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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내가 읽은 무협...

작성자
최민호
작성
03.06.21 14:47
조회
1,371

언젠가 무협지를 좋아하는 친구랑 무협에 대한 깊은 토론을 나눈적이 있다.

서로가 고등학생 때라 뭐 그리 수준 높은 토론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또 그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 만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친구는 설봉을 좋아했고,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나는 금강류의 소설을 좋아했다.

내가 임의로 금강선생님께서 쓴 소설을 금강류라 이름 붙이는 것이 못마땅한

분도 있으시겠지만 양해 바란다.

그렇다면, 금강류란 무엇인가?

먼저 금강 선생님들의 소설을 읽어보면 꽤 여러가지의 공통점이 나온다.

그 공통점이 집대성된 소설이 바로 '천산유정' 과 '대풍운 연의' 이다.

이 두 소설에서 나는 진정한 금강류를 느길수 있었다.

첫째, 금강류에서는 절대...는 아니지만, 거의가 주인공의 성장과정이 그려

지지 않는다. 3권으로 정형화된 무협지인 천산유정도 그렇고, 11권의 방대

한 분량인 대풍운연의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주인공은 완성되어 나타난다.

보통, 기존의 무협지들이 3권이든, 4권이든, 혹여 그 이상이든지간에 전체의

분량을 10으로 본다면, 성장3~4, 출도후 6~7로 짜여지는 반면, 금강류의 소

설은 성장이 배제된 출도후10의 소설이다. 물론 성장도 한다. 하지만 그 성장

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시점에서 극의를 깨우치는, 말하자면 깨우침의 단계이

지, 내가 말하는 배움의 단계는 아니다. 새로운 무공을 배우고, 내공을 쌓는게

아니라, 어느 한순간 번뜩이는 깨달음으로 무공이 한단계 더 발전하는, 그런

것이 금강류이다.

물론 그 깨달음은 무수한 강호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류라고 말할수 있는것이다.

둘째, 주인공은 언제나 정의적이고, 악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선과 악은 이미 정해져 있고, 물론 주인공은 정의 의 사도라 불릴만큼 곧고

올바르다. 주인공은 항상 올바른 말만 하며, 올바른 행동만을 보인다. 빈틈과

헛점이 없고, 무슨 일을 당할때에는 항상 주위의 배신이 있다. 주인공은 배신에

잠시 상처를 입지만, 결코 배신자를 악하게 처단하지는 않는다. 배신자는 항상

무슨 사연이 있고, 주인공은 그 사연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한여인만을 사랑하며, 그녀 외의 다른 여자에겐 눈돌리지 않는다. 어찌보면 짜증

날 정도의 캐릭터가 주를 이루지만, 그것 또한 금강류의 매력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와는 정반대로 내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설봉선생님의 작품들도, 충분히 설봉

류 라고 불릴만 하다. 설봉선생님의 작품은, 처음본 것은 사신 이었다. 그것은 나

에게 있어 하나의 충격이었다. 여지껏 어린아이 때부터 시작해서 무공을 배워나

가는 이야기는 많았다.

그러나 설봉류처럼 그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은 없었다.

적어도 우리나라 무협에서는...

처음엔 놀라고, 두번째 생각한 점은 지루하지 않을까? 였다. 다른 분들은 다를지

몰라도, 내가 무협을 보는 이유는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이다. 더럽고, 혼탁한

세상에 지친 나는(사실 몇살 먹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강함으로 세상에 맞서고,

때론 그들보다 더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악을 물리치는 주인공을 보며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래서, 내가 금강류를 좋아하는 것이고...

그러나, 그런 나의 걱정은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설봉류의 세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필력에 나는

빠져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설봉선생님의 팬이 되어 있었다.

설봉류의 소설은 성장과 출도후가 4.5 : 5.5 정도의 비율로 보인다.

새로운 형식의 무협이었다.

또, 설봉류는 딱히 구분된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림의 혈겁을 이르키기

위한 마교도 등장하지 않으며, 강호재패의 야욕을 실현시키려는 비밀단체도 나타

나지 않는다.

또, 소설의 무대는 드넓은 중원 땅 전체가 아니라, 한개의 성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나오는 문파 또한 우리가 익히 듣던 화산이니 소림이니 하는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문파들이 등장한다. 또, 주인공은 절세의 무공을 배우는 것

이 아니다. 설봉류의 소설에서는 절세신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 주인공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어둡다. 항상 인생의 최하층에서 출발하여, 강호

에 그 무위를 떨치지만 언제나 주인공은 사랑에 굶주려 있고, 외롭고, 어두컴컴하

다.

때론, 황당한 방법으로 무공을 수련하기도 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타

다른 무협지와는 다르게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설봉류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무협과는 다른 무협.

그것이야말로 설봉류의 핵심이자, 묘미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금강류야말로 무림의 정이요, 설봉류는 사마에 가깝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정이고, 무엇이 사마인가?

많이 쓰여졌다고 해서 정이고, 잘 쓰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사마인가?

무협지를 많이 읽어왔지만...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Comment ' 1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3.06.21 23:04
    No. 1

    금강님 무협중엔 성장소설도 상당수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요..ㅡㅡ;;
    금강님의 무협에는 언젠가 신독군이 말한 주인공 중심의 대맥류(?)로 치밀한 구성과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사건의 전개, 그로인한 몰입감과 중간중간에 깔아놓은 복선으로 말미암아 독자가 같이 생각하며 읽을수 있게 만들고 있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무와 협을 추구하는 자세와 수려한 문장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맛이 새롭게 나타난다는데에 있습니다.
    처음 읽을때와 두번 세번 읽을때의 맛이 달라지는게 금강님 무협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봉님의 경우도 긴장감과 끝없는 위기, 앞을 예측못할 사건의 전개가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정과 사마의 양자구도는 무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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