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소설은 1997년도에 발간된 금강님의 작품입니다
그 동안 무협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읽은 것도 아닌 저로서는 금강님의 작품과는 별 인연이 없었던 지 한번도 정식으로 금강님의 작품을 접해 보지를 못하였습니다.
물론 대풍운연의가 스포츠 신문에 연재될 당시 그 연재물을 잠시 본 적은 있었고
그때 이 소설이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긴 하였으나 완간되지 않은 소설은 읽지 않는 습성이 있어 여태까지 접해 오지 않 고 있던 중 우연히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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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직 완독하지 않은 상태로 전 5권 중 2권 초반을 읽고 있는 중이나 여기에 글을 올리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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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하면서 심정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느꼈었는 데, 그 중 하나는 이 고무림에서 절대지존으로 통하는 금강님의 작품에 과감히 [비추]를 달고 싶다는 생각과 또 하나는 이왕 구입하는 거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심정을 동시에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버젓이 [비추]란 타이틀을 붙힐 수가 있었으니 저의 바람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2.
이 책은 저에게 다른 많은 소설들을 연상케 하였는 데, 저가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연상을 떠올린 것도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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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몇장을 읽어 보니 문체가 그전에 읽은 여타의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글이 투박하게 툭툭 부러지는 듯한 문체로 씌여진 것을 보고 생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문법상으로 말하면 간결체의 범주에 드는 이런 문장은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는 거의 취하지 않는 문체였기 때문이었는 데 문득 최근에 읽었던 중국인 작가 모용미가 지은 십팔도객이 연상되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그 책 역시 간결체 형식의 단순 명료한 문장이 주를 이룬 것이어서 인상이 깊었던 작품이었는 데 이 책 역시 처음부분을 읽다보니 그 문체가 위 소설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1권 중간쯤부터는 그런 문체는 없어지고 아주 유려한 문장과 표현으로 되어 있어 그런 느낌은 없어졌는 데 그 역시 또 다른 연상을 일으켰습니다.
마치 차에 시동을 걸고 처음 운전할 때는 그 차를 천천히 운전해야 하다가 나중에 엔진이 정상적으로 열을 받은 상태에 이르면 그때는 아주 잘 나가는 이치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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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으로도 몇 개의 연상이 떠 올랐는 데,
처음 소설이 시작되자 마자 비오는 날 달리는 마차에 어떤 사람이 몰래 잠입해 들어가 놀란 마부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 부분을 읽다보니 얼마 전에 아주 감명깊게 읽은 운곡의 등선협로가 떠올랐습니다.
그 소설에서도 주인공 풍**가 달리는 마차에 잠입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운곡님이 이 부분을 원용(출간년도로 보아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원용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 등선협로의 수준이 조금도 낮아지지 않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그런 것들이 소설 내용상 충실을 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인 원용도 때론 필요하리라는 생각입니다.
어떻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적극 추천해 마지않는 등선협로 조차 이 소설의 이 부분을 원용하였다라고 생각하니 이 소설의 무게를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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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의 원용으로 이 소설 내용 중 소림사의 고승이 전대에 어떤 벌에 의해 머물고 있는 초가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자가 낯선 사람과 비무를 하는 장면은 와룡생의 군협지중 이 부분과 흡사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여하튼 딱이 들어맞는 장면은 아니었으나 비슷한 상황이었던 만큼 그 부분이 연상되었다는 말이었으며 그로인해 저는 미소가 배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3.
이 소설에서 문장력이나 표현력 등에 대해서는 달리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거론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다만 저가 책을 읽으면서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처럼 글 솜씨를 보이고 있는 금강님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글을 매끄럽고 잘 다듬어 쓸 수 있는 지 자뭇 궁금하였습니다.
4.
제가 이 글을 보면서 놀란 것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금강님의 해박한 지식이었으며 또 하나는 일관된 초점으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능력이었습니다.
첫째, 해박한 지식에 대한 것인 데 소설 속에 들어가 있는 많은 부차적인 지식은 평소 금강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의 해박함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고 나아가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모은 자료에 의해 쓴 것이라면 소설 하나를 쓰는 데 있어 이렇게 자료를 철저히 준비를 하고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 내는 것에 대해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통용되는 요즘 무협소설을 보면 가짓수는 많으나 정작 읽을 것은 별로 없는 그저 말장난의 수준에 그치는 많은 소설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더구나 주역 부분에 대한 작가의 해설은 주역을 나름대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해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협소설 몇백권 읽은 후 나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생각하에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일부 작가들이 떠오른 것은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이 소설의 흐름은 아주 특이하고 저의 눈에는 신선하게 보였는 데 처음에는 주인공이 마차를 모는 젊은 소년인 것 같았는 데 흐름이 지나면서 보면 구양세가의 가주 구양천수인 것 같았고, 더 나아가 보면 구양천수의 형 구양천상인 것 같은 데 아직은 누가 진짜 주인공인 지는 잘 모르겠는 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사람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 런 사람은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설이 맞추어 가는 초점은 일관된 것이라
자칫 작가 스스로 그 중심을 혼돈해 버려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떨어뜨리는 소설을 간혹 본 저의 입장에서는 일관된 중심을 세우고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이 소설의 구성은 대가의 작품이 어떠한 것인가라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어 주는 것이라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또한 이 소설은 두가지 점에서 내 취향이기도 하였는 데,
첫째는, 성장소설이 아니라 곧장 사건의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지면을 갉아먹는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며 그렇게 하여 넓히기만 한 지면은 차후 서점에서 정가로 책을 구입하는 시대에 이른다면 그런 부분은 많은 축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성장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소설의 분량은 약10권 가까이 될 것이고 그것은 독자의 현금 사정으로 보아도 여의치 않은 분량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그래서 주인공의 무공과 지혜가 처음부터 대단한 것으로 나오는 데 저는 대부분 이런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작가가 정성을 기울이는 주인공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거의 자신과 동일시 시켜보는 습성이 있으며 저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에 감탄과 찬사를 터뜨리고 하는 데
그 주인공이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책 보는 것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주인공의 무공과 지혜는 엄청나지만 그런 무공과 지혜로서도 섣불리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적의 등장으로 인해 주인공이 골머리를 앓으면서 하나 하나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나가는 방식인 데
이 책은 그런 접근을 한 것 같아 제 취향이라고 한 것입니다.
5.
결론은 그래서 비추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태까지 독비객, 등선협로 등 재미있고 아주 좋은 작품들을 읽고 또 추천까지 서슴치 않았던 책들까지도 자정 무렵이면 어김없이 불을 끄고 잠을 자곤 하였는 데,
이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 책은 새벽 2시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는 내일을 생각하며 억지로 불을 끄고 일부러 잠을 청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강호인들이 읽는다면 그 역시 자칫하면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니 어찌 감히 추천을 할 수기 있겠는 가요..?
저 역시 그러다 보니 오늘 아침 새벽운동을 가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기까지 하였기 때문에 드리는 말입니다.
아무튼 금강님~! 어찌 독자로 하여금 그렇게 빠져들게 할 수가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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