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욱님의 글을 처음접한건 진가소전이였습니다. 단지 보통의 무협보단 두껍다는 이유로 본 것이였는데, 몇장을 넘기면서 책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한권을 읽고 늦은밤 버스를 타고 다섯정거장거리의 대여점에서 나머지를 대여해서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희집 주변에 책대여점은 비디오대여점과 같이 하고 있어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버스를 타고 빌렸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근처에 제법큰 만화방이 생겨 그곳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진가소전을 읽고 임준욱님 글을 찾아 이곳저곳 다녔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건곤불이기였죠. 처음 반나한의 이야기에 너무 빠져버린 것인지 반통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턴 읽는것이 더디게 되더군요. 그러나 역시나 몇장을 넘기면서 읽다보니 책에 빠져 읽게되고 끝까지 다 읽게 되었습니다.
건곤불이기를 읽고 한동안 이런저런 일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얼마전 아는 사람에게 농풍답정록을 받아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 서장을 읽고 나서 너무 많은 인물이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비중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쓸때없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생각은 바로 깨졌습니다.
주인공은 분명 사마진명인데, 결코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좋았습니다. 주인공에게만 신경써서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몇몇의 이야기까지 같이 진행되니 사건의 이해와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농풍답정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중 하나는 제금천이 마지막으로 제원표국을 공격하는 4권의 8장 농풍답정에 나옵니다. 두 아들을 읽고 아버지같은 사부중 한명을 잃은 제금천. 보통이면 복수의 광기에 젖어 있을텐데 그는 심복인 정봉을 따로 다른 지역에 보내고 삼백의 사람과 함께 제원표국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선 가슴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농풍답정록에는 절대악은 없었습니다. 온갖악행을 다한 왕진에게도... 무림공적이 되는 제금천에게도... 명문정파의 높은 자리의 인물이였음에도 제금천을 도왔던 운중룡에게도... 나름대로의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으며 그들은 절대악이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이라 할까요.
(그렇지만 타인에게 준 피해는 쉽게 볼 수 없겠죠)
제겐 임준욱님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기업체와 같이 자리잡았습니다.
호기심으로 읽었던 진가소전부터 건곤불이기, 농풍답정록까지 읽으면서 임준욱님 글에 완전 빠져버린거죠^^
임준욱님 글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고
멋진 인생을 엿보는 것 같고
인물 한명한명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인물에 빠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농풍답정록의 양산박의 어리숙한 산적들처럼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 촌검무인과 괴선을 읽을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즐거워지는군요.
끝으로 이런 좋은 작품을 읽게 기회를 준 정효형과 반디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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