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무협 입문하여 어느새 이십대 후반 세파에 찌들어가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아무래도 중국 무협보다는 국내 무협을 많이 봤다고 해야겠네요...
저는 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톰 클랜시의 군사소설, 로빈 쿡의 의학 소설, 톨킨을 필두로 한 서양 판타지... 고전 역사 소설이나 베르나르의 개미 같은 분류 애매한 소설 등등... 이것만 나열해도 끝이 없겠군요...-_-;; 책읽기가 제 삶의 일부인지라...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이런 저의 다독 때문에 나름대로 소설의 수준(?)이나 맛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객관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글쎄요 제생각일수도-
제가 무협을 입문하게된 계기는 아무래도 영웅문이겠네요. 하지만 딱히 그때는 재미있다고 느낀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기타 수많은 소설들(장르를 가리지 않으니 얼마나 많습니까 읽을 것이^^)을 거치다 방황하던 시절 용노사의 태극문을 읽고 드디어 무협이라는 장르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후 학교에서 주로 공부 안하는 녀석들이 빌려오는 국내 무협들을 정중히(?)^^ 대여(?)하여 읽기 시작했지요. 아마 인문 고등학교 야자 시간의 상당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나 합니다. 중국의 무협 때문에 -읽은 건 매우 적은 양이었음- 전 대체로 무협의 스토리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통한 원한을 가진 녀석이 하나 나타나 동굴에서 기연을 얻어 강해져서 악당에게 뭐 복수한다는식의... 그리고 주인공은 대체로 어찌나 잘생기고 쌈잘하며 정의롭기까지한지... 그런데 그 와중에 야설록님의 야객을 읽고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보면 긍정적인 평을 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야설록님 죄송-그때는 살수가 주인공이며 무림의 하늘들-불가능-에 도전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도 재미있었습니다. 이후부터 국내 무협을 정말 가리지않고-조금 정확히 하면 재미있어 보이는 것 중에서만- 읽었죠.
그러다가 점점 검궁인, 사마달, 서효원 ... 뭐 비슷한 부류의 작가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암튼 그런 분들의 글은 점차 피하게 되더군요. 왜 그런지는 고수축에 속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좌백님이 혜성같이 등단하셔서 새로운 무협의 지평을 -물론 혼자 여신건 아니져- 열었습니다. 대도오는 '과장이 눈살 찌푸릴 정도로 심한 한국 무협'에 식상해 있던 제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이후에 신무협의 꼬리표를 단 뛰어난 작가분들이 많이 출도하셔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 와중에 이재일님의 묘왕동주를 만나게 된 건 참 대단한 인연이 아닌가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현재 책으로 소장한 무협은 -지금은 사실 소장하려고 벼르고 있거나 놓친 작품이 대단히 많지만- 좌백님과 이재일님 두분의 작품 뿐입니다.
두 분 모두 대가입니다. 제 관점에서는 두 분 모두 참 남다른 데가 있는 작가분들입니다.
하지만 굳이 점수를 더 주자면... 아무래도 이재일님이겠군요...
좌백님도 재일님에 대해선 항상 상수라고 인정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는 절대!! 생각치 않습니다-
일단 묘왕동주... 참 저를 애타게 만든 작품입니다만 차후 알게 된 쟁선계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묘왕동주는 우연히 기회가 되어 1부가 출간되자마자 보게 되었습니다. 그 필력!!...너무나도 정갈한 표현들이 가득한... 실제 영화보다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2부가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더군요... 굳이 그 기분을 표현하자면 기대를 엄청나게 일으킨 상태에서 이어지는 내용은 통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식의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부가 나왔음을 우연히 -우연히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은 이미 기다리다 지쳐 반 포기 상태였기 때문..언젠가 나오겠지하는- 알게 되었을때 그 기쁨은 대단했습니다. 기다림은 실망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한번씩 묘왕동주를 읽습니다만 읽을 때마다 정말 새로운 감동이 있습니다. 상대편 진영의 등장인물까지도 매력을 지닌 캐릭터성... 버릴데가 하나도 없는 영화의 그것과 같은 스크린 전환(?) ^^식의 상황 연출... 비유가 돋보이는 뛰어난 표현력... 앞뒤가 놀랍게 들어맞는 구성... 시각을 자극하기까지하는 묘사... 글 전체에 흐르는 안정성과 절제된 느낌... 굳이 제가 느끼는 장점만을 표현하자면 끝이 없겠습니다.^^ 물론 저의 평입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구요, 워낙 장점에 비하면 미미하게 느껴진다는 거죠.
어떤 분이 말씀하신 장인정신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글을 재일님은 쓰시는 것 같아요. 또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드러나는 작가의 박식함이란...
그 와중에 칠석야란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강님께서 모듬회란 표현을 쓰신 것처럼 단편의 표본으로 삼을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던 수작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재일님의 첫작품 쟁선계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고 당시 하이텔 무림동을 드나들며 갈무리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묘왕동주도 제게 경험시켜주지 못했던 진정한 -피를 말리는 듯한?^^- 기다림을 알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 시절이 언제인지...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도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여타 동작가분의 작품들-그래봐야 묘왕+칠석-과 마찬가지로 놀랍도록 재미가 있었습니다.
단 세 작품이지만 -그것도 한개는 미완...10년 이상??이나..- 작가의 역량은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감히 소설 문학의 장르를 초월하여 최상급의 수준이라 감히 단언드리고 싶습니다. 아참... 근래에 서문반점인가 하는 작품의 토막을 좀 보게 되었습니다만 뭐 역시나 재일님이란 느낌이..
제가 제안해드릴-사실 누구에게 제안할만한 수준의 고수는 아닌듯합니다만 그래도 제 즐거움을 공유하고픈 마음에- 감상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 구성과 매력적인 인물...그리고 놀랍도록 와닿는 비유적 표현과 생생한 상황 묘사등을 꼽아 볼까요? 꼽아보니 간단히 꼽아본다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여러가지가... -_- 하하...그래도 한번 유의하여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무림의 동도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끝이 없으나 밤은 짧고... 표현력의 한계도 느껴져서 오늘은 이만 할까합니다. -가입도 오늘 했어요 사실...기념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재일님의 글은-꼭 그런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고수들에겐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그냥 누가봐도 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글만 아주 가끔씩 읽는 분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더란 것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니 그냥 '참내!' 한번하시고 따지시진 말아주세요.^^ 그래도 이 말에 공감할 분들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근래에 한동안 무협에 뜸하다가 무악님이라든지... 장경님등 많은 비교적 많은 분들의-신무협을 아끼는 저로서는 좋아하는 작가분들이져- 의 새 작품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근래에 다시금 시간을 쪼개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에게 제대로된 무협 소설 만큼 긴장과 흥분...재미를 주는 장르는 여전히 드물기때문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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