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분 전직이 '무역회사 운영'이고, 책 제목이 [상검]입니다. '상인과 무림의 조화'를 기대하는게 당연하겠고, 뭔가 대단한 장사 스킬이나 셀러의 마음 자세를 원하게 될 겁니다.
이 책은 그 길을 가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의 신분입니다. 21세기에서 조폭 꼬붕을 하다 배신당해 죽지만, 그의 영혼은 명대 소년의 몸에 들어갑니다. 그 소년의 신분이 '대학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제법 높은 지위에서 시작하는 편이니, 원하는 길을 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하지만 현대의 젊은이였다는 것 만으로, 그 많은 계획을 짜낼 수 있을까요? 조직의 회계라도 맡고 있었다면 설명이 쉽겠지만, 그의 역할은 중간보스도 되지 못한 3년차 부하일 뿐입니다. 조폭이 무림으로 갔다면 나름대로의 격투 기술이라도 가져야 하는게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일을 계획하고 대박이 터진다는 설정은, 솔직히 너무 많은 비약이 보여집니다.
그리고 '상인의 길' 또한 너무 돌아가는 듯 싶습니다. 글도 익히고, 무술도 익히고, 장군도 되어보고, 문파도 세우고, ... 도대체 상인은 언제 되는 건가요? 다행히(?) 그 시대는 상인 무리들의 암투도 거센 시기고, 때문에 주인공은 이리저리 엮여 돌아다니지만, 결국 얻는건 '여자'밖에 없는 듯 싶네요. '여자'...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도대체 돈은 언제 버냐는거죠. 물론 1권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꽤 많이 벌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1권에서 끝났어야죠. 1권의 '학원설립'도 너무 비약이 많은 듯 싶습니다만.
지금까지 7권이 나왔고, 저는 그 중 4권까지 보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목이 [상검]이기 때문이고, 그쪽 요소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4권까지의 내용으로 보면, 그냥 훑어볼 정도는 되어도 그 이상을 얻기는 힘들 듯 싶네요.
전에 [연금술사]라는 환타지 계열 10권짜리를 본 적이 있는데, 제가 그 책을 읽으며 최고 분노한 것은, 결국 결말까지 어떤 연금술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검]은 그보다 좀 나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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