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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5.03.13 21:19
조회
3,188

제목 :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

작가 : 스티븐마틴

출판사 : 문피아

 

 

0. 짧은 작품 소개 


 레이드물이며 헌터가 등장하는 초능력자물입니다. 이계 몬스터에 의해 기존의 국가체계가 해체되고 새로 등장한 헌터에 의해 국가의 질서가 유린당합니다.

 주인공은 헌터가 아닌 평범한? 특전사 군인이며 헌터들의 갑질에 고통받지만, 국가 주도의 슈퍼 솔져 프로젝트인 개벽 프로젝트와 어느 천재 과학자의 변덕에 의해 헌터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로 거듭나게 될...지 안 될진 소설이 더 진행되어 봐야 알거 같네요.

 초반만 보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가 스리슬쩍 생각나는 전개더군요.

 

 

1. 들어가며

 

소설의 주제 선정에 대한 의견은 작가의 고유한 권한이고 그 어떤 누구도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소재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건 ‘작가에겐’ 필시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마틴님께서 제게 비평을 요청하셨으니, 그렇게 믿고 글을 시작하지요.

 

 

2. 세계관

 

 요즘 참 세상 살기 어렵죠. 온갖 시험들과 소모성 경쟁, 스펙에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우리 청년들은 아예 세상이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에 자살률 세계 최상위로 빛나는 통계는 조국,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잘 반영해준다고 할까요.
 국내외의 수많은 학자들은 1997년의 정부의 IMF 대책을 비판하며, 이미 15년 전에 한국의 오늘날을 예상하며 경계하라 했지요. 하지만 당연히 그딴 소리엔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고 우리는 예측된 그대로의 행동을 보여주며 지옥으로 돌격했습니다. (아, 설마 박근혜 대통령께서 2012 대선에 선출되실 거라곤 아무도 예측 못 한 거 같습니다.) 어쨌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게 사람들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그래서인지 요즘 우울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들이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기성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세대의 감성으로 거칠게 세상을 그려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더군요.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도 그렇습니다.
 위 작품도 대부분의 전통적인(?) 레이드물과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하나씩 분석해볼게요.

 

1) 기존 권력의 해체


 일단, 기존 국가 권력의 핵심인 강력한 군대가 거부되죠. 냉병기를 휘두르는 운동에너지(50~80J)와는 아예 급이 다른 강력한 근, 현대식 무기들(예비군 카빈 소총만 해도 총구 에너지가 약 800~1000J)은 그들의 세계관에선 어떤 이유에서 건 쓸모 없는 것이 됩니다.
 각종 레이드물에선 심지어 '그냥' 안 통한다고 끝내는 경우도 있지만 [더 리퍼]에선 균열 공간에서는 화약이 점화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쓰는 듯 합니다. 레일건(화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을 주무기로 한다는 점이 돋보이는군요.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되지만, 충분히 의문점을 가질만한 것에 설명을 해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어쨌든, [더 리퍼]의 세계에 대한 질서 편성권을 독점하던 기존의 권력체계는 해체당합니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헌터/비헌터라는 새로운 계급적 질서가 그 자리에 들어섭니다.


(여타의 레이드물에선 헌터들이 겉으론 굉장히 포악하고 마초적이지만, 사실 내면은 너무나 착하고 순종적이라 아무 힘도 없는 국가를 존중하며 조화로운 삶을 누리는 경우도 있죠.)

 

 소설은 독자의 질문에 작가가 대답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소설가가 모든 것에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겠죠. 하지만 같은 것을 바라보았을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의문에 대해선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리퍼]의 세계관은 파워와 조직이 갖는 상관관계를 반영하여 그 모습을 상상해 표현하였고 그점에서 무척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새로운 계급 체계의 등장


 부의 획득 수단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학연, 혈연, 지연, 종교연, 재산)에서 '개인의 힘'으로 변하면서 당연히 힘을 지닌 '헌터'가 사회의 지배계층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로서  [ 헌터 // 준 헌터 // 일반인 ]의 구조가 완성되죠. 전통적인 레이드 물의 구조 말입니다.

