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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쓴커피
작성
12.02.22 16:16
조회
7,825

작가명 : 북미혼

작품명 : 무당신선

출판사 : 영상노트

네타있습니다.

원래 북미혼님을 잘 몰랐는데요, 매화검수가 문피아 연재될때 읽어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협인데도 뭐랄까, 편하게 느껴지는 필력이라고 할까요. 무협이라면 좀 어렵거나 전투, 살육, 성적묘사 등등이 부담스러운 여성분이나 좀 어린 나이거나 무협을 처음 접할때 읽으면 좋겠다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출판된 매화검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주말동안 무당신선을 독파했는데 초기작이라 그런지 아쉬움은 많지만 매력있는 작가분이라 생각되어 감상 적어봅니다.

무당신선의 초반부는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1~3권 정도를 먼저 빌려 보고 뒤엣권을 주루룩 다 빌렸는데요. 위에서 편하다고 느꼈던 감정은 무당신선을 처음 볼때부터 느꼈습니다. 빨아들이는 흡입력이라거나 손에 땀을쥐는 박진감까진 아니더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의 재미수준을 느꼈습니다(개인적으로 지루한 책은 끝까지 못읽거든요. 돈주고 빌렸어도...). 하지만 나름의 복선과 스케일이 큰 음모가 많은 권수로 이어지며 페이스가 일찍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반부 들어선 흥미를 많이 잃은 상태로 겨우겨우 완독을 할수 있었을 정도로요.

그러나 분명 무당신선은 즐길 부분이 많습니다. 주인공인 무한은 절대 선 가치관인, 성격만으론 그저 티끌하나 없는 순수라고 할 정도의 성격입니다. 요즘 판치는 복수와 피에 절은 살육마 타입의 주인공들 사이에선 나름 신선하게 보일수도 있겠죠(꽤나 옛날 작품이지만...). 어둠이 없는 선한 주인공이기에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가 좀 야매로 사람들을 계도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악을 토벌하고 포섭하는 것은 통쾌함도 줍니다. 그리고 훈훈한 감동도 있지요. 많은 다크히어로에게선 없는, 인덕과 존경이 따르는 주인공은 그나름의 매력이 느껴지죠. 스승 현진자나 그와 같은 배분인 무당의 큰어르신들은 이 무당신선의 가장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라는 느낌마저 갖게 합니다. 현진자와 무당의 훈훈한 사제관계는 절로 마음이 편해지죠. 미소가 나올 정도로 귀엽구요. 이런 아들 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무한은 제법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무당신선 내의 적들은 오직 하나의 거대한 단체가 아니라, 각기 다른 목적의 적의 단체가 있고, 그 너머에도 배후가 있으며, 파다보면 이미 인간의 세력이 아닌 수준까지 나옵니다. 음모와 적의 스케일은 꽤 큰 편입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서, 다른 적들이 꾸미는 음모는 처음엔 그 정체가 모호하더라도 점점 윤곽을 드러내며 하나의 흐름으로 귀결되죠. 단순히 주인공의 무용담 뿐만 아니라, 적들의 집단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대한 묘사가 상세합니다. 적들이 워낙 많고 강하기 때문이겠죠.

또한 무림 내에서의 일이 아닌, 황실의 새 왕에 대한 반란과 시국이 겹치며 많은 적들의 세력과 주인공의 천하맹 세력은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더불어 거대 세력은 상단의 재력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원리를 들며, 상단으로부터 적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적들이 무한의 세력을 친다기보다는, 각기 음모를 벌이는 것을 무한 측에서 조사하며 그 조직의 내부로 파고드는 흐름이죠. 그저 싸우고 싸우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런 과정이 스케일이 큰 전쟁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작가분이 상당히 고심하며 설정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인상은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훨씬 많았기에 몇가지 집어보자면,

