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랑은 어려워 - 이탈로 칼비노.
문학과 사상사
칼비노의 단편집이다. 한눈에 읽기에도 칼비노의 초기 단편집으로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네오리얼리즘의 색채가 충분히 드러나고 있고, 후반부의 단편들은 슬슬 우화적인 구도로 향하려 하는 듯,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총 16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에 ‘어느~’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단편들은 남과 여자 사이의 은밀한 감정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고, 중간과 후반의 몇몇 것은 49년에 출판된 까마귀는 마지막에 운다에 들어간 단편들이다. 가장 처음 단편인 어느 병사의 모험은 국내에 출판된 사랑에 관한 단편집(견딜 수 없는 미쳐버리고 싶은, 나는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에 이미 들어가 있다. 칼비노의 소설을 읽어 본다면 칼비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안의 대부분의 단편 역시 그러한 가벼운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상복을 입은 매력적인 여인과 휴가를 얻어 집으로 가는 병사가 같은 좌석에 앉아 관심 없는 척 하며 은밀한 장난을 치는 이야기나, 사랑을 나누는 와중에도 책의 남은 페이지를 걱정하는 어느 독서광의 모험처럼 남과 여가 만나 밀고 당기기를 이루는 내용이 초반에 주를 이루고 있어서, 제목이 사랑은 어려워 인가 보다. 후반의 것들은 전쟁을 풍자하는 단편들인데, 환상성을 보이는 단편은 들어가 있지가 않다.
한 줄 평 : 칼비노의 팬 이라면 읽되. 아니라면……. 글쎄?
3. 거장과 마르가리타 -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 지성사
“다음의 사실을 확인함. 이 증명서의 제출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는 사탄의 무도회에 가는 운송 수단으로……. 헬라, 괄호 치고! 괄호 안에 ‘수퇘지’라고 써 넣어. 운송 수단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상기 일의 밤을 보냈음. 서명 베헤못”
오, 불가코프!! 완벽하다! 이건 정말 굉장한 소설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모스크바에 나타난 악마 볼란드 일당이 일으킨 유쾌한 마술쇼와 그들에게 시달려 정신병원에 들어갈 무지렁이들의 이야기가 1부이고, 볼란드의 파티에 초대된 아름다운 마르가리타와 그들이 일으킬 한밤의 난리 부르스로 초토화된 모스크바의 이야기가 2부이다. 이 이야기들이 2천 년 전 예수 신화를 기반으로 한 거장의 소설과 병치되어 ‘놀랍도록’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 된다. 자세한 줄거리는 필요치 않는다, 책을 들고 읽어라. 순식간에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정말 굉장하다.
이 소설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소비에트 사회의 풍자를 기반으로, 신화, 오마주, 환상, 코믹, 희극, 우화, 마녀 그리고 로맨스까지 버물려진 이 걸작에 찬사를 올리길 주저 않겠다. 볼가코프도 스탈린치하의 고통 속에서 이토록 밝게 소설을 그려냈기에, 그 긴 집필의 기간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리라. 이 소설이 비극이었다면 그는 벌써 자신의 텍스트에 짓눌려 자살했을 것이다. 소설은 흥미로우며, 유쾌하고, 우스꽝스럽다가 결국 감동으로 마무리 된다. 세상아 뒤집혀라면서 찌질 거리며 거꾸로를 집필하던 위스망스와 비교하면 볼가코프는 얼마나 대단한가. 그에겐 고통을 유머로 뱉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불멸이라고 소설 속 베헤못이 외쳤다면. 그의 소설역시 불멸이다.
한 줄 평 :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최고 걸작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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