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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9.01.31 09:23
조회
1,201

제목 :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 1995

저자 : 주제 사라마구

역자 : 정영목

출판 : 해냄

작성 : 2009.01.30.

“집중해서 읽으라! 그러면 진정한 공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니!!”

-즉흥 감상-

  지난 2008년 11월 23일로 영화관에서 만난 작품이 사실 어떤 소설을 원작으로 영상화 된 것임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동안 진짜 재미있더라하는 추천을 받아왔었습니다. 그러던 참에 참여 중이던 독서모임에서 다음 모임의 선정 도서가 되었다기에 만나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작품은 복잡한 흐름을 보이는 교차로에서 차량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던 신호등의 불빛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파란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출발하지 못하게 된 자동차가 하나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군요.

  그렇게 처음으로 검은색 아니, 백색으로 눈이 먼 남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눈이 멀어가는 사람들이 있게 되고, 그 사람을 검진했던 안과 의사가 하얀색으로 눈이 멀어버리게 됨에 이 현상을 ‘백색 질병’으로 명명하고는 눈먼 자들과 보균자들을 수용시설에 격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자신 또한 눈먼 척 하며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시간이 흘러감에, 그리고 수용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감에 상황은 그저 악화되기만 할 뿐이었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의사의 아내는 결국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지만…….

  아아. 무서웠습니다. 그저 그렇게 보이던 일상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공포 그 자체임을 말한다 생각되던 스티븐 킹 님과 한 없이 찐득한 피와 고통을 말하던 클라이브 바커 님 과는 달리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다섯 가지의 감각중 하나를 어느 날 갑자기 차단시키고 실험한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님을 연상시키면서도, 일말의 희망이나 산뜻한 재미보다는 어디까지가나 보자는 식으로 기나긴 글을 남겨주신 작가님의 작품은, 아아아. 그저 무서웠습니다!

  대사와 상황 서술의 구분 없이 하나의 문단으로 몇 장을 넘기는 것이 기본이었기에 처음에는 읽기 힘들었지만, 먼저 영화를 만난 탓인지 아니면 집중을 해서 읽으면 읽기 편한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인지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했던 영화와는 달리 연기자들이 대사 없이 행동으로만 표현해야했던 내면의 생각들을 마치 신이 된 입장으로 들을 수 있으면서도 저 또한 현장에 동참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읽어볼 수 있었기에 영화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인식하는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빨리 <인간의 조건 3부작>이라고 하여 같이 입수하게 된… 오잉?! 서점 홈페이지에서 묶음으로 세권을 판 흔적이 보이기에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Todos os Momes, 1997’와 ‘눈뜬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Lucidez, 2004’를 소환했었건만 원래 3부작은 ‘동굴 A Caverna, 2000’과 ‘도플갱어 O Homen Duplicado, 2002’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쩝. 그렇다면 일단 급한 불만 껐다는 기분으로, 만들어둔 연대기 목록을 참고로 느긋하게 즐겨볼 준비나 해야겠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 작품을 어떤 기분으로 만나보셨을까요? 작품을 만나는 방식이야 상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고 나쁨을 장담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통한 확장된 감각으로 눈먼 자들의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영화에서는 설명이 부족했던 인물들 간의 관계구도와 그들의 심리상태, 그리고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 중 소설가의 등장은 바로 작가자신의 좀 더 구체적인 메신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소설가의 등장으로 인해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했지만 3부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니, 묶음이 완성될 때까지는 그저 기다려볼 수밖에 없겠군요.

  그럼, 문득 지인 분들 중에 인간의 신체기관 중 특정 한 부분을 돌려가며 선택해서 글을 쓰신 분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Comment ' 6

  • 작성자
    Atroce
    작성일
    09.01.31 13:16
    No. 1

    저도 이 책은 처음에는 문장부호도 없고 해서 읽기가 힘들었지만 서서히 집중하게 되니까 잘 읽히긴 하더군요. 하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완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그 이유는 뭐 조금 창피한 일이긴 하지만 읽고 있으면 뭐랄까 소설속에서 묘사된 것처럼 마치 저도 백색의 막이 쳐진듯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원초적인 공포가 느껴져서 한 30분 읽다가 책을 놓곤 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지금 눈이 나빠서 안경을 끼고 있어서 그럴까요.)

    음, 설날도 겹치고 해서 며칠을 통해서 다 읽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뭐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할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이겠지만, 정말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는 자살을 택 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영화는 접해보지 않았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소설과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 하겠지요. 무한오타 님 덕분에 인간 조건의 3부작의 나머지가 동굴, 도플갱어 임도 알게 되어서 좋군요, 끌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 나뭇가지
    작성일
    09.01.31 13:32
    No. 2

    서점에 아예 읽으라고 의자근처에 진열되어있더군요. 읽고난후에는 영화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걸 영화로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책보다 괜찮을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책과 영상물이라는 장르적특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폐인강림
    작성일
    09.01.31 14:37
    No. 3

    인간의 추악함 그래도 인간.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7 Girdap
    작성일
    09.01.31 16:22
    No. 4

    영화는 안 보고 소설만 봤는데요..그래도 아주 공포스럽지 않았던 건, 의사 아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희망 혹은 성녀같은 존재 또한 인간이니까요...라지만 무섭긴 무섭더군요. ;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야간비행
    작성일
    09.01.31 16:31
    No. 5

    저는 sf 공포 스릴러인줄 알고 읽었습니다. 왜 눈이 멀었고 어떻게 정부가 대처하는지 나중에 눈이 멀게 만든 바이러스 또는 현상에 대한 명쾌한 엔딩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정체는 눈이 멀면 인간은 짐승이 된다. 짐승이 되면 아무리 잘난 사람도 정말 짐승처럼 살게된다 라는 것이더군요.
    다 읽고 얼마나 허탈한지 낚시에 걸린 기분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09.02.01 09:09
    No. 6

    Atroce 님의 답글에 대해서... 저도 몇번을 끊어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덜덜덜

    나뭇가지 님의 답글에 대해서...표현을 담은 매체란 그 형태적 특징에 의해서 메시지의 전달방식이 다른 편이지요. 회의감도 그렇지만... 그러려니 넘겨주세요 하하하하핫^^

    폐인강림 님의 답글에 대해서... 다른 작품들도 그런식인지 궁금하군요^^

    Girdap 님의 답글에 대해서... 그녀는... 한줄기의 희망과도 같았'었'지요...

    야간비행 님의 답글에 대해서... 선입견이란 작품을 만나는 시작에서 중요하기도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방해요소가 될수도 있지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먼저 경고를 받았었기 때문에 원인을 추적하기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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