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요시미 아코
작품명 : 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L노벨
학교 따위 바보 같아. 선생님들도 바보 같아. 반 애들도 바보 같아. 엄마도 아빠도 바보 같아. 그리고 그따위 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가장 바보 같아. 그런 생각을 품고 사는 하루는 중학교 1학년 열네 살 소녀.
그래도 괴짜로 취급받으며 반에서 겉돌기는 싫어서 교실 구석에서 조용하고 평버마게 지내왔건만, 겨우 13표로 학급위원이 돼 버리고 말았다.
문화제 준비로 시끌벅적한 학교에서 의욕이라곤 없어 보이는 다임과 쓸데없이 의욕만 넘치는 반 아이들을 떠맡게 된 새내기 리더는 무시당하고 욕먹고 혹사당해 그저 울고 싶은 마음 뿐. 게다가 요즘에는 왠지 기분마저 싱숭생숭하다.
오래 전의 중학교에서 살짝 별난 1학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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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작인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은 소년들의 이야기였고, 이번 '플라밍고의 가을'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캥거루'에서 후반에 잠시 언급된 '키요후미와 사귄다는 소문이 있었던 같은 반 부반장' 칸노 하루가 주인공입니다.
여름방학을 주된 배경으로 했던 캥거루와 달리, 이번 플라밍고는 2학기 전체를 배경으로 합니다. 캥거루에서는 후반에 '이렇게 되었더라~'라는 식의 후다닥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언급되었던 부분이지요.
크레이지 시리즈는 중학생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입니다. '캥거루'에서 다루었던 '소년의 성장'은 단순히 '자기의 자각', 즉 가족과 더 나아가 가문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에 대한 자각이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즉, 남자로서의 성장은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한명의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번 '플라밍고'에서 다룬 소녀의 성장은 무엇으로 이루어 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첫사랑'입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축구부의 누구가 멋지더라 하는식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세계와는 체질적으로 영 맞지 않는 칸노 하루. 초등학교때 친구의 영향으로 듣게 된 팝과 락에 빠져 오히려 남자아이들과 이야기가 더 잘 통하는 이 소녀는 모든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창부 소속이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소프라노가 아니라 알토라 노래를 못부른다고 생각해서 불만이고, 3학년의 미카미 선배가 멋지다고 단짝에게 말해 두긴 했지만 사실은 별 관심이 없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으면서도 말로만 염려하는 척 하는것도 불만이고, 깨끗한 표준말을 쓰는 엄마의 영향으로 표준말을 쓰지만 친구들과 섞이기 위해 일부러 칸사이 사투리를 써야하는것도 불만, 하여간 이리저리 불만 투성이. 그리고 가장 큰 불만은 학급위원으로 선출되서 초인적 수준의 우등생인 키요후미와 함께 무뚝뚝한 담임 하라다의 온갖 일거리를 처리하게 되었다는 것.
단짝이었던 아이와 충돌하기도 하고, 일 좀 제대로 해 보려고 나서봤더만 잘난체 한다는 수근거림을 받기도 하고, 문화제를 위해 남자아이 그룹의 신경전에 끼어들어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차 평소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아이들과의 어울림이 늘어나며 여지껏 모르던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면들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담임인 하라다가 무뚝뚝하면서도 거친 언사와는 달리, 인간적이고 학생들을 신경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하루.
문화제 이후, 하루의 기분은 갈수록 이상해져 갑니다. 각종 문제로 하라다에게 상담을 받고 귀찮다는 듯한 설교를 들으며 점차 하루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교우관계도 변해갑니다.
겨울방학, 갈수록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기분에 고민하던 하루는 설날 연휴에 우연히 레코드점에서 본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그날 밤 자기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는세 행동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야말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시종일관 소녀의 학교생활을 둘러싸고 훈훈하면서도 평이하게, 때로는 가슴 찡하게 진행되어 오던 소설이 단 한장을 경계로 완전히 돌변. 쿨하기 그지없던 선생님이 인정사정없이 망가지는 그 장면은 최근 읽었던 모든 소설중에서도 단연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루가 귀여워서, 하라다와 후지오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나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묘한 상황에 빠져서 이 소설의 대한 애정이 갑자기 급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크레이지' 시리즈의 '어른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하루의 담임인 하라다는 정말로 멋진 선생님이자 어른이자 사나이입니다.... 그래도, 앜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떠올려도 웃겨 미칠것 같아요 이거ㅋㅋㅋ, 자음체 써서 죄송합니다. 하여간 그 상황에서 그렇게 깨끗하면서도 확실하게 일을 정리할 수 있는 남자는 존경할 만 해요. 만인의 귀감이 될 만한 인물입니다. 정말.
크레이지 시리즈는 작가조차 경험하지 못한(...) 1979년대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 년도를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사용합니다. 캥거루에서는 각종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었다면, 이번 플라밍고에서는 음악. 특히 그 당시 유행했던 팝송들이 등장합니다.
79년이라 해도, 중학생이 개인 오디오로 팝송을 듣는게 보통인 그 시대는 살짝 상상이 안되는게... 한국의 '옛날 그 시절'과는 분위기가 꽤나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여간 다양한 팝송들이 등장하고, 따로 소개한 페이지도 있어서 뮤직온에서 몇개를 다운받아 들으며 이 감상문을 작성했습니다. 특히 '피아노 맨'은 아르바이트 하며 듣는 라디오에서 몇 번 들은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이 기회에 2005년에 발매된 빌리 조엘의 베스트 엘범을 다운받아서 듣게 되었네요. 작 중에 중요하게 작용한 사라 본의 'Lover's Concerto'는 뮤직온에 없어서 구하지 못했습니다만...
하여간 하나같이 좋은 노래들이라 이쪽으로도 득을 본 기분이네요. 지금도 알송으로 '피아노 맨'을 듣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감상문을 마치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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