 

 그걸 더 살펴보기 전에 잠깐, 우리 사회를 반추해볼까요?

 

 1997년 IMF 이후 한국의 정책은 끊임없이 현재의 빚을 미래 세대로 떠넘기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고용 시장은 처참해졌고 OECD 소득불평등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위엄을 발휘했죠. 쏟아져 나온 대학생들은 나라에서 시키는대로 열심히 수능을 공부하고 학점을 땄지만, 그래봐야 스펙이라는 또 다른 뺑이 경쟁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여자들은 성형까지 스펙으로 치더군요.
 뉴스를 틀면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죽을 지경이고 연봉 5천을 보장해준답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배가 불러서 자존심 때문에 안 간답니다. 그런 천국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대한민국과 다른 차원에서 취재해왔나 봅니다. 하긴, 여긴 노동법 주 52시간 법정근로 강행규정조차 적용되지 않죠. 야근 수당도 안 주는 데 뭘 기대하겠냐만은.

 

 전 이 글에서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오해하지 마세요.


[ 정규직 // 비정규직 // 백수 ]
[ 헌터 // 준 헌터 // 일반인 ]


레이드물에서 새로 등장한 계급 체계, 생각보다 우리 현실과 닮지 않았나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첫번째 계급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대부분의 레이드물은 2, 3개급의 주인공이 1계급의 갑질에 당하다가 1계급을 상회하는 능력을 발견하며 1계급에 진입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우리의 소망을 아주 잘 대리만족시켜주는 거죠.


 [리퍼]의 헌터들도 1계급의 특전을 누리며 온갖 갑질을 합니다. [리퍼]의 주인공 천우현 또한 헌터들의 갑질에 분노하며 독자들의 공분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1계급, 헌터 중 찌끄래기 같은 녀석에게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죠. 이때 명색만 유지하고 있던 국가 기관인 한국 정부는 '개벽 계획'을 통해 천재 과학자 서박사를 초빙해 2계급인 주인공을 1계급 정도로 끌어올려줍니다.

 

그러니까 중소기업과 알바를 전전하며 모든 걸 포기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대기업에서 찾아와 '자네가 필요하네!'라고 말해준 셈이죠.

 

 물론 현실에선 그럴 일이 잘 없죠. 하지만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리퍼]와 여타 레이드물이 독자들의 어떤 점을 긁어주는 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굳이 취업 준비생들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한국 청년들이 경험하는 그 어느 곳에도 저런 비슷한 구도가 자리잡고 있거든요.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가. 근본적인 문제의 분석 & 해결이 미흡합니다.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는 결국 그 문제점의 현상을 '재현represent'하며 그 구조를 감추고 있습니다. 여타의 레이드물도 마찬가지지만, 마치 '왕정복고'를 하면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거의 절망적이랄까요.


[헌터/준헌터/일반인]의 3단계 신분제와 갑질. 우리에겐 전혀 낯설지 않은 계급 체계잖아요? 무엇을 특별히 더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의 레이드 물에선 '능력'의 등장으로 3단계 체계는 영원히 무너트릴 수 없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 되고 말죠. [더 리퍼]의 경우 준헌터인 2계급 군인이 1계급을 무너트림으로서 조금 낫다고 하겠지만, 그저 어느 계약직 회사원이 어느 정규직 회사원이 되었다로 그칠 것 같은 우려가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의 결론도 다른 레이드물처럼 결국 3계급의 어느 시민이 운 좋게 1계급이 되어 행복해졌다와 같으면 제 우울증이 조금 더 깊어질 거 같습니다. 물론 이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니 신경쓰지 마시길.

 

나. 기존의 체계를 정당화하며 고착시킵니다.


