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검전.
이미 넷 상으로나 오프로나 매우 유명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접할 수 있었다.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었지만 바로 언라이팅이라는 작가의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단숨에 연재분까지 독파하고 어느새 그의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는 심정이다.
우선 읽고 난 후의 주관적인 생각을 밝히라면 근 3년간 읽었던 무협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타 사이트에서 몇 번인가 같잖은 비평같지 않은 비평을 한 후로 이렇게 스스로 감상을 적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수작이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서 학사검전만한 글이 왜 없겠냐 싶겠지만 내가 이 글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누구나 말하지만 소재의 특이성.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적절히 사용되는 문체와 단어들.
어느 것 하나 흠되는 것이 없다.
굳이 따지라면 한가지가 있으나 좀 더 이야기를 한 후에 밝히도록 하자.
기존의 스토리야 다들 알고 있을테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기본 골격은 아마
제목 그대로 '학사의 검 이야기'일 것이다.
매우 특이한 소재이며 흔치 않은, 아니 처음이 아닐까 싶은 소재이다. 본인의 견문이 짧아서 인지는 몰라도 문인(文人)으로서 검을 잡는 다는 것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것은 처음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까지 학사가 검을 잡으면 매번 똑같은 패턴에 똑같은 소재로 사용했으면 결국 그 소설의 작가는 왜 학사를 들먹였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로 실망을 시켰기 때문이다.
학사!
글에서 나오겠지만 일반 무인과는 가치관이 다르며, 행동가짐이 다를 것이고, 말투 또한 다를 것이다. 문무겸전의 무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디 장원급제하여 자금성 안까지, 게다가 십년이나 산 문인과 비교할 것인가.
'학사검전'의 초반부에는 이런 나의 생각들이 잘 나타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인과 문인의 차이점을 설명함과 동시에 운현의 성격까지 표현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자연스럽다 할 수 있을 것이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런 경우는 요즘 무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경우를 소재로 썼었고, 그 결과 참담한 실패를 보았었다. 물론 이런 경우라 함이 '문인과 무인'이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환경과 또 다른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퓨전이라는 말이 있다. 무협과 판타지의 퓨전, 아니면 환생, 그밖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본 글들 중에서 제대로 표현한 글은 없었다 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몇번 아니 언급을 하기는 한다. '나는 이곳의 환경과는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다.'라고.
하지만 결국 동화되고 말아 버린다. 너무도 쉽게.
물론 본인이 만약 아프리카에 갑자기 가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결국 본인이나 아프리카인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동화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걸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일테니까.
그런데 이제까지 읽은 이런 종류의 글들은 너무도 쉽게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갔던 것이다. 만약 있었다면 본인의 견문이 짧은 것이겠지만.
하지만 이런 기준에서 봤다면 '학사검전'은 이제까지 보았던 그것들과는 달랐다.
이 부분에 대하여 이만큼 길게 쓴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덧 붙이자면 웃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분들도 느꼈는지 못 느꼈는지 모르지만 나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바로 운현이 보고서를 쓰는 부분이었다.
마치 운현은 '작가 자신'을 그려내는 것 같았고, 사일청은 '편집장'을 태자는 독자를 그려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운현의 심각한 말 속에 담아 있었던 '마감'이라는 부분에서 한바탕 큰 웃음을 터트렸으니 말 다한 꼴이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학사검전' 내용은 극히 초반부이다. 운현이 천외비처 창룡검주로서 있을 때가 서문(序文)이라면, 무림맹의 용봉지회는 이제 막 이야기를 꺼내는 꼴과 같다고 여겨진다.
그 만큼 이야기가 길 것이다. 누구 말씀처럼 10권이 훨씬 넘어야 이야기가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여기에 앞서 말했던 본인이 생각한 한가지 흠이 있다.
바로 왜 굳이 무림맹이라는 단어를 꺼냈을까? 이다. 무협의 소재에 무림맹이란 단어는 너무도 흔한 소재이다. 정도와 사파, 아니면 백도와 흑도, 그것도 아니면 무림맹과 마교. 이 쯤하면 질릴만한 소재라 할 수 있다.
결국 길고 길 스토리의 끝에는 권선징악, 사필귀정과 비슷한 교훈으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무림맹이라는 단어에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누구의 말씀처럼 계속 창룡검주로 있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쯤에서 자금성을 나온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순탄하다 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흔히 말하는 적절한 시기에 체재를 바꾸었다 라고 할까? 그런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
이때 본인이 생각했던 스토리는 현재 작가가 이끌고 가는 부분과는 달랐다.
운현이 자금성에서 나와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곳을 찾아가 얼쩡거리는 부분까지 너무도 자연스러워 연신 뒤가 궁금했던 찰나에 갑자기 튀어나온 무림맹이란 단어는 본인을 혼란스럽게 했다. 게다가 환우오천존이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진행되고 마는 것인가?
라고 한탄할 정도였으니.
뭐 다른 분들께서 들으면 웃으실 지 몰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스토리는 이랬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도움으로 성장을 한 사람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허니 운현이 모용세가를 찾아간 것이고, 하지만 운현의 정체를 모른 모용단천은 그를 홀대한다. 하지만 뒤늦게 안 모용단천은 운현을 쫓지만 운현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운현은 처음의 목적대로 계속해서 유람을 하고 그 와중에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자신이 알고 있었던, 온실속에서 자랐던 자신의 검과 야생에서 들판에서 자란 실전(實戰)의 검을 비교한다. 그 와중에 검성이라는 존재를 만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그의 결심은 검으로 향하고 검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외골수적인 학사로서의 성격으로 검이라는 한 우물을 파게되는 것이다. 내공이나 신법이라는 것은 모르는 그의 상황이 더욱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결국 이리 저리하면서 그는 검선이 된다.-
이런 내용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무림맹이 나왔으니. 분명 스토리 속에는 세력 다툼이 있을 것은 뻔할 것이다.
하지만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 글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이니 또 달라질지. 아니면 나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내용으로 써내려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학사검전'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으나 막상 글로 적자고 하니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적고 나니 더욱 언라이팅이라는 작가의 필력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 역시 글을 적는 입장이지만 매우 배울 것이 많은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이것으로 본인의 같잖은 감상은 끝맺도록 한다.
-편의상 반말로 글을 써서 매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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