주인공 무한의 성장부분이 거의 생략되어 있습니다. 무한은 그를 가르친 제자인 현진자부터 본인까지 학도인이라는, 무당의 살아있는 지식의 보고같은 학자 신분으로 무공조차 익히지 않는다는 설정인데요. 그러나 주인공답게 천부경이라는 경전을 독파하며 세상의 도와 진리, 태극의 원리를 깨닫고 '본인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에도 할수 있는'(본문 내용 거의 그대로입니다) 수준이 됩니다. 열두권에 이르기까지 무한의 성장은 권수를 거듭하며 나아지진 않습니다. 거의 1~2권 수준에서 이미 최고이고, 점점 나아지는 것은 약간의 깨달음 정도니까요.

부적을 다룬다거나, 싸우는 상대들이 무술고수라기보다 거의 악마의 현신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에 일반 무협지의 주인공들과 궤를 달리하는 전투기술이나 성장과정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무한의 독자적인 기를 뿜어내면 사기나 요기, 정신 공격등이 전혀 통하지 않는것도 도사 설정이니 납득할수 있죠. 그러나 너무 날로 먹는다고 할까요? 그러나 무한과 동행하게 되는 무당칠검은 무당내에서 현역으로 뛰는 무사들의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들과의 첫만남인 1권부터 무한은 그들보다 무공실력이 우위입니다. 그걸 드러내는 것은 좀더 나중이지만요. 무당신선 내에선 이미 전설로 치부되는 전대의 고수나, 이미 현역이라 불리지도 않을 윗윗대의 대고수들이 적으로 많이 나오는데도 무한은 거의 단신으로 그들을 깨부숩니다. 주인공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그것을 뭐 논리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타당성과 피부로라도 느낄 수 있는 묘사와 과정이 있어야 '아 얘가 진짜 강하구나, 압도적이구나'하는 것을 느낄 텐데 무한이 강자들을 격파하는 과정은 '누가 누구의 공격을 막았네, 누가 누구를 쓰러뜨렸네'하는 정도의 감정밖에 느껴지질 않습니다.

초반에 정체를 모르고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미지의 적들은, 그 모습이 구체화된 이후에는 시시할 정도로 허무하게 격파당합니다. 중간보스보다 약간 높은 레벨쯤 되는 팔마황의 예를 들자면, 그들은 이미 인간이라기보다 역사를 거듭하며 환생해온 악마의 아바타쯤 되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각기 군주로 군림하는 세력이 있고 그 세력 모두가 무한의 적이죠. 물론 대빵인 팔마황은 무한과 직접대면하여 상대하게 되는데, 여덟에 네다섯쯤은 다 이런 묘사로 끝납니다. '어쩌구 저쩌구 한 마황의 최후치곤 허무했다, 무시무시하고 뭐뭐한 마황의 끝은 허무했다'는 식으로요. 전투신 역시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흥분과 긴장이 느껴지는 것 없이, 어떻게 어떻게 싸웠다는 묘사가 전부입니다. 여덟명이 너무 많다보니 그 전투신마저도 생략되는 부분이 있고요.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게 이 부분입니다. 팔마황이 정체를 드러내기 전엔 강대하고 무시무시한 적쯤 되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무한은 라스트보스와의 일전까지는 생사의 갈림길 비스끄무레한것도 없습니다. 긴장이 없어요. '편하고 매끄럽게 읽힌다'는 것은, 읽는 입장에선 쉽게 느껴지지만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능력이죠. 그러나 그것이 약점이 되는 듯 합니다. 박진감이 느껴져야 할 부분에서마저 그저 술술 읽혀버리고 맙니다.