 사실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도 그렇듯이 인간의 계급 체계는 거의 상징적인 상상체계에 불과합니다. 유대계 재벌가의 아이들이나 당신의 아이들이나 아이티의 아이들이나 인류의 능력은 대동소이하거든요. 수많은 인종주의 연구자들이 그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를 조작해왔지만, 불쌍하게도 그들의 노력은 전혀 소용이 없었죠.

 

반면 레이드물은 그런 인간의 보편성 자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일반 인류와 다른 힘을 가지게 된다면? ]


그리고 그 힘의 격차는 기존의 '무기'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죠. 물론 이런 건 어느 판타지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레이드 물의 경우 그런 능력의 개발 가능성을 대부분 원천적으로 차단해둡니다.
 사법고시 삭제, 외무고시 삭제, 교육 불평등, 조세 체계의 간접화 등 개천에서 용나는 방법을 없애가는 신자유주의적 사회와 닮은 꼴이죠?

 

그리고 ‘헌터’와 이능력자들의 등장으로 그 구조는 영원해지며 명백해지고 절대 불변의 것이 됩니다. 우리는 설마 진짜 세상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걸까요?

 

다. 게임식 구성에 대해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는 게임 인터페이스 구조를 차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나올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그게 왜 문제인지 설명드릴게요. 적어도 쓰려면 그 효과과 원인을 알고 쓰시라는 점에서 굳이 언급합니다.

 

물론, 인기를 끌려면 명확한 수치와 기준을 제공해주는게 좋을 겁니다. 요즘 인기작들이 괜히 게임식 인터페이스를 쓰는 게 아니겠죠? 주인공의 레벨을 표시해줄 거까진 없지만 위상력의 수치를 보여준다던지 해서 명백한 힘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을 종종 쓰쓰잖아요.

특히, 수능 등급제의 기괴한 부활인 능력자 등급제요. 1등급 능력자! 특급 능력자!

 

ex)

난 STR 1700. // 남들은 STR 100.
"난 늬들보다 17배 힘이 더 세!"
엘릭서 획득! STR + 500!
"이제 난 남들보다 힘이 22배 더 세!"

 

 그야말로 1984의 빅브라더조차 상상하지 못한 지옥적인 노예 제도 아닌가요?
 숫자로 나열되는 당신의 가치, 그리고 그런 수많은 평가 기준에서 부디 높은 점수를 얻어 보려고 노력하죠. 수능 점수, 토익 점수, 시험, 학점, 점수, 시험, 숫자, 점수, 시험, 등수,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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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치이다 보니 우리 청년들은 비틀리다 못해, 이젠 차라리 그 기준이라도 제발 명확한 것이길 바라는 거 같습니다. 그 차이를 벌리기 위해 투자한 노력이 제발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죠.

 즉, 차라리 서열이라도 명백해지길 바라는거죠. 서열제도로 인해 가장 많이 다친 사람들이 오히려 서열제도를 가장 원하는 모순...... 어쩐지 우리 투표랑 닮은 거 같죠?


 이쯤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공정한 시작점과 신분 상승의 기회 보장이 아니라, 엿같은 사회에서 '나만 잘나는 거'라는 것을요.


 그러니 독자들이 외치지 않던가요?
"주인공은 젭라 소시오패스로 해주세요."
"능력퍼주지 마세요."
"사이코패스 주인공 너무 좋아요."
"호구 새끼 주인공 시러요."


물론 그렇다고 아예 소설을 쓰지말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작가들이 다 못된 놈들이라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바라는 욕망을 쫓다보니 결국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린 거죠. 작가들은 먹고 살기 위해 거기에 부응할 뿐이었고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자 애쓰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소망이 비틀어지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리고 높고 예쁜 숫자를 얻어봐야 어디 행복하던가요? STR 1700이 되어 과연 행복할지, 아니면 또 다른 경쟁과 고통의 시작일지 이미 모두가 그 답을 알고 있지 않나요? 

