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팍한 지식으로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쓴 점, 죄송합니다. 내용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마음대로 욕해주십시오.^^;;
저는 한국 신무협의 의미를 말한다면 그 중 하나가 무협소설의 현대소설화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무협소설이 우리나라 고전문학(홍길동전, 전우치전 등)의 맥을 잇는 점이 있다라고 말을 했다가 엄청 무시당했다고 하시는 말씀을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저 역시 무협소설이 고전문학의 맥을 잇는 점이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어서 그분의 의견이 어떻게 무시당하고 씹혔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고전문학을 조금 배우신 분이라면 저나 그분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고전문학과 무협소설의 공통점은 영웅의 일대기를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웅의 일대기란
1. 주인공은 원래 고귀한 혈통의 자손이지만, 사악한 적에의해 비천한 환경에서 태어난다.
2. 주인공은 성장과정에서 적의 음모에 의해 수없이 많은 시련을 겪는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타고난 영웅적 자질로 그 역경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간다.
4. 최초에 주인공 혹은 주인공 가문을 역경으로 몰아넣은 적을 응징하고 당당히 위상을 회복한다.
오래전에 본 것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것이 영웅의 일대기로 알고 있습니다.
무협소설의 틀과 좀 비슷하지 않나요?
각설하고 한국무협소설의 현대문학화 라는 점을 말씀드리면, 우선 현대 문학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씀드려야 할 것같습니다.
현대 소설과 고대소설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지만(주인공, 시점, 묘사, 단락 등등) 그 중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신분입니다. 고전 문학의 주인공은 권력의 핵심, 최고 상층부에 있습니다. 아니 아예 아주 오래된 초창기의 소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신입니다. 신에서 반신으로, 반신에서 고위층 인간으로 이렇게 내려옵니다. 예를 들어 소설의 원형 형태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신입니다(헤라클레스는 반신이지요.) 그리고 그 다음 단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에 오면 왕(오디세우스)이나 장군(아킬레스)같은 영웅이 주인공이 되지요. 그 다음 단계는 귀족(중세 문학의 기사들)이 주인공이 됩니다.
현대 소설이 등장하게 된 것은 파트롱이 없어지면서 부터입니다. 파트롱이란 작가에게 글을 쓸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부자들을 말합니다. 가난으로 내몰리면서 작가들은 비로서 3류 인생, 하층민, 중심이 아닌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를 소재로 글을 쓰게됩니다. 러시아 작가 고리키의 작품을 현대소설의 시작 중 하나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고리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영세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귀한 혈통의 인물에서 일반 서민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것이 현대문학의 키워드입니다.
제가 대도오, 천산검로를 한국 신무협의 상징이라고 말씀하는 이유를 이쯤되면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기존의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명문세가의 제자, 혹은 귀족가의 자손이었습니다. 좌백님의 대도오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것은, 그 문체의 담백함, 분위기의 터프함 등등도 있지만 그 주된이유는 바로 대도오가 족보가 없는 상놈이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뒤늦게 나온 장경님의 천산검로! 기존의 무협의 배경은 대부분, 소림, 무당, 화산, 아미 등 9대문파 중 거대 문파나 아니면 황궁이었습니다. 권력의 중심이었죠. 하지만 장경님의 천산검로는 그 많은 문파 중 하필이면 가장 말석에 가까운, 또한 변방에 위치한 공통파를 중심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도오, 천산검로가 한국무협을 현대소설화 했다는 제 생각이 무리일까요? 제생각에는 대도오, 천산검로는 이 후의 수많은 무협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보다 현대적인 소설, 세련되고, 플롯이 분명하고 단지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이나 미인 섭렵의 재미 뿐 아니라,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여러 수작들을 낳은 원전과 같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일려고 합니다.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시고 혹시, 대도오, 천산검로를 안보신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