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얼라이브
작가 : 노쓰우드
출판사 : 연재작
이 글이 처음에는 어땠는지, 어떻게 변했는지는 첫편과 최신화인 62편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1화를 보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휴식기를 가져 PR이 필요한 톱스타 김우영의 등장을 시작으로, 이전 작품에 대한 실패로 조급함이 있고 보안에 민감한 PD가 스타에게 뭐라고 할 수 없으니 조연출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PD에게 닥달당해 출발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연출은 촬영을 해야한다며 촬영감독을 재촉하고 그에게서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이것은 자기 PR에 몰두한 김우영과 이어진다) 그리고 마무리로 사적인 빚이 있었던 촬영감독의 따뜻한 격려.
눈이 크게 뜨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흐르듯이 매끄럽게 각각의 케릭터들의 성격과 설정이 맞물려 빌어진 상황이고 이야기다. 흔히 글을 쓰다 어느 순간부터 케릭터가 자기의 손을 벗어나 뛰어놀았다고 하는 글쟁이들의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감탄스러웠던 글솜씨와 탄탄한 사전준비는 이후로도 이어져서 밀림에서 조난당할때까지 얼마나 준비가 잘된 글인지를 느꼈었다.
그리고 62편을 보자. 일산 백석동에 사는 조 씨는 자칭 영화광이다. 재수 없게도 퇴근을 하지 않은 과장 때문에 책상에 앉아있다 컴퓨터로 영화 평론가 모임에서 알게된 김 씨와 메신저질을 한다. 사내망에서 외부인과 메시지가 가능한걸 보니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 띠링~ 메신저가 알림음을 토해낸다. 스피커를 켜고 알림을 설정을 한채로 메신저질을 하는데 이 백성동 조 씨는 사내 매너라는걸 모르는 사람인가보다. 신나게 메세지질을 하다가 슬그머니 이어폰을 끼고 김 씨가 알려준 영화의 홍보영상을 보는 배포까지 부리는 조 씨. 주인공의 연기에 놀라 저도 모르게 물러나다 이어폰이 스피커에서 빠졌다. 그리고 김씨가 보낸 메시지의 시끄러운 알림음 때문에 메시지질을 과장에게 들킨다. 아니 그럼 아까 한참 신나게 메시지할때 과장은 귀머거리였던가? 그리고 드디어 이 모든 일들의 결과물이 나온다. 누가 메세지질이냐며 과장은 화를 내다가 주인공의 연기를 보고 창백하게 질린 조 대리를 보며 몸 걱정을 해준다.
억지의 억지의 억지다. 이 모든 해괴하고 작위적인 일련의 과정은 오로지 조 대리가 우연치 않게 주인공의 연기를 보고, 창백하게 질리고, 과장은 화를 내려다가 걱정을 해주는 해프닝이 일어나기 위해서 쓰여졌다.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분명히 같은 사람이 쓴 같은 글인데 어떻게 이 정도로 다를 수가 있는가. 1화에서부터 이 글이 보여준 빛나는 모습들은 글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사라지다 흔적조차 없어진다. 조난 당하고나서, 어느 순간부터 케릭터들의 개성은 상황에 매몰되고 결과에 맞춰져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을 보는 것 같다. 합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반짝반짝 빛나던 장점들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도리가 없다. 맥이 탁 풀리고 황망하다.
글은 흥미를 유발한다. 방송국에서 나와 연기자가 되고 연기를 하며 독자들에게 계속 흥미거리를 던져준다. 이것에는 한계가 있다. 실은 언제나 팽팽할 수 없다. 흥미거리를 계속 던져주지 못하거나 소재의 흥미가 부족하면 독자들은 금방 피로해지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처음에 이 글은 글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건 정말 보기 드문 장점이다. 글 자체가 재미있으면 이야기거리가 무엇이 되든 글이 된다. 그런데 이제는 소재에 흥미가 있어야 눈을 붙이는 글이 되어버렸다. 비범을 던지고 평범이 된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파국이 일어날 것이다.
자기 글을 옹골지게 쓰던 사람이 이제는 틀 안에 글을 쑤셔박아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려는 모양새니 이건 내가 홀린건지 바보였던건지 알 도리가 없다. 실력이 사라진건가 아니면 원래 그랬던건가. 쓰고보니 이것도 다 내 미련이고 집착이다. 글이야 원래 그랬는데 내가 혼자 착각하고 과도한걸 원했고 미련하게 실망한거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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