 

[더 리퍼]의 작가님인 스티븐 마틴님이라면 그 날카로운 시선으로 부디 그런 모순을 격파해낼 다른 결론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 믿어봅니다.

 

3) Ultimate Solution 새로운 해결 : 국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대기업 위주의 강력한 성장책을 구가해온 한강의 기적은... ( 미국의 석유본위제의 트라이엥글에 달러 환율 유지라는 약간의 조공을 받치는 대가로 생산공장 노릇을 자처하며 나름대로 꿀을 빤 전략적 포지션) 이제 한계죠. 중국은 ‘빠른 추격자’ 대신 ‘빠르고 짱쎄고 물량 쩌는 추격자’ 전략으로 우리 나라의 경쟁력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것이거든요.


 게다가 국가 경제를 키우라고 온갖 혜택을 줘서 만들어놓은 대기업들은 이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지 오랩니다. 투자는 안 하고 부동산이나 사며 제멋대로 법을 바꾸며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세금을 멋대로 포탈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구호 아래 법인세는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죠. 그 부족한 세수를 간접세로 매꾸느라 내수 시장은 더욱 죽어 버렸고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더욱 부실해지고...... 대기업의 경쟁력은 온실 안의 화초가 되었죠. 중소기업이 허약해지니, 고용이 불안해졌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조차도 노동법조차 적용 안 되는 지옥이 되더군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치를 제대로 세워 국가를 소생시키는 것뿐이란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 결론도 좋아요. 저도 우리 나라 무척 사랑합니다. 

 

레이드 물의 우울한 상황도 마찬가지죠. 마틴님의 전개를 보면 주인공의 행보는 추후 ‘국가주의’라는 가치가 되어 지겹게 반복되는 솔루션으로 부활시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러나 제가 경계하는 것은 그렇게 되살아난 불사조가 전제주의의 재림이어선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부디 국가도 강력한 하나의 폭력 집단이란 점을 감안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우리는 민주적이고 이성적인 제어 장치에 의해 통제당하지 않는 힘의 결론은 슬픔과 공멸뿐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수없이 겪었으니 더욱 잘 알지 않습니까?

 뭐, 아직 [더 리퍼 : 헌터 슬레이어]는 시작단계에 불과합니다. 힘과 권력, 국가 등에 대한 스티븐마틴 작가님의 고찰이 추후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해봅니다.
 


3. 글의 전개에 대해


 독자분들이 마틴님의 글에 댓글로 ‘특유의 긴장감’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무척 장르적 전통에 걸맞는 페이스로 잘 흘러가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소설적 기법에 대해 아쉬운 점 한 가지만 말씀드려 볼게요. 이건 전적으로 주관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연독률 10%, 완독률 5%의 소설을 쓴 사람의 이야기니 한 귀로 흘리셔도 됩니다.)

 

쳅터 2 전체가 사족입니다. 그냥 지금 당장 그 부분 다 지워도 무방합니다.


 제 생각엔 천우현이 쓰러지고, 바로 다음 장부터 천우현이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틴님 글은 첨예한 긴박감으로 끊임없이 잽을 날리며 독자에게 추천과 다음화를 누르게 하시는데, 쳅터 2에서 완전히 끊겨버리거든요.


 긴장감과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잠시 쉬는 타임이라면, 적어도 앞으로 등장할 사건에 대한 암시의 차원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저는 제 글에서 독자의 호흡을 빼앗아 감정이입을 못하게 만드려는 의도로 그런 방법을 종종 써먹었습니다.  나중엔 독자분들이 웃으면서 예측까지 하더군요. 여기서 끊고 다른 소리 하겠군이라면서요.
 어쨌든, 그런 방법은 독자가 인물과 거리를 두어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게 유도할 게 아니면 굉장히 해가 됩니다.

