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은 많으면 많을수록 평평해집니다.
우뚝 솟은 부분이 한두 부분만 있을 때는 그 부분이 도드라지지만,
굴곡이 많으면 전체적인 도드라짐은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삼류무사. 절단신공이라는 이름을 유행시키며 연재로 사람들을 흥분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절단신공이 책으로 묶이면서 파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상의
연재분 하나에선 엄청난 긴장감과 박력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들이 책이라는 공간
에서 연속적으로 나오는 순간, 긴장의 계속이 오히려 보는 이에게 밋밋함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보면서 지쳐 버리는 거죠.
결국 지금의 삼류무사는 드래곤볼입니다. 계속된 짧은 호흡의 계속은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하게 했고, 이런 상황에서 개별
상황의 맛을 불러일으키려니 신파성이라는 도구가 필요해진 겁니다. 그러면서
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왜 지금 순간이 중요하냐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에서 베지터와의 싸움에 든 분량과 기뉴특전대와의 싸움에 든 분량,
프리더와의 싸움에 든 분량과 인조인간이나 셀과의 싸움에 든 분량을 생각하니
지금 삼류무사가 처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군요.
삼류무사의 이름을 드높인 절단신공이 삼류무사의 발목을 잡는 지금, 작가분
이 잠시 연재를 접고 지금까지 나온 삼류무사를 몇 번이고 통독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연재분 하나하나에 대한 집착이 아닌, 전체
적인 구조에 대한 집착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에 단상삼아 써놨다가 올리려고 보니 갑자기 삼류무사 관련 글이 넘치는군요.
오비이락이랄까, 기분이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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