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눈으로만 지켜보다가, 첫 글 남기는 것이 '감상'이네요.
부족하다는 것이 많다는 것도, 혹은 '감히' 넘겨 짚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모쪼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조철산님의 '파산검' 감상문.
[역사가 사람을 만드는가, 사람이 역사를 만드는가]
"선배! 별거 없더라구요. 뭐 느낀점을 이야기 하자는 거에요?"
"맞아. 무슨 생각으로 이책을 선택한 거냐?"
일전에 독서토론 소모임의 책으로 '파산검'을 선택했었더랬습니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였는데, 아무래도 제가 느낀점을 같이 느꼈으면 했던 것은 욕심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느낀점을 자유롭게 이야기 해 보자는 거지. 뭐."
열린 창으론 초가을 바람이 습기를 잔뜩 품고 불어 오고 있었고, 전날 과음의 영향탓인지 다들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는 와중에 말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집념과 신념이 이룰 수 있는 것, 그것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문의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이어질 때 정형화된 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난 책을 덮고난 뒤에 이생각이 먼저 딱 떠올랐거든."
"조직에 묻힌 개인을 이야기 하자는 거냐?"
친구가 술이 덜 깬 눈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너, 일전에 싸웠던 그 이야기에 대한 변명하자는 거지?"
얼마전에 그 문제로 인해 친구와 심하게 다툰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꺼내더군요.
"아, 그런게 아니고 말이야. '파산검'은 한 선조가 읽은 가상의 검을 후대가 좇는 이야기 잖아. 간단히 정리하자면 뭐 그런 이야긴데...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조차 당대에 이르러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지만 수백년 가문을 얽매어 온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러니까 조직에 묻힌 개인이지만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여기서는 꽤나 유쾌하게 풀고 있거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닫은 후배가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뛰어 들었습니다.
"글쎄요. 주인공은 그다지 고민을 보여주지 않던데요. 그저 수백년 이어온 상씨 가문의 짐을 자신의 대에서 끊겠다는 거. 이거 하나 아닌가요?"
"그러게 현실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잖아. 그리고 개연성이 부족해. 개연성이..."
"음? 어떤 면에서?"
"뭐 나도 무협을 읽었다면 꽤나 읽었는데 말야. 스스로 무공을 창안한다는 것은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거든. 창안자가 희대의 천재이거나 아니면 그 밑바탕에 대단한 일신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게 하나도 안 보이잖아. 대단한 천재도 아니고... 강호 출도할때 무공도 별볼일 없고... 그저 선조들이 남긴 그리고 자상한 스승도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 첫째, 단시일내에 무공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거든. 수대에 걸쳐 선조들이 파산검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고 만들어 온거야.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을 해석한 것이 아니고 하나씩 만들어나간 거지. 내공에서 부터 초식까지 말이야. 주인공은 그것을 하나씩 단계별로 깨우쳐 나간거고.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봐. 둘째, 수대에 걸친 가문의 염원이 바로 '파산검'을 얻는 건데 말야. 이야기 책속에서는 파산검이 이미 이루어져있는 건데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거든. 실체로서의 '검'도 아니고, 누군가 익힌 '무공'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가문의 선조들이 하나씩 만들어나가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말이지. 뭐 그때 중국 전반에 걸쳐서 '성리학'이 퍼져있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우리에 비추어 볼 때 조상님이 모셔져 있는 곳이 폐쇄되어 있다는 건 대단히 큰 일 일 수 있잖아. 생각해봐. 니네 선산 입구를 막아버리고 여기에 들어가려면 오직 파산검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면 충분히 그것을 익히고자 애쓰지 않을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염원히 희석될 수 있지마는 그 직전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거니까."
말과 말이 섞이면 때로는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기도 하는데 딱 이번이 그랬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일단 흐름은 바로 잡아야 겠지요.
"자... 내가 느낀 점은 말이야. 이거참..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거 같은데... 역사가 사람을 만드는가, 혹은 사람이 역사를 만드는가. 이거거든"
"그러니까, 그 역사속에서-물론 가문의 역사요, 염원이지만-개인의 목표가 설정이 되었고 그러면서 또다른 역사가 만들어 지는데... 이게 꽤나 묘해."
또다른 후배가 말을 이었습니다.
"전요... 개인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서는 선조의 유지에 묶여 개인의 목표 자체가 인정되지 않잖아요. 그게 별로 더라구요. 다들 하고 싶은 일이 있을건데..."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컬컬해진 목을 자판기 커피로 달래며 이야기는 열기를 더해 갔습니다.
피씨방에서 그전에 일을 떠올리면 적어서 그런지 횡설수설하네요. ^^;
정리하자면... 전 파산검을 재미있게 읽었고 여기서 어떤 철학적 사고를 할 '꺼리'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말을 이쁘게 포장할 재주가 없네요.
제목으로 던진 것에 대한 제 생각은 '역사가 목표를 주어지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다.'라는 건데요. 참으로 조악한 글솜씨로 말하다보니 욕이나 먹지 않을는지... 걱정입니다.
흐린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모두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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