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ONE DAY
작가 : F.카프카
출판사 : 문피아 연재
- 잘 보았어요. 오랜만에 굉장히 좋은 글을 본 거 같아요. 꽉 차여진 문장의 나열들을 보고 있노라니, 혹시 국문학 혹은 그와 관련된 과를 전공하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네요.( 이렇게 소설은 여백을 최소한으로 써야 옳은 것인데, 이러한 말은 전공수업이 아니면 듣기 힘들더라고요. 요즘은 워낙에 가독성에 신경 쓴 글만 난무하다 보니)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욕심처럼 아쉬운 부분이 보였어요. 분명 좋은 글이지만, 무언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분명 최근 연재되는 많은 글에 비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문장에 자신감을 가지신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 문장이 과연 이 글에 어울릴까?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종말로 치닫는 세상이더군요. 문명이 무너지고, 야생으로 돌아간 세상의 이야기.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는 문명으로부터 탈주, 연대로부터의 탈주의 끝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참사와 그 속에서 새로이 새겨지는 선의 세계라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세계죠. 그리고 작가님께서는 그 세계의 틀을 확고히 잡고 계신 거 같아요. 하지만 그 잘 잡힌 틀 때문인 지, 그 틀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장이 완성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비쳐진 게 아닌가 싶어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건조한 세상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장은 지나치게 화려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것은 분명 문장의 우수성을 내비치는 부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전체적인 흐름을 해치는 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더라고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분명 건조하고 딱딱한데, 그에 비해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문장이 화려하니 한 명의 독자로써 굉장한 괴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이것이 꼭 나쁘다고는 볼 수 없기도 하긴 해요.
유명한 소설 중 하나를 꼽자면, 전경린 작가님의 ‘염소를 모는 여자’ 같은 경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각박함을 몽환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이끌면서 오히려 소설 속 화자의 각박함, 그 속에서의 탈주를 극적으로 표현하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소설의 화려한 문장은 소설 전반적인 틀을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일례로 문장이 수시로 바뀌는 게 보여요. 이것은 화려함을 통한 극의 전체적인 각박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좀더 잘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이 같은 화려함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어요. 난무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히 문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게 곳곳에서 드러나거든요. 특히 장면 속 인물이 단수일 때와 복수일 때가 극면히 달라져요.(아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정리를 잘 못한 거 같아요) 차라리 화려함으로 일괄된 문장이 이어진되면 좋으련만, 이처럼 곳곳에 문체의 변화가 일어나니- 앞서 말한 것처럼 화려한 문장은 극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힌 듯 괴리감을 주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첨언하자면, 문체를 어느 하나로 고정시켰으면 해요. 지금까지 올려진 글을 다 읽고 나서 보니, 그 화려함을 최대한 배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이것은 순수하게 독자로써, 짧은 의견일 뿐이에요.)
화려한 문장이 주는 문제를 한 가지 더 부각하자면, 문장이 작중 인물들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앞서도 말했지만, 그 화려한 문장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게 이러한 문제를 준 거 같아요. 이 글에서 화려함은 대부분 외부적 요인에 대해서만 집중되어 있더라고요. 오히려 인물의 이성과 감성에 대해서는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게도 건조해요. 이렇다보니 자연히 화려한 외부적 요인에만 눈이 가고, 인물은 그만큼 점점 더 흐려지게 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이 소설은 엄연히 사람(=주인공)과 사람(=타인_)의 대립 연대 등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였어요. 그런데 그러한 의도가 분명한 소설에서 인물이 흐려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게 아닐까요?
비평은 분명 비난이 아닌데 나쁜 소리만 늘어놓은 거 같아요. 그리고 화려한 문장이 글을 흐리는 독인 거 같아요! 라는 짧은 말로도 충분한 것을 괜히 장황하게 늘려놓은 것만 같아 죄송하네요.
그래도 최근에 본 소설 중에 제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글이었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글을 쓰고 싶어 이렇게 글 남깁니다.
분명 문장 하나하나를 신경쓴 부분은 보여요. 하지만... 정말 조금이라도 좋으니, 그 화려함을 숨기면(그것이 안된다면 전체를 정말 화려하게) 어떨까, 한 번쯤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릴게요~^^; 오랜만에 선호작을 하나 얻어 기분 좋네요. 작가님 화이팅~/
ps. 비평란... 아니, 문피아에 처음 글을 남기는 거라, 혹시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조금 걱정이네요. 혹시 실수한 부분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또 열악한 환경(..)에서 쓰느라 수정 없이 탈고하니, 오타 등이 보여도 애교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