그외에, 무한을 위시한 주변인물들의 묘사나 인간관계가 지극히 단순합니다. 무한 외의 인물들이 정말 한명의 살아있는 사람처럼, 무한과 부딪히기도 하고 갈등도 일으키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저 주인공의 들러리일 뿐입니다. 그들은 살아있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별로 해내지 못합니다. 무한의 최고의 동료라 할수 있는 무당칠검은 자신들보다 배분이 높지만 어린 무한에게, 처음엔 반감을 갖지만 무한의 깊은 도를 느끼고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거의 한두페이지면 끝납니다. 과연 자기 아들뻘인 나이의 동문을, 어느정도 보수적인 정파의 인물들이 완벽히 받아들이기까지가 그렇게 쉬울까요? 몇번의 갈등과, 싸움과, 조화의 과정 등을 거친 후에야 그들의 신뢰관계가 성립될테고, 그래야만 독자도 받아들일수 있겠지요. 그러나 도인들은 도로 통하는 건지, '도를 운운'하는 것만으로도 무한은 너무 쉽게 존경을 얻어버립니다. 그들의 모험을 통한 신뢰의 과정도 그닥 와닿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물이 무한의 추종자입니다, 무한의 윗대의 고수들까지도.

로맨스의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솔직히 그 부분은 작가의 성향이나 독자의 취향이 너무 천차만별이어서(어느정도 묘사를 해야 한다, 무협이니 그저 부수적인 정도로 끝내도 된다) 아주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첫번째 부인 천려군은 나름 순수하고 훈훈한 사랑이 느껴졌지만, 두번째인 사마영령은 그냥 어쩌다 보니 약혼하고 어쩌다 보니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요. (가장 싫어하는 민폐 타입의 히로인입니다ㅜㅜ)

그보단 굉장히 아까운 캐릭터라고 할수 있는 소림의 항마승 불마가 있습니다. 천살승을 타고나 이미 손에 피를 가득 묻힐 운명을 타고난 불마는, 그 운명을 퇴마의 방향으로 돌리라는 소림의 대승을 스승삼아 젊지만 무림맹주 이상의 실력을 첫등장때부터 들고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이 인물의 존재가 굉장히 흥미로웠던게, 무한의 호적수나 최고의 동료 혹은 적, 그런 역할 중 하나가 될 중요포지션이니까요. 무당의 도사와 소림의 승려라는 관계도 특이하고, 항마승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그를 주인공으로 또하나의 소설을 써도 될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에 불마가 무한과 부딪히며 어떤 시너지를 낼까 기대되었습니다. 스승의 의지에 따라 무한의 동료가 되는 흐름이었어도, '과연 무한이 제 성에 찰 인물일지 모르겠습니다'운운하며 장난아닌 성격으로 폭풍을 예감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무한은 '도로 통한다'는 식으로 불마를 얌전하게 포섭했고, 두사람은 후대에까지 길이남는 깊은 우정을 쌓는데 별다른 갈등도, 위기도, 일화도 없었습니다. 이런.

(여담이지만 이걸 쓰며 궁금해서 찾아보니 2012년도에 나온 북미혼님의 가장 최근작이 '소림항마승'이네요. 확실히 한번 조연으로 쓰고 버리긴 아까운 설정이죠. 불마의 이야기는 아닌듯 하지만요)

그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연이은 싸움도 휴식도 완급을 느끼질 못하겠고, 어떤 부분이 흥미로운지 아닌지도 애매한 형국이 이어집니다. 작중에서 인물들은 불이나게 뛰어다니고, 음모에 맞서고, 목숨을 걸며 싸우지만 독자에게까지 그게 와닿질 않는거죠. 후반으로 갈수록 적은 강해지고 스케일은 커지지만, 초반의 흥미와 통쾌한 부분은 점점 힘을 잃습니다. 그런 부분이 좋은 첫인상까지 잡아먹을 수준이라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두번째 작품이고, 매화검수에선 아쉽게 느껴지지 못했던 부분도 있는걸 보면 다작하시는 작가님이 성장을 거듭하시는 거겠죠.

제가 본 매화검수나 무당신선은 선한 주인공들이지만, 다른 작품은 정반대의 인물상이라 들어 굉장히 궁금하네요. 다음 기회엔 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쉬움은 많았으나 즐길거리 또한 충분했던 무당신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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