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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작성자
Lv.5 소소작자
작성
09.10.20 23:52
조회
1,616

작가명 : 신경숙

작품명 : 엄마를 부탁해

출판사 : 창비

[한국인의 정情. 그리고...‘엄마’]

소설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근래 100만부를 돌파해 양장본이 발행되었다. 이는 우리 나라 여성 문단에서 ‘신경숙’ 이라는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과 그의 인지도를 감안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엄마’ 라는 제재로 풀어나가는 이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싶다.

과거 50여년간 급격하고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속에서 이루어낸 소위 ‘한강의 기적’. 이로 말미암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은 그 경제지표에 대한 평가 이전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삶을 이질화, 단절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가치규범 또한 혼란시키는 부정적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촌향도를 필두로 이루어진 근대 사회. 점차로 핍박해져 가는 그 현실에서 현대인들의 마음 속 안정을 한가닥 자리잡도록 해 준 것은 ‘고향’ 이라는 마음 속 안정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비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추억의 공간 속에서 가장 먼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엄마’ 였다. 그렇기에 한국인의 가슴 속에 보편적으로 자리한 ‘엄마’ 라는 이상은 지친 심신의 휴식처, 변하지 않는 고향에 붙박혀 변함없이 우리를 맞아주는 정情과 사랑愛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엄마’ 가 그리 단순한 표상으로만 작용하였을까. 그동안 우리들이 외면하고 싶었던, 어쩌면 그래서 외면했을 단순당연한 사실은 ‘엄마’ 또한 하나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일을 왜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뗀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너는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로만 여겼다.  - <엄마를 부탁해>, p.36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인간인식의 한계란 가소롭다. 타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겉만 보곤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관계 속에서 타인을 찾는 동안 그 타자의 또 다른 부분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미지의 부분으로 남는다. 주관적인 해석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인간의 가소로움. 그 때문에 만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엄마와 가족들의 구도처럼 그 ‘관계’ 가 너무나 고착화, 정형화되어버리는 그 순간, ‘엄마’ 는 단지 가족들 사이에서 ‘엄마’ 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책의 서평이 거론하듯 엄마의 존엄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개인을 존엄토록 하는 것은 두 가지, 인격성人格性과 자율성自律性이다.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성을, 바쁜 일상 속에서 자율성을 박탈당한 엄마는 단지 가족들의 가사노동자로 전락한다. 물론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가족들이 깨닫듯, 가족간의 정이 오고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허나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방치하듯, 딸애의 집에 가서 손님 취급을 받듯, 그것은 그들 사이의 피상적인 교류에 그쳤다.

[‘엄마를 부탁해’]

그리하여 작가 신경숙이 천착한 문제는 이 가족의,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잘못 자리잡고 있는’ 이 관념을 뽑아 내는 것이다. 이리하여 엄마를 다시 ‘박소녀’ 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상실했던 휴머니즘의 복원이며, 동시에 엄마를 서로 정을 주고받는 온전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그 첫 단계로 솟구치는 것은 엄마에 대한 가족의 기억이다. 뇌졸중으로 괴로워하던 엄마. 항상 집에서 자신을 맞아 주던 따뜻한 아내. 자신을 성장시킨 어머니. 이렇게 단순한 ‘자기 삶의 엄마의 흔적’ 을 쫒아 시작된 기억은 급물살을 타고 다시 엄마 본연의 감성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져, 엄마를 재구성하는 데 일조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과 그에 연관된 엄마의 기억을 통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엄마를 발견한다.

거기에서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반성은 끝이 나기 때문에 혹자는 이 소설을 ‘단순한 희생적 어머니와 그에 따른 가족에 대한 반성의 촉구’ 로 잘못 읽어내기도 하나, 이는 피상적인 해석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경숙이 원하는 것은 엄마를 ‘읽어내기’ 이다. 다시 말하면 솔직히 가족의 죄의식은 감성적 면 외에 큰 주제에서 봉사하는 면은 의심스러웠다. 가족이 한껏 죄의식을 느끼는 부분은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을 독자들로 하여금 동일시하도록 하는 기능이 크다고 생각된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또 하나 놀라운 구성은 엄마의 휴머니즘적 요소를 드러내기 위해 ‘시동생 균’ 이나 몰래 만나왔던 남자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반전’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앞의 세 장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대로 ‘헌신하는 엄마’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의외의 반전이자, 일격이다. 이 부분은 앞의 세 장에서 가족에 의해 재구성되었던 엄마의 이미지를 엄마 그 자신이 직접 기술하면서, 가족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내밀한 속까지 모두 보여준다. 이는 인간 이성의 기저에 자리하는 프라이버시까지 휴머니즘에 기여한다는 간단한 원리이지만, 그것을 세련된 문체로 글 속에 녹여 낸 신경숙의 놀라운 재주에 찬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고착화된 관계 속에서 인간성을 잃었던 엄마에 대한 슬픔과 고뇌를 겪고 있던 우리들에게 순간의 깨달음과 더불어 일말의 위안 또한 전해 준다. 엄마는 단순히 스러지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존재했던 개인의 욕구와 고뇌들은, 엄마가 존재했다는 반증으로서 우리에게 오롯이 남는다.  

[맺음]

널리 알려진 평대로 신경숙의 소설은 그 문체부터가 운문적인 울림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잘 따라가면 흘러가듯 솟구치는 감성을 맛볼 수 있는, 하나하나가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들이다. 그 중에서도 엄마를 제재로 삼아(?) 한국인의 가슴 속 보편적 심성을 자극하고 깨달음을 전해 주는 이 소설은 특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몰입할 수 있었다. [풍금이 있던 자리] 에 이어 다시 한번 감탄한다.

* 최근에 양장본이 나왔습니다. 양장본을 권합니다-_-.

* http://blog.naver.com/chore07


Comment ' 6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09.10.20 23:58
    No. 1

    이런 소재는 좀 신파극처럼 되거나 촌스러워지기 쉬운데 되게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어머니를 어머니로만 남지 않게 만들어버린 마지막 부분 내용이 멋졌죠. 저도 추천 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별과이름
    작성일
    09.10.21 07:50
    No. 2

    누님방에 있길래 언젠가 읽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반전 내용이 나오다니 식겁해서 바로 내려버렸습니다. '반전'이라는 글자만 보고 내린게 다행이였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난 고도리
    작성일
    09.10.21 17:33
    No. 3

    어머님 시점부터 눈물을 흘리며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이고 또 좋은 글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글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니 참 좋았습니다.
    단순한 재미만 추구하는 장르쪽 시선에선 하품만 나올 작품일지는 몰라도......하긴 이런 분위기, 이런 형식으로 장르에 도전했다간 백발백중 쫄딱 망하겠죠? 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09.10.21 22:58
    No. 4

    난 고도리님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아크가 생각나네요. 작품 전반에 걸친 어머니 찬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바나나키친
    작성일
    09.10.24 12:32
    No. 5

    난 외딴방도좋앗지만.. 이것도 참좋앗음,, 이사람글 나랑 잘맞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바나나키친
    작성일
    09.10.24 12:33
    No. 6

    책에서..어머니 찬양 같은 뉘앙스는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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