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무협소설을 선택하는 기준은 두가지이다. 그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쓴 작품이냐?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출판하는 출판사냐? 이 두가지를 가지고 난 작품을 선택한다.
전자의 경우는 이미 유명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아직 스타일을 알지못하는 신인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를 꼽자면, 시공사의 드래곤북스, 그리고 청어람. 이 두 출판사의 작품이라면 신인이라도 한번쯤 손을 내어본다.
시작부터 작품얘기는 없고, 왠 출판사 얘기냐라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창천무한을 출판한 드래곤북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최근들어 처음 실망아닌 실망을 한 작품이 바로 창천무한이기 때문이다.
창천무한. 고무림의 연재작이고, 또한 드래곤북스의 출판작이기 때문에 난 아무런 꺼리낌없이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3권을 보는내내 찌푸린 얼굴을 펼수가 없었고, 3권을 덮을때는 정말 한숨이 길게 뿜어져 나올만큼 최악이었다.
그럼 창천무한의 어떤점이 그리 최악이었는지 얘기하자면,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스토리의 진행이나 등장인물등 새로운 것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을 만큼 구무협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뫼사단을 주축으로 한 신무협의 등장이후, 구무협에 대해 징그러울만큼 싫어하는 내 취향에 있어 창천무한은 '이건 아닌' 소설이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편무강과 백하린은 개성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을 만큼 단편적이었고, 스토리도 과거 구무협이 답습했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을 찾을수가 없었다. 어느것하나 남에게 뒤지지 않는 천재 주인공. 또한 주인공이 손을 대면 하찮은 세력도 곧 강호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세력으로 발바꿈하고, 어디를 가던 미인들이 등장하며, 그 미인들은 항상 주인공과 엮인다. 어디를 가던 우연히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나, 세력을 만나고, 배신이라고는 생각조차 할수 없는 충성심에 가득찬 인물들이 가득하다. 등장인물들은 고뇌하는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고, 항상 잘 짜맞추어진 퍼즐같이 쉽게 일이 풀린다.
물론 이외의 작품들에 구무협의 코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코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혹은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달라진다. 하지만 창천무한은 그저 구무협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고 있을뿐, 그 어디서도 그 코드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하는 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 창천무한은 나쁜소설인가? 그건 아니다. 여러작품을 완결한 작가의 필력이 곳곳에 보여진다. 신인들이 범하기 쉬운 대화위주의 진행에서 탈피해 좀더 짜임새있고, 힘찬 힘이 느껴진다. 통신무협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소설들보다는 백배 짜임새있고, 완성도가 느껴진다. 즉 한편의 소설로써 크나큰 완성도의 부제나 습작이라는 느낌의 허술함은 이 작품에서는 보여지지 않는다. 스토리도 작가가 의도한 대로 잘 맞추어진 퍼즐처럼 하나둘 잘 풀어나가고 있다. 만약 구무협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지 않았다면, 괜찮은 소설이라고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무협의 코드로 가득한 이 소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잘 쓰여졌다고 보여지는 이 소설이 구무협을 증오하리 만큼 싫어하는 내게 구무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는 취향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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