수준의 의도입니다.
그리고 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역할 분담을 절묘하게 시킵니다.
지금 한참 진행되어서 우리를 두근거리게 했던 수연아가씨를 찾는
대목에서와 같이 말입니다.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을 우리독자들이
상상하고 기대하는 것을 월인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심리를 절묘
하게 이용하여 긴장감을 드높이면서 살살 끌고 가다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우리 독자들을 몰아넣고, 거기에다 자운엽과 설수연을
등장시켜 마지막에 한방으로 우리를 홍콩으로 보내버립니다.
이정도면 거의 사람잡는 수준이지요. 작가가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박투장면에서 묘사는 용대운님의 독보건곤과 월인님의 묘사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독보건곤에서 노독행이 벌이는 복수장면에는 눈앞에 그 장면이 확연히
떠 오를만큼 묘사가 강렬합니다. 묘사에 우리의 상상이 끼어들지 못할
만큼 압도적이죠, 독자들은 그저 숨죽이며 그 장면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월인님의 박투묘사는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 독자들 모두가 상상을 하지만 모두 다르게 박투장면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이 둘중에 무엇이 더 좋다는 판단은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두분의 묘사가 다
좋습니다. 제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박투장면의 묘사도 좋고
제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남아있는 묘사도 좋습니다.
그만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둘중에 뭐가 더 좋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두분의 묘사가 훌륭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독자들의 성향과 심리를 잘 반영하여, 자운엽의 궤적에 따라 우리 독자들
을 일시에 긴장시켰다가 살짝 풀어주고, 감동시켜 찡하게 만들었다가도
슬쩍 웃기게 만드는 월인님이 쓴 사마쌍협은, 거의 사람잡는 수준의
재미있는 글입니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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