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성진
작품명 : 더 로드
출판사 : 해우던가?
그럭저럭 괜찮은 퀼을 유지하고 있던 더 로드가 드디어 끝났다. 깔아놓은 복선은 꽤 깔끔하게 회수한 편이고 작가는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끝낸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찝찝함을 느꼈을 것 같다. 나도 물론 그랬다.
일단 그동안의 더 로드의 재미는 호쾌함과 다채로운 아이템, 스킬, 퀘스트, 칭호 등등으로 짜여진 화끈한 재미였다. 기나긴 수련생활 끝에 주인공은 대놓고 일인무적, 일인군단이라며 유저들, 보스들을 썰고 다닌다. 다른 게임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사기캐릭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만 조금 눈치를 보면서 사기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더 로드의 신은 대놓고 깽판을 치고 다닌다. 대부분의 더 로드의 독자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물론 게임이라는 틀에서 놓고 보자면 이건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일루전이 게임이 아니라는 떡밥을 곧곧에 풀어놓으면서 독자를 납득하게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꽤 괜찮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재밌게 읽기엔 딱이라고 할까? 작가는 적당한 개연성을 갖추면 먼치킨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나름대로 성공했다. 재밌다는 글이 꽤 올라왔던 걸로 기억하니까.
그런데...10권은 앞서 모든 재미를 뒤엎어버린다. (앞서 복선이 깔렸다고 해도) 편의주의적인 전개, 화끈함이 거의 없어지고 관념적인 승리를 거두는 신.. 이때까지 더 로드를 보면 완결권에서는 멋진 연출과 더불어 모든 스킬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이기는 신을 그렸어야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직구를 던져 타자와 승부하기보단 심판을 매수해서 승부를 조작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혹은 연극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대 자체가 부서져서 이야기가 완결 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게 처음부터 작가의 의도였다는 복선들은 여러 군데에서 보이고, 마지막권에서 복선들도 모두 회수해서 글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은 점은 좋았다. 게임 판타지면서 틀에 박힌 게임 판타지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것도 괜찮았다.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였더라도 시도 자체는 칭찬해줄만 하다. 하지만 독자의 기대를 완벽하게 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창조에 대한 화두나 이런 밋밋한 결말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10권을 위해서 신은 피터지게 수련을 하며 성장해 온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끝나면 그동안 한 건 대체 무슨 짓인가. 광대놀음이나 다름 없다.
성진이라는 작가는 꽤 여러 권의 책을 써 온 흔적이 글 곳곳에 보인다. 노련한(?) 작가의 솜씨가 보이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독자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한 결말은 그 전의 이야기들도 빛을 바래게 만든다. 결국 나는 더 로드를 멋진 작품이라고 기억하기 힘들고, 많은 독자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글에 있어서 일관성은 무척 중요하다. 물론 작가가 표현하고 픈 바가 있어 이런 결말을 취했겠지만, 이런 결말을 취하려면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나에게 더 로드라는 글은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약하였다고 기억 될 것 같다. 이번 경험을 살려서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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