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산초
작품명 : 바람의 칼날
출판사 :
열왕대전기 이후에 만나는 -개념잡힌 이계진입물(아니, 환생물이라 해야 하나요?)인지라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글의 흐름과 여타의 이계진입물의 주인공과 달리 제 목숨 귀한줄 알고 스스로를 낮춰 감출줄 아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집어 들었던 책이 이리도 즐거움을 줄지 미처 몰랐습니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2권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의 특별함을 알아챈 레이디가 그와의 단독 동행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흥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아무리 적들의 이목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라지만 기사들에게 드러난 주인공의 능력은 산을 잘 아는 녀석일 뿐입니다. 그의 전투 능력이 기사들 보다 뛰어나다는 점은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네, 산을 잘 아니까 추적자들의 이목을 속이고 영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추적자들이 미리 길을 알고 매복을 한다면요? 물론 몇번에 걸친 함정으로 그들의 발을 묶어 놨다 하지만 앞의 일은 모르는 겁니다. 게다가 레이디는 몸도 성치 않으신 분 아닙니까?
마지막에 중국인에게 보법을 배우게 했기에 3권에서 주인공의 능력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일지 몰라도, 읽는 독자인 저는 평민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철없는 레이디의 말도 안되는 요구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거기에 순순히 응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너 지금껏 살겠다고 열심히 몸 낮춘건 뭐니?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역시 평민은 까라면 까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같이 탈출한 아저씨가 귀족이라고 둘러 댄걸 감안한다면, 남의 귀족의 귀한 수행원을 그렇게 사지로 밀어 넣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산을 잘 아는 것과 전투 능력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저라서 말이죠.
뭐 3권에서 무사히 적들을 따돌리고 영지로 진입해서 거기에서 한자리 맡을지도 모릅니다. 감자와 비슷한 모종을 가져갔으니 그거 잘 키워서 농민들의 배를 살찌우게 할지도 모르지요. 중국말 아니까 중국인에게(무림인으로 추정) 무공을 배워서 강해질지도 모르겠군요.
왜 잘나가다가 저기서 한 발 삐끗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다 같이 가는 것은 스토리상 맞지 않던가요? 아니면 단 둘이 동행하게 함으로써 로맨스를 키워 주시려고 했던 건가요? 히로인으로 부각 시키게 말입니다. 아니면 이번 동행으로 인해서 더욱더 호감을 가진 아가씨를 등에 엎고 영지를 도와 주기 위해서 인가요?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왜 저기서 아가씨랑 둘이 동행 한다고 말하냐고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지껄였지만 저는 위에 끄적인 내용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낭중지추라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어떻게든지 드러나겠지만, 저건 정말 아니라고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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