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책방이 새로 생겼다. 고맙게도 보고싶어도 구할 수 없어서 보지 못했던 무협들을 구할 수 있었다. 어제는 용대운님의 독보건곤과 요즘 간간이 추천이 있던 학사검전을 빌려왔다.
먼저 학사검전 1권을 봤다. 새로운 시도가 눈에띄는 작품이었다. 경전이나 외우고 글이나 끄적대던 학사나부랭이가 무공에 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통쾌함이나 유머, 장중함이나 비장함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조금씩 흥미를 유발시키며 잔잔하게 독자를 이끌어 나갔다. 1권까지를 읽고난 후 느낌은 그냥 다음권을 봐야겠구나 하는정도 였다.
그리고 나서 독보건곤을 읽게 되었다. 전 6권을 12시간만에 독파해 버렸다. 어디까지나 학사검전 감상이니 구체적인 감상은 생략하겠다.
독보건곤을 다보고 나서 학사 검전 2권째를 집어들었다. 나는 후회했다. 학사검전을 다 읽고 독보건곤을 볼 것을... 학사검전 2권을 읽는 순간 순간이 곤욕스러웠다. 학사검전 2권은 나에게 기발함을 넘어서 황당함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이 나뭇가지 하나 들고 수련검(수련용 검법으로 내공심법 없이도 내공을 쌓을 수 있다??)을 수련하다가 약간의 내공을 전수받고 십여년 만에 깨닳음을 얻는다. 그동안 주인공이 한것이라고는 어느정도 고수인 금위의 무공교두에게 십팔반 병기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가르침이라고 해봐야 체조에 불과한 몸동작 익히기), 하루에 몇시진씩 수련검을 수련하기, 각종 비무이야기를 이야기꾼에게 들으며 결과를 예측하기 뿐이다. 웃긴것은 비무한번 해보지 않은 주인공이 내노라 하는 검도고수들의 비무이야기를 들으며 결과를 다 예측해 낸다는 것이다. 직접 보고 예측해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 할 터인데 단지 듣는 것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검도고수들을 다 파악하는 것이었다.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이 깨닳음을 얻고나서, 모용가의 가주와 철가장의 장주의 비무이야기를 들으며 모용가주의 승리를 예측하였으나 결과는 철가장주의 승리였다. '이렇게 했으면 모용가주가 이길 수 있었을 터인데 왜 모용가주가 패배한 것일까'하고 주인공은 고심한다. 이것은 이제 주인공의 검에 대한 깨닳음이 모용가주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모용가주에게 모용가의 검도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서찰로 보낸다. 그리고 모용가주는 그 서찰을 보고난후 바로 큰 깨닳음을 얻어 철가장주와의 재비무에서 승리한다.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책을 덮을 것인지 말 것인지 신중히 고려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황궁을 떠나 강호에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주인공은 세가의 가주씩이나 되는 사람에게 글자 몇줄로 깨달음을 주기까지하면서 산적 몇명조차 제압하지 못하고 고전한다. 여기에서 학사검전에 대한 더이상의 기대를 버리게 되었다...(깨끗이 GG)
2권까지 읽고 난 후 이책에 대해 짧게 평해보자면 배경만 무협인 판타지 소설이랄까... 몇년전 한참 판타지 소설에 빠졌을때 보았던 저자가 20살 안팎인 판타지 소설들과 느낌이 흡사했다.
학사검전은 십대나 스무살정도의 독자들의 기호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 나도 엊그제가 십대 같은데 벌써 스물둘이나 먹었구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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