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어재
작품명 : 브라반트의 흑기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작가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장르문학 책들을 쏟아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작가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문학적 완성도야 요즘 장르문학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제쳐두고서라도.
브라반트의 흑기사
꽤 재밌습니다.
작가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네요. 기본적인 필력이 되는 분이 공부를 열심히했으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네요.
개연성 제로, 비문/오문, 묘사 제로인 요즘 양판소 소설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분이 조금 더 실력을 쌓으신다면, 또 작가의 길을 놓지 않는다면 장르소설에 꽤 큰 축이 될 것 같네요.
1권처럼 마무리까지 같은 퀄러티로 간다면, 이 시리즈 전부 소장해야겠네요.
=======================================================
리플에 달았던 추가 리뷰 본문에 덧붙입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주인공 철수는 부족할 것 없는 주인공입니다. 전공은 건축, 그것도 꽤 유능한 건축학도이고, 그에 못지 않게 운동을 좋아합니다. 몸이 성할 날이 없을 정도로 복싱에 빠져 있지요.
어떤 사건 이후 가까워진 여자 친구와 함께 이스라엘에 갔다가 총격전에 휘말리는데 여자 친구를 감싸다가 총상을 당하고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철수는 다른 세상으로 갑니다.
그 세상이란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이 아닌, 약 천년 전의 프랑스입니다.
과거로 간다는 건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보여지도록 이런 저런 밑밥을 깔아 놓습니다. (다 얘기하면 재미가 없어질 테니 생략)
과거 회귀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기발한 이야기를 생각해내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말 다르게 받아들 일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브라반트의 흑기사 작가는 이야기꾼인 것 같습니다. 전작은 어떻게 풀어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글은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2권까지는요.
일단, 역사의 인물들을 바보들로 만들지 않습니다.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 너희들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알고 있고 너희들은 미개하다, 이런 식의 진행은 절대 아닙니다.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주관이 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받아 들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반대되는 이념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반목하기도 합니다. 그 반목과 화합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한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고뇌하고, 번민하고, 체념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어떻게 보면 대체 역사물로 보여질 수도 있을 법한데, 대체 역사물에서 보여지는 지나친 설명조를 택하는 대신 캐릭터들을 잘 살려 스토리를 이끌어 냅니다. 하다 못해 마을 사람들까지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훌륭한 장치가 됩니다.
제가 작가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한 부분은 서양사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이거 정말 있었던 일인가 싶을 정도로 실제 역사와 허구의 일을 잘 버무렸고요, 위화감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판타지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기적 부분은 어찌 어찌 넘어갈 수 밖에 없고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가 참고한 참고 문헌만 봐도 어떻게 이런 자세한 묘사가 가능할 수 있는가 알 것 같습니다.
- 서양중세사, 기사도의 시대, 바이킹:바다의 정복자들,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 자연과 생태.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 작가 본인만이 알겠지만 책을 술렁술렁 넘길 정도로 허투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마법같은 초자연적인 힘은 배제된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법이 난무하고, 검기가 흐르고 소드마스터니 몇 단계 레벨의 기사니 하는 판타지 소설에 질린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이 책에서 검은 살기 위해 휘두르는 절규요, 마법은 자신의 길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얻어내는 아군의 광기입니다.
Commen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