 요즘 미국의 소설들 추세가 그렇더군요. 절대로 회상하지 마라. 사건의 전개와 시점은 무조건 한 인물을 따라가라. 등. 그러니 잠시 멈춰 쉬려면 핵펀치를 한방 날리고 쉬던가 합시다. 잽만 날리다가 멈추면 그냥 돌아서고 말아요.

 

 어쨌든, [더 리퍼]의 초반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쭉 여행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인물의 라인을 타려면 그것이 본 주인공의 행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라야 합니다.

 

물론 서박사의 위대함과 개벽 작전 준비 과정은 중요한 것이겠죠. 그러나 독자들이 쳅터 2를 보며 느끼는 건,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일 겁니다.

 

 독자들이 천우현의 감정 라인에 매우 잘 몰입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만큼 마틴님이 잘 쓰셔서 생긴 '부가적인 독'이고요. 마틴님의 연주에 중독된 독자의 흥미는 오로지 천우현의 운명에 꽂혀 있겠죠?

 그러다보니 그와 상관없는 서박사의 멋진 등장 장면과, 대화, 사건들 모두가 죄다 그저 설정 나열이 되어버리는 거죠. 쳅터2 전체를 뛰어넘거나 포기한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반면, 추후 주인공 천우현이 눈을 뜨고 하나씩 아이템을 받으면서 강해진다면 독자들은 그 설정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이걸로 어떻게 주인공이 세질까? 이런 식으로요. 쳅터2의 부분들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써먹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아요.

 

 특히, 서박사의 성격이나 인물 제시 등은 추후 스토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 아닐 것 같더군요. 서박사를 주연급으로 두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이휘소박사처럼 할 것 아니면 그 등장 장면 그냥 과검히 빼버리세요.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추후 주인공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박사2에서 써먹으시던지.

 제갈량과 방통은 조연일뿐, 인기 있는 소설은 대부분 '유비'의 상황에 초점을 둔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제갈량의 어린 시절 따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구요.  

 

4. 마치며


 현재 나온 분량이 짦은데다가 준비해둔 스토리가 과연 어디까지일까가 조금 걱정이 되는 부문입니다. 색다른 걸 시도하시는 분들은 보통 조금 가다가 지쳐 연중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연독률이 굉장하다는 건 그만큼 소재가 좋고, 마틴님 글이 깔끔하고 전달력이 강하다는 점이겠죠? 부디 그 장점을 잘 살려 건필하시길.

 

 

* 아, 저번에 제게 소설 자추하신분 이름을 까먹어 버렸어요. 혹시 이글 보시면 쪽지 좀...




Comment ' 13

  • 작성자
    Lv.50 궤도폭격
    작성일
    15.03.13 23:21
    No. 1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루피오
    작성일
    15.03.13 23:55
    No. 2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시는 비평이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3.14 01:04
    No. 3

    - 이쯤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공정한 시작점과 신분 상승의 기회 보장이 아니라, 엿같은 사회에서 '나만 잘나는 거'라는 것을요. -

    제가 레이드물, 회귀물에 진저리치는 이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5.03.14 01:19
    No. 4

    더불어 자주, 너무 자주 보이는 갑질에도요.
    전생의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기회였을 뿐이니 도찐개찐.
    얼마 전 하루 3컷에도 나왔죠. 남이 부당히 이룬 것에 욕심을 느낀다면 그건 질투라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3.14 01:31
    No. 5

    언제봐도 볼륨감 있는 비평입니다. 신청욕심이 날 정도로 :)
    그나저나 차기작 소식은 아직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Qwerty12..
    작성일
    15.03.14 03:30
    No. 6

    비평의 신이시네요 후덜덜덜 정말 다른 작가분들께도 귀감이 되는 글인 듯 합니다. bb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클라우드스
    작성일
    15.03.14 10:31
    No. 7

    비평이 재미있기까지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3.14 11:24
    No. 8

    많이 배우고 갑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휘동揮動
    작성일
    15.03.14 22:50
    No. 9

