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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플라스마
작성
11.08.25 01:24
조회
7,865

작가명 : 안현일

작품명 : 죽어야 번다

출판사 : 파피루스

이 글의 특징은 작가가 주인공에 대해서 직접적인 서술을 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독자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그의 행동이나 주변인들과의 질답이나 반응, 혹은 주변인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얻게됩니다.

독자는 끊임없이 주인공이 왜 저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놓지 않아야만 실마리를 얻을 수 있고,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주인공의 행보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빵을 사야하는 돈을 허무하게 도박으로 잃어버리는 주인공에다가  뜬금없는 드래곤의 등장과 제의는 뭐하는 짓인지 작가의 자질을 의심케 만듭니다.  드래곤은 자신이 왜 그런 제안을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만, 독자는 주인공이 그런 제안을 받을만한 인물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이유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러한 전개를 제대로 납득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이해하려는 독자의 배려 또한 요구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 작가의 서술 행태는 요즘의 양판작가와는 그 방식이 아주 다르고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천재로 태어나 어마무시한 기연을 만나서 영웅행을 하는것도 아니고, 미남이거나 어리지도 않기에, 그리고 좋은 아빠나 남편도 되지 못한 실패한 인간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포스를 잃어버리고, 마누라한테 버림 받았으며, 생활력도 없어서 어린 자식을 방치하는 졸렬한 인간이 제대로 죽어서 돈이라도 남기려는 그 자취를 따라가야 하는 겁니다. 사실 이러한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짜증난다면 고마 이책 덮어야 합니다. 작가는 독자가 원하는 혹은 알기쉬운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 아니기에 주인공에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이 책은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에게 맞는 책이 아닙니다. 그러한 욕망을 만족시켜줄 의지도 없어보입니다.

4권까지 일독 해보고서야 알게 되는 것은 그저 자신만 보고 자기 안에 갇혀서 살았던 한 남자가 극적 요소를 접하고서야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고 주변 사람과 가족의 가치를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가 펼쳐지는 소설이라는 겁니다.

같이 수학하며 지내던 친구들을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다른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잘난맛에 살았다는걸 깨닫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자살과도 같은 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전우를 통해서, 자신이 죽으러 전쟁터에 온 현실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이 방치한 딸과 아들을 통해서 스스로 얼마나 무책임한 인간인지 인식하게 됩니다. 죽어서 벌게 되는 돈은 그나마 그가 가진 양심의 발현입니다.

주인공은 한 순간에 변하지 않습니다.

잘나가던 주인공은 포스를 잃고 배신을 당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며 민폐를 끼쳤고, 드래곤과의 거래를 통해서 죽어도 되는 이유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살가운 도움을 받게 되고, 잊고 지내던 친구를 통해서 그가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비슷한 사람도 만나게 되고, 과거 비범했던 재능을 펼쳐보이자 대단한 성과를 일구어 냅니다. 전장의 극한 상황속에 던져져 죽음이 지척인 상황에서 그는 애초에 목적이었던 극적인 죽음보다도, 다수를 살리는 일을 택하게 되고, 거기서 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작가는 그의 죽음에 전제 조건을 걸어둠으로써 그가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섰을때 간단하게 결정지어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것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전쟁에 관한 부분은 단순히 주인공의 능력을 확연히 드러내고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이 선택할만 했던 사람이라는 설정에 힘을 실어주는 장을 마련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냥 죽어 버리기에는 아까운 재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거기에 더해서 그간 읽었던 어떤 전쟁 소설에서도 보지 못했던 잘짜여진 군영 정비 모습과 적전 교란 및 게릴라 전술 묘사에서는 작가가 가진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고도 보여집니다. 3권 후반부와 4권 전체를 아우르는 전쟁준비와 전투 및 전술 운용, 심리전은 그 깊이가 남다른데가 있다고 봅니다.

작가가 7,8권 쯤엔 결말이 지어질 것이라고 밝힌바가 있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염두에 두고 읽어야할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변화는 정말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성장은 청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어떻게 내적 성장을 이루어 좋은 친구, 좋은 아빠, 유능한 사회인으로 자리매김 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 결말을 내게 될지도 큰 관심거리 입니다.

여기 저기 하는 말들 중에서 양판소 소설이 판/무 시장을 어지럽힌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가운데서 이만한 소설이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서 독자로써 기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이에게 두루 사랑받았으면 좋으련만, 그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하지만 독자에게 그저 설명으로 모든걸 이야기하지 않고, 상황과 주변인과 사건으로 이해시키려하는 대단히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구요. 그렇게 공감하는 사람도 많기를 바래봅니다.


Comment ' 107

  • 작성자
    Lv.20 돌이백수
    작성일
    11.08.30 00:49
    No. 101

    저도 재밌있게..읽었습니다..추천 한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숨산
    작성일
    11.08.30 17:38
    No. 102

    요즘 제가 보는 글

    죽어야번다
    기갑전기매서커
    샤피로
    금협기행(완!!!)
    낙월소검
    녹림대제전
    카오스사이클
    은빛어비스 어 -_- 북큐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천하天下
    작성일
    11.08.31 09:57
    No. 103

    위에 댓글들은 판무 소설들은 재미중심이니까 다른것들이 조금 좋아도 별로다 하면서 까고
    아래쪽 댓글들은 '운수좋은 날' 드립치면서 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쓴 글에서 죽자고 달려드는 것부터가 문제인거 같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cipioK
    작성일
    11.08.31 14:42
    No. 104

    저 또한 최근 나오는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보는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취향과 호불호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감히 일독을 권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Judi
    작성일
    11.09.28 15:03
    No. 105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기본적인 필력 갖추고 있습니다.
    소재가 신선해서 좋습니다.
    스토리 진행과 더불어 보기 드물게 감동을 주고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소설중 세손가락안에 듭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한다면 수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보다 뭘 더 바라시나요?

    뻔한 소재의 뻔한 주인공의 소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소설을 즐기세요.

    왜 감상문에 와서 뻔하지 않다고 딴지를 겁니까?
    천편일률적인 흥행코드를 따르지 않았다고?
    감동과 인생이 담긴 소설에 익숙하지 않다고?
    자신은 삶의 고뇌를 고민한 능력이 없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진찬
    작성일
    11.10.07 20:38
    No. 106

    이게 어째서 대리만족형이 아닌지 저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겠네요;
    저는 단지 마음가짐 하나로 이렇게 사람이 바뀐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보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아리온
    작성일
    12.03.03 22:35
    No. 107

    6권까지 읽고, 7권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검색하다 감상란을 보게 되었는데...뭐랄까..
    모든걸 떠먹여줘야 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군요...
    보통 문학이란게 읽은 후, 여운/후회/결심 등 철학/감정에 얼마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게 문학인데, 워낙 양판문학이 많다보니, 그런건 없고, 일목요연하게 모든걸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법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걸 원하시다니...
    그래서, 학교교육이 산으로 간다고 노페를 입나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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