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요람
출판사 : 청어람
작품명 : 제국의 군인
요즘 장르 소설을 보면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개연성이 없는 경우가 첫 번째 이고 그 반대가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본인에게 있어 왜 화가 났느냐 묻는다면 그 두 가지 이유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앞뒤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에 재미도 없다.
보통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성질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느닷없이 딴 세상에 눈을 떴는데 전장에서 죽을 뻔 했으니 정신이 나가 상관들에게 육두문자 날리는 건 그렇다 넘어갈 수 있다. 작중에 나온 대로 미친개가 앞뒤 분간하는 게 더 이상하니까.
문제는 그 후에 나온다.
‘작전을 위해 친구와 자신에게 그럭저럭 쓸 만한 무기를 찾던 휘안은 적이 쓰던 무기를 노획한 곳에서 우연치 않게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돼는 검을 구하고 아군의 무기고에서도 무기를 찾다 딱 보기에도 이상한 전설의 무기 방천화극을 우연히 구하게 된다.’
방천화극이 어느 정도냐 하니 미스릴로 제련한 검을 종이 가르듯 자를 수 있을 정도다.
재밌는 건 방천화극으로 미스릴 검을 내려친 게 아니라 그 반대인 것이다.
미스릴 검으로 창의 날을 내려쳤는데 검이 스윽 하고 잘린 것이다.
설상가상 이라고 이번엔 대륙50인 중 웨폰 브레이커라는 칭호를 가진 자가 마나까지 써서 내리쳤는데도 끄떡 안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기 관리자는 아마도 그 날 단두대에 머리가 잘리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부터 본인은 짜증이 솟구쳤다.
기적적으로 살아남긴 했지만 죽으러 가는 것이 확실한 놈들에게 목숨 값이라고 그런 보물을 선뜻 내준다?
그것도 삼성장군에 지략에 있어서 세계 첫째를 다툰다는 자가 말이다.
후에 보면 휘안과 나머지 기사단 모두 죽이는 게 중장의 계획으로 밝혀지는 데 왜 그런 보물을 버리려고 한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황녀도 그렇다. 자신의 동생인 5황녀를 위해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수백의 생명을 촛불 끄듯 하는 행위는 뭐라 않겠다.
지긋지긋한 그놈의 대륙50인 중 하나일 정도로 강인한 황녀가, 600백의 목숨을 거리낌 없이 희생시킬 수 있는 황녀가 대체 왜 인질에 휘둘린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인질이 무엇인가? 소기 목적이 달성되면 짐 보다 못한 것이고 결국 죽을 게 뻔하다.
‘대륙50인에 들 정도면 무척 똑똑하다.’
작중에서도 나오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그런 구절이다.
그렇게 똑똑한데 어째서 인질에 휘둘리는 것이냐. 그것도 황녀씩이나 되서 말이다.
3황자가 5황녀를 인질로 삼은 것을 보면 황가가 화목한건 아니다.
그렇다면 암투도 있을 것이며 그에 대한 교육도 받을 텐데 황녀가 혈육에 목이 멘다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중간에 대륙 50인이 지긋지긋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분명히 있다.
세심한 작가는 고맙게도 우리에게 대륙 50인 이란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목차가 끝나기 전에 적어도 네 번의 언급을 할 정도다.
적어도 대륙에서 50명에 꼽는 강자라는 존재들인데, 초반에 나오는 자들을 제외하면 너무 존재감이 없다.
누구는 이랬었다. 누구는 저랬었다. 하는 수준으로 마친다. 그럴 거면 대륙 50인은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 그냥 대륙10강 이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나중에 나오는 적국의 귀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적국은 주술로 자칭 귀신을 만드는데 이게 얼마나 대단하신지 대륙 50인에 근접한 자들이 살기만으로 덜덜 떨 정도다.
황녀의 다음 이라고 할 수 있는 부기사단장이 영문도 모른 채 허리를 양단 당하고 1000미터 넘는 거리에 적을 직사로 쏴 죽일 수 있는 궁수역시 자신이 왜 죽는지 조차 모른 채 머리를 꿰뚫리게 된다.
아니 그럴 거면 왜 아까운 전쟁비용을 일반 병사들에게 소모시키는가? 나 같으면 비밀병기를 양산해서 적의 주요시설 파괴 및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데 쓰겠다.
또 따지고 싶은 것은 주인공 휘안의 성격이다.
생각을 해보면. 이중인격자 마냥 수틀리면 왈왈 짖어대는 미친개의 어디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찾을 수 있는가? 직설적인 화법에서? 중세시대에서 그랬다간 등에 칼먹기 딱 좋다.
내가 만약 중장이었거나 황녀였거나 아무튼 상급자였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려도 이상할 게 없건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말만 해대니 무언가 있는 녀석인가?’ 라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휘안의 매력 전제로 까는 것이다.
아니, 전쟁터에서 지휘관한테 생명의 경중을 따지는 게 옳은 말인가? 그것도 전생의 마지막은 군인 이었던 자신이 말이다.
군대 얘기 하니까 무슨 이상한 망상에도 잡혀있는 것 같다. 말하는 것을 보면 군대를 무슨 정신병자 양성소처럼 말을 한다.
자신은 원래 유약 했는데 군대 다녀서 맛이 갔다는 거다.
군대 갔다 오면 고생 하는 거 맞고 심하게 고생하면 성격도 변할 수 있긴 하다.
근데 과연 그게 사람을 180도 변하게 할 정도일까? 주인공은 그렇다고 한다. 그게 아니면 완전 줄 잘 만나서 땡보직을 한 사람들이나 안변한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근데 왜 내 주변에 군대갔다온 사람들은 제대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을까? 내 친구들은 모두 스타하고 줄지어져 있나보다.)
아무튼 그렇게 생명에 무거움을 잘 아는 휘안은 나중에 마법병기로 수 백명을 한 번에 죽여 버린다. 이유가 어쨌건 트라우마가 생겼건 자기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수백 명 죽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제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백 명 희생 시키는 건 이성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역겨운 짓인가?
애초에 인의와 도덕으로 모든 것이 따져지면 싸움은 왜 일어나고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주인공은 모르나 보다.
나중엔 재미가 없어져서 조기 종영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일이 있어 그만 둔 것인지 5권에 1부 완결로 끝이 난다. 뿌려진 그 많은 떡밥을 회수하지 않은 채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인 감정이 다분히 들어 가 있다.
비단 이 소설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소설에도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문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1권에선 안 그랬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거, 무리" 라는 식의 일본만화에서 쓰는 문체가 자주 나온다. "무리야" 라고 쓴다고 해서 탈날 일은 없는데 왜 굳이 저런 표현을 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무린데영?"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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