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서하
작품명 : 묵시록의 기사
출판사 : 발해(누벨바그)
먼저 이런 분들은 이 책을 읽지 말기를 권합니다. 현 정부에 호감을 갖고 있고 뉴라이트를 지지 한다면 이 책은 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픽션입니다. 그런 점을 유의한다면 이 책은 상당히 강렬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읽고 난 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나기와 같은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비가 억쑤로 쏟아지고 천둥이 울고 벼락이 치는 그런 소나기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아마 대여점 보다는 서점을 노린 듯 합니다. 발해출판사에서 나왔지만 누벨바그라고 써있더군요.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서 클럽처럼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이 묵시록의 기사는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감상를 풀어가겠습니다.
묵시록이란 성서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배경은 현대입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 경찰이 되었지만 그 이상을 쫓다 오히려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그 주인공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소설에 나오는 묵시록의 기사, 카론입니다. 이 글은 현대물이고 어떻게 보면 게임판타지 같은 설정이 섞여있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판타지적 요소는 약간 간을 맞추는 소금일 뿐입니다. 현대의 배경이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작품이 3개가 있습니다. 죄와 벌, 이사카코타로의 마왕, 바람의 검심이 그 세 작품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합리를 느낍니다. 법이란 것이 강자와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강자를 위하고 사회는 그런 강자를 위해 돌아갑니다. 죄와 벌이 떠오른 이유는 제가 겪었던 논술 모의고사 덕입니다. 거기서 이런 논제를 내더군요. "악법도 지켜야 되는가?"라고 말입니다. 마왕에서는 현대의 불합리를 깨부수기 위해 등장한 파시즘에 대한 우려를, 바람의 검심에서는 하늘이 벌을 내리지 아니면 우리가 벌을 내리겠다는 인벌이 떠올랐습니다.
이 묵시록의 기사는 어떻게 보면 그런 악당들을 징치하는 데 맞춰저 있습니다. 현대의 법으로 벌을 내리지 못하고 좌절할 때 게임안의 기사에게 소원을 빌어 그 악당을 징치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원하기도 합니다. 하늘이 벌하지 않는 자를 우리가 벌하겠단 인벌. 그 인벌을 집행하려면 그 놈들이 상당한 쓰레기여야겠죠.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 그 악당들을 상당하게 비열하게 그리고 있으며 부패한 권력에 당하는 힘없는 자들의 모습을 너무 처절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의 처형이 너무 강렬하지만 그 만큼의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그리고 글을 읽어가면서 좀 쓴맛이 도는 건 정말 소설 속에 나오는 것 이상의 짓을 할지 모르는 집단이 엄연히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속에 일어난 일이 마냥 소설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을 심란하게 하더군요. 그런 점이 더 책에 몰입하게 하였지만 현실엔 그런 영웅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소나기가 내리는 듯 했습니다. 비가 쏟아져 홍수가 나고 그 홍수가 온갖 잡것들을 다 쓸고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나기가 끝이나고 구름이 사라지면서 해가 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홍수가 나서 쓰레기들을 다 치워버렸지만 그 뒷정리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뒷정리를 할 사람은 우리와 같은 대중입니다. 현실에서도 영웅을 바라고 기적을 바라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적이나 영웅은 없습니다. 세상은 공짜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영웅이 만들어낸 성과는 그 영웅이 없으면 사그라 지는법입니다. 스스로 키워나가야 얻습니다.
일각에선 대중을 향해 희망을 갖지만 국개론이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국개론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낭만적인 희망에 휩싸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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