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글을 올렸던 사람이다.
무협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고무림이란 사이트를 알게 된지가 겨우
일주일...
세상에 이런곳도 다 있구나 생각하면서 기꺼이 가입을 했고,
그동안 나 나름대로 많이 쌓여 왔던 말들을 하고자 한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는 분명 나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계실것이다. 그 점 양해해주셨으면 한다...
무협지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에게 무슨 작용을 하는가?
어머니께서는 무협지가 내게 굉장히 해가 된다고 생각하셔서 무협지
를 못보게 하셨다... 삶에 플러스가 안된다고 당신은 생각하셨는가 보다.
하지만, 나는 무협지를 인생에 뭔가 플러스 되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니
다. 플러스를 바란다면, 차라리 다른 사회, 인문 분야의 책을 읽을 것
이지, 뭐하러 무협지를 읽는단 말인가.
나는 어렸을때부터 강함을 숭상했다.
비실비실 하진 않지만, 그리 커다란 몸집도 아닌 나는 힘을 숭상했고,
강자를 존경했다. 그래서 나는 태권도와 검도, 유도를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세상은 무협지와 같지 않았다. 온갖 더럽고, 지저분함이 판쳤다.
무협지에서처럼 힘이 있다고 다 때려 부수고, 자신이 법이 되지 못했
다. 나는 그런 세상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무협지를 본다.
그곳엔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 있었다.
정의로운 주인공이 막강한 힘으로 악당을 처치하거나,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주인공이 삼처사첩을 거느리며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위에서 내가 열거한 모든 요소의 요점만을 꺼내어 글을 쓰는 사람이
바로 '와룡강'님이시다.
인터넷의 신무협에 익숙하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아마 잘 모를
분이다. 와룡강님의 작품은, 예전에는 모두가 그랬듯이 정형화된 3권
짜리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곳엔 내가 원하는 낭만과 기쁨이 있
었기에 나는 기꺼이 그 분의 작품에 돈을 쓰는것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무협지란 내게 있어 말그대로 재 충전의 도구였다.
그러나...
요즘 통상 신무협이라는 작태들을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화가 치민다.
흔히들 신무협 작가들은 말머리에 이런 글들을 쓴다. '너무 잘생기고,
뛰어나며, 수많은 기연이 식상합니다. 그래서 못생기고, 능력도 없는 사
람의 이야기를 씁니다...'
신무협의 작가들은 엉뚱한 곳에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내가 바라는 리
얼리티는 그런 곳에서의 리얼리티가 아니다. 얼굴이 잘생기면 왜 안되는
가? 여자가 많으면 왜 안되는가? 기연이 많으면 또 왜 안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기연의 많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연이 대
체 왜 용납이 안되는 것인가? 기연이 많고 적고는 문제가 아니다. 진실한
기연의 문제점은 바로 개연성이다. 단순히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죽지도
않고 그곳에 천년을 산 이무기가 있더라...이런 기연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기연에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에 합당한 기연을 얻는다면
그것은 분명 재미의 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신무협의 풍조에서는 마치 기연은 무조건 안된다는 양, 무식하
면서도 끊임없이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그려나간다. 그들은, 기연이라는
식상함을 비판하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식상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대체 왜 주인공은 잘 생기면 안되는 것인가?
요즘에도 이틀이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무협지들의 대부분을 살펴보면 주인
공은 평범하거나, 못생겼다. 물론 다양한 시도는 좋다. 이를테면, 평범하게 생
겼어도 이목구비가 뚜렸하며 두 눈에는 뚜렷한 의지가 보인다...라는식으로
주인공의 비범함을 은연중에 들어낼수도 있고, 또 주인공이 천하의 추물에 꼽
추이지만, 무공과 내공을 얻어 환골탈태해서 미장부로 바뀌었다...라는 식의
반전도 꾀할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거의 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협이란 세계는 상상의
세계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일상의 세계와 똑같은 기준을 맞춘다는 것은 재미
없는 일이 아닐까?
또,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것...
이것은 나도 뭐라 할수는 없다. 애초에 작가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지만...
하지만 이것이 왜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왜 꼭 주인공은 한 여인과
지고지순한 사랑만을 해야하는 것인가? 지금은 안되지만, 무협의 배경인 중원
에서는, 평민도 지닌 재산이 있다면 첩을 둘 수 있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무림의 영웅이면 어떠하랴...
실제로 김용선생님의 녹정기에서는 주인공 위소보의 부인이 총 7명(...맞나?)
이다. 많은 숫자이지만, 그 7명의 여인들 모두 각각의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개연
성이 충분하다. 또 아름답다. 그렇기에 김용선생님의 작품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
이다.
물론, 동굴에 들어가 보았더니 색마가 음약을 먹이고 어느 여자를 겁탈하려 하더
라. 해서 내가 그 색마를 죽이고, 어쩔수 없이 생명을 구한다는 이유로 꿀꺽~...
이런 스토리는 나도 싫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개연성이 충분하다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휴~
잡설이 너무 길었다... 여하튼 내가 강조하고 싶은것은 딱 하나...
신무협은 옛무협의 고리타분한 공식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보면 신무협 또한 공식 아닌 공식을 만들어내서 독자들로 하여금
피곤하게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신무협 작가들은 이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독자들이 싫어하는 것은 공식이 아니다. 공식의 개연성 부족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자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자기 잘났다는 듯이, 그런 소설들만 써 내려
간다면, 신무협의 인기도 얼마 못가 식을 것이다.
아니, 실제로는 벌써 식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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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이거이거 실수가 많네요.
본문에서 계속 독자, 독자 소리를 했지만 사실 이건 순전한 제 생각이고요,
물론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으시겠죠...
그럼 이만...휘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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