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페이지 읽어보다 글솜씨가 맘에 들어 빌려다 보았는데 드라마 허준을 보았을때의 감동이 밀려오는군요.
두병신지를 지닌 주인공 윤극사가 제세원의 엄한 스승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환자를 치료하며 참된 의원의 도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허준을 가르치고 의원의 바른 길로 인도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작가분이 신인같은데 한의학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것 같습니다. 환자에게 쓰이는 물의 종류부터 탕약을 다릴때 불의 세기, 약초, 침술, 갖가지 병에 대한 지식등 허준이 읊조리곤 하던 그 대사를 다시 듣는것 같군요.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공들인 흔적이 뚜렷이 보입니다. 저는 이런 작가가 쓰는 무협소설이 재미있습니다. 무기, 무공, 박투장면, 사건 등 소설을 쓰기전 중심소재에 대한 충분한 자료와 지식을 쌓거나 나름대로 체계를 잡은 후 이것들을 제대로 풀어낼줄 아는 작가가 쓰는 소설이 좋더군요. 무공으로 따지자면 대표적으로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이나 좌백님의 생사박 등이죠.
글솜씨도 좋습니다. 인생의 쓴맛단맛 고루 맛본후에나 뱉을수 있는, 삶의 깊이가 배어있는 말들은 사실 쉽게 논할수도 없고 어지간해서는 독자에게 쉬 와닿지도 않는데, 작가는 이를 윤극사의 스승을 통해 근사하게 만들어놓은것 같더군요(유의태처럼). 윤극사가 산중에서 검을 얻게되는 묘사부분은 아름다운 시 한편을 읽는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2권까지 읽고 났을때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다만 현재체 문체가 다소 많은 것은 조금 거슬리더군요.
윤극사라는 인물은 상당히 인간적입니다. 제세원의 뿌리이자 윤극사가 자라난 백초곡
은 제세원과는 달리 인술이 아닌 독술로 세상의 구원을 이루고자 하는 세력입니다. 인술을 펼치는 제세원의 명성은 날이갈수록 높아만 가나 과거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백초곡에 의해 멸망당합니다. 지향하는 목표는 같으나 백초곡과는 다른 길을 걷는 윤극사, 백초곡 의원들의 살해위기와 대립속에서도 비록 목숨을 노리는 적이지만 어린시절의 추억을 나눈 동문들에 쉽게 살수를 쓰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 다 죽어가고 있을때도 의원의 본분을 잊지않고 그를 살려놓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주인공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형이죠. 인간적이라는 것, 용대운님의 무협에도 주인공이 많은 인물을 죽이긴 하나 신념과 원칙이 있죠. 신념과 원칙이 있고 인간적인 주인공, 제가 제일로 치는 인물입니다.
그렇다고 무협의 요소가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비중이 작을 뿐이죠. 이제부터 아마 본격 시작될듯 하군요.
완결되면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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