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요즘 신무협소설 또는 신무협 판타지소설이란 표제를 달고 적지 않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생업에 바쁘지만 무협을 사랑하는 고무림 식구로서 진흙에 묻힌 옥을 찾는 기분으로 감상/비평글을 올릴만한 글을 간절히 찾아보지만 쉬이 찾을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소설의 기본이라도 갖춘 책이면 감상/비평을 하려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용대운님이 마검패검을 야설록 필명으로 내놓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출판환경은 얼마나 좋습니까.
실망과 허탕을 거듭한 나머지 이제는 최소한의 몇가지만이라도 충족된다면 감상/비평을
올린다고 다짐했습니다.
2. 최소한 이것만은 있었으면
1) 글의 흐름이 있어야 겠습니다.
수원지에서 발원하여 도도히 흘러가던, 급류로 휘몰아 치던 작은 물줄기들을 모아
거대한 흐름을 모으던 작가는 우왕좌왕 하지 말고 본인의 글에 나름의 끊어지지 않는 흐름이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작가가 길을 못찾는데 독자가 어떻게 따라 가겠습니까!
2)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창조해야 겠습니다.
주연이던 조연이던 있을자리에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겠습니다. 캐릭터가 살아있지 못하면 독자는 감정이입을 할수 없고 몰입하지 못합니다.
군림천하를 보면 진산월의 사형제들도 생생하게 개성이 부여되어 있고 설자리에 서 있습니다. 많은 동지님들이 낙일방을 염려하고 임영옥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음은 이미 감정이입이 되어 독자가 등장인물과 호흡을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 주제를 살려야 겠습니다.
‘청천백일’이 무언가 부족하다면 주제를 살리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문무공이면 독문무공, 천하재패면 천하재패 어느것도 못살리고 우왕좌왕했기에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해지고 용두사미가 되었습니다.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를 원합니다.
주제가 있어야 함은 또한 글이 수미일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류와 에피소드는 본류를 보조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완독후에 독자가 되새김질 할만한 글을 원합니다.
4) 소재와 설정 및 각종 사건과 사건의 연결에 실증성이 있어야 겠습니다.
실증이 무엇이냐의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저는 일단 ‘가공의 사실화’라고 정의하겠습니다. 무협의 소재와 액션등은 거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가공입니다. 이가공을 작가는 그럴듯한 묘사와 설명을 통해 사실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수집해서 공부하고 본인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자를 설득해야 겠습니다.
5)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체가 적절해야 겠습니다.
어휘력의 부족으로 묘사를 제대로 못하고 설명을 지루하게 한다든가, 현재형 어미를 남발하여 글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드는 일은 신인작가들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독자는 지루함을 쉽게 참지 못합니다.
적절한 어휘구사와 간결한 문체로 독자의 눈을 붙드십시오.
3. 나가며
무협소설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재미가 없어도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만 무협소설은 재미가 없으면 독자는 손에 잡지 않습니다.
그것이 대중문학의 한계이기도 하고 강점이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무협소설을 순수문학과 비교하고 순수문학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라 생각합니다.
무협소설이 뛰어난 작가에 의해 순수문학의 향기를 뿜을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본령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미있으려면 최소한 위에서 언급한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어 읽은 무협을 또 읽고 싶고 세월이 지나서도 기억하고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강호의 무명소졸은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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