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마검자
작품명 : 사대영웅
출판사 : 없음
마검자님께.
어마어마한 분량의 글을 올리신 것을 보고, 뭐지? 하고 클릭하다 무심코 생년월일을 보게 됐습니다. 다른 것을 떠나 한 가지 글을 열정적으로 쓰신다는 사실에 그저 순수하게 감탄하게 됐습니다. 한편에 한권의 내용을 올려버리시다니. 15만자라고 되어 있기에 오류인줄 알았습니다. 감히 조언을 드릴 입장은 아니지만, 무협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도움이 될 만한 비평을 하고자 합니다. 부디 노엽게 받아들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1. 글의 시작에 관한 비평입니다.
서두를 읽어보니 출간하고 싶다는 바람이 명확해 보이시고, 기존 글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도 아주 잘 파악하고 계신 듯 보입니다. 다만, 무협이 가져다주는 재미와 일반적으로 잘 쓰고 좋은 생각들이 담겨있는 글이 가져다주는 재미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협을 읽으려는 독자 대부분은 그 글에 아주 좋은 뜻이 담겨있다고 한들 흡입력이 없으면 첫 장에서 눈을 떼버립니다. 뒤로 갈수록 재밌어진다. 이후엔 네가 모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이름 없는 작가에겐 쓸모없는 일입니다. 단 하나라도 독자를 잡아끌 매력이 없다면 아무리 수려한 문장과 이야기가 담겨있더라도 외면 받습니다. 때문에 시장에 맞는 글과 쓰고자하는 글의 괴리감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출판해서 남에게 읽혀지길 바란다면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두언에서 이어지는 개인사와 글을 쓴 동기, 주제의식 같은 건 독자는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부분입니다. 본문의 이야기 속에 잘 포함시키면 그뿐이죠. 그런 것이 몇 백자도 아닌 2만자 가까이 쓰여 있다면 일단 첫 번째 진입장벽이 되고 맙니다. 글에 대한 흥미는커녕 질려서 시작도 못하게 됩니다.
2. 글의 앞부분에 대한 비평입니다.
전체적인 문장은 오타도 거의 없고 문법, 단어선택 모두 기존 양판소라 불리는 글을 써대는 사람들과 비교하여 전혀 꿀릴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격이 다르다고도 보여 집니다. 하지만 쉬운 단어 대신 어려운 단어를 쓰고, 긴 논조와 숨이 막힐 것처럼 늘어트린 문장의 구성은 무협이 장르소설로 구분되는 것을 따져봤을 때 접근성을 너무 떨어트립니다. 정보를 공부해야 하듯 읽어야 한다면 장르소설이 가져야할 빠른 호흡과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덕목을 놓치고 맙니다. 쉬운 단어만 가지고 글을 쓴다고 그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꽉 막힌 것처럼 자신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것보다 대중성 측면에선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구성이 너무 불친절합니다. 챕터·단락도, 소제목도, 목차의 존재도 명확한 구분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그 많은 텍스트를 늘어놓으니 스토리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전반적인 설명도 너무 많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디테일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하면 질리다 못해 다음 글을 읽어 내려갈 흥미를 잃게 만듭니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단 하나로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고 재미까지 보장할 순 없다는 거죠.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상상이 일어나도록 간결한 문장을 쓴다거나 때로는 과감한 생략을 통해 빠른 호흡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거나. 아무튼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등장인물이 다양한 글은 한 인물을 따라가는 글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매력을 드러내 흥미를 유발시켜야 할 텐데, 초반 사대영웅의 탄생배경을 설명하며 사대초인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은 솔직히 말해 전혀 매력으로 다가오지가 않습니다. 과거의 인물이 어떻게 해서 무공이 강해졌고 그걸 어딘가에 남겼다. 이 플롯이 4번이나 반복되는 데다 앞에서도 말한 구성과 설명논조에서 오는 답답함 때문에 이마저도 대충 훑고 지나가게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등장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감성도 결여되어 있습니다. 행동기록. 사건의 일방적인 나열. 이것은 소설이라기보다 역사서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다만 무협의 세계관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할 뿐이죠.
3. 전반적인 비평입니다.
글은 독자를 누구로 설정하고 쓰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내용이 달라진다고 생각됩니다. 사대영웅은 마검자님과 비슷한 생각과 어휘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동감하기 힘들고 재미도 느끼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이 보고 느낀 글에 대한 감동을 자신의 글로써 똑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선, 대중성.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시장에 재미를 느꼈던 세대와 지금 세대는 다릅니다. 현재 무협을 출간하는 주요 출판사들이 타깃으로 잡고 있는 건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하고 온갖 미디어를 달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출간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 하는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이들에게 먹히냐 아니냐는 것. 글의 수준이 어떻고 하는 문제는 부차적입니다. 그들의 구미에 맞게 쓰지 못하는 글은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해도 출간하기 힘듭니다. 문피아 무협중 상위 조회수를 차지하는 글들을 보시면 이런 경향을 확실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수요와는 다른 독자적인 글을 쓰겠다. 아니면 시장에 맞게 글을 써서 출간을 하겠다.
시장에 맞는 글이라는 건, 마검자님이 서두에 밝히신 ‘별 볼일 없는 출신 배경을 가진 주인공, 무지막지한 고생과 시련, 그러다가 개연성도 없이 우연히 얻게 되는 기연, 어마어마한 무공의 성취, 통쾌한 복수를 포함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기, 그렇게 해도 모든 정황이 주인공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설정, 그 후에 무림을 평정하게 되는 것 등등의 식상한 스토리 라인’을 뜻합니다. 정확히 이런 내용이다 라고 말할 순 없지만, 천편일률적인 플롯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글들이 독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다른 요소를 다 제하고 나서라도 재미 하나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재미와 함께 특출한 소재, 멋진 요소들을 두루 갖춘 글들을 소위 명작이라고 부릅니다.
4. 마치며.
장르소설만 놓고 봤을 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왕도는 없다고 봅니다. 시장에 맞게 글을 쓴다고 명작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세계관을 고집한다고 해서 명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의외로 간단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재미있다고만 말해준다면. 그것이 극소수라 해도 글을 쓸 동기는 충분해 집니다.
마검자님의 글에서, 분위기에서, 열정에서. 재미있어 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단점을 한가득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부디 이 비평을 양분으로 삼으셔서 호평을 받는 무협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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