    우와...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 글에 난바라다님의 비평이라니... 전 그저 한마디만 해주시길 바랬을 뿐인데... 이건 뭐 호식이 두마리치킨을 시켰더니 베이징덕이 오는 격이군요... 얼떨떨합니다. ^^;

    너무 훌륭한 글에 비루한 댓글을 달수가 없다보니 몇번이나 지웠다 썼다 반복하게 되네요. ㅠㅠ 먼저 제 미숙한 글에 비해 너무 훌륭한 비평을 해주신 난바라다님께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부분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그런 만큼 제가 다 표현을 못 해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염려해주신 부분에 대해 몇가지만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
    일단 게임식 구성은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의 백그라운드를 설정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후반부로 가면 그것의 기원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언급을 해야 할텐데, 그것을 세련되게, 그러니까 유치하거나 비상식적이지 않게 풀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

    그리고 군과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글이 시작되는 바람에 자칫 전체주의로 빠지지는 않을까 우려하신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누가 신경이나 써주겠느냐마는)지만 말씀드리자면, 본작 내에서 힘을 가진 자에게 찾아오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전체주의로의 유혹은 굳이 헌터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헌터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는 족속들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되면 딴생각을 하게 마련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등장한 인물들 중에서 이런 문제로 대립이 발생하고 거기서 갈등구조를 끌어내려고 합니다.
    글의 전개에 대한 부분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아예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한터라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조언해주신대로 그 부분을 본편의 내용에 녹여내볼까 고민중입니다. 제딴엔 설정해놓은 것들을 풀어놓고나서 시작하자고 한 것 같은데... 그리고 서 박사가 제머릿속에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글에서도 그만큼 비중이 있는지 의심이 되긴 합니다. 말씀하신것 유념해서 심사숙고 하겠습니다. ^^
    연중... 하지 않으려 매우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비축분은 7만자 이상 가져가려고 합니다. 요즘 이래저래해서 글 쓸 시간이 안나서 6만자정도 남았지만...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연중하지 않고, 기죽어서 쪼그라들지 않고, 처음 의도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훌륭한 글로 조언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이 비평글이 부끄럽지 않은 글 쓰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손인성
    작성일
    15.03.15 14:50
    No. 10

    앗... 특유의 긴장감 댓글을 쓴 독자입니다 ㅎㅎ
    솔직히 너무 간만에 문피아에 와서 현재 대세로 불리고 있는 레이드 물이란걸 잘 몰랐습니다.
    마틴님 글을 보았을때의 느낌은 괴물이 등장한 현대 밀리터리물..?? 인줄 알았습니다.
    상황 묘사나 주인공의 각오가 전지적 시점인데도 1인칭 처럼 잘 전달 되어 그런지 긴장감이 있더군요 ㅎㅎ.. 아직 헌터들의 활동이 많지 않아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싸울지도 모르고..

    난바라다님의 말씀처럼 첫 부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연독률을 보면 이후 스토리도 잘 이끌어 가실거라 믿어요~~

    마지막에 자추 요청... 건은.. 아마도 저인것 같은데.. 이런 비평글을 보니 무섭습니다;;

    하지만 마틴 님께는 큰 보물을 얻으셨네요~ 부럽습니다^^

    제글은 아까 오후에 자유 연재에서 전부 삭제했습니다 ㅎㅎ

    현재 일반 연재 신청한 상태이고 공모전이 시작되면 내일 한번에 다 같이 올리려구요~

    언제 시간이 되셔서 일독해주신다면 전 정말 몇마디만 해주셔도 기쁠거 같습니다.

    멋진 비평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아그니
    작성일
    15.03.25 17:21
    No. 11

    더 리퍼를 안읽어봤었는데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의 글이군요.
    비평문의 필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메인네임
    작성일
    15.05.12 09:18
    No. 12

    와. 감탄이 나오는 비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BK보카
    작성일
    15.05.23 23:36
    No. 13

    대단한 통찰의 비평이네요. 기립박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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