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북명(北溟) 먼바다 너머에는……얼음만 뒤덮인 산이 있지. 천 장 길이보다 더 두꺼운 얼음……그 누구도 그 얼음을 깰 수 없다. 하지만 얼음 밑을 흐르는 한 줄기 여울……빙하탄(氷下灘)……그 여울이 천장 두께의 얼음을 깨지. 나의 마음도 북명의 얼음 산……나의 마음을 깬 것은……바로 너희들의 눈물……믿어다오……. ' -본문 중에서
난마처럼 얽힌 사랑과 의리, 애증과 충성의 뒤범벅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철저히 소외되었던 주인공 황금수 심연호.
변방에서 굶주린 늑대처럼 떠돌던 그는 유일하게 정을 느끼던 친인의 유서와 같은 편지와 함께 다시 강호의 중심 천붕방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러나 예전의 친우와 친인 심지어 어머니까지 그를 반겨주지 않고, 반역도로 몰린 아버지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진실을 남겨 둔 형의 목숨 값으로 얻은 천하제일인의 무공 초혼경천록은 그의 허무감을 더욱 짙게 만든다.
한편 강호는 또다시 등장한 무적마인으로 인해 피바람을 예고한다.
빙하탄은 근래에 찾아보기 드문 작품이다. 또한 신무협이라는 타이틀이 꼭 맞는 작품이기도 하다.
장경의 작품 중 암왕과 더불어 읽기에 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한번 읽고 나면, 두 번, 세 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과 숨겨진 복선을 새롭게 음미하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가령, 아버지 심재천이 초혼경천록의 외경만 어머니 철봉황에게 넘긴 사실이나 철봉황이 외경을 보지 않았으리라고 스스로 위로하던 심연호의 모습 등등.
빙하탄은 장경의 이전 글들에서 살아 있었던 오기와 꺾이지 않는 신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건하고 생생하게 넘치던 기운이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 있고 어느 곳에서도 발 디디고 정착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방황하던 주인공의 뿌리깊은 허무감을 폭력을 통해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허무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과장된 이해와 관심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었던 두 여자, 교검과 도영의 자연스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성라대연-황금인형의 연결고리를 보면서 빙하탄의 후속편이 너무나 보고 싶어진다.
몽검후!
그가 조만간 깨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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