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이란 작가는 수라마군을 통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입속에 버석거리는 듯 한 삭막한 글 분위기가 기호에 맞진 않았지만 그의 글에는 끌리는 무엇이 있었다.
사신이란 작품에서는 그의 새로운 시도에 찬사를 보냈다. 내가 바라본 사신은 많은 단점을 안고 있었지만, 글의 전개 중 일부로서가 아닌 글 전체를 [추격, 도망] 이란 테마로 이끌어 낸 실험 정신은 단점을 가리기에 충분하였다.
이렇듯 성장해나가는 설봉이란 작가에 대한 기대에 그의 신작 대형설서린이 나올때 마다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권이 나오는 족족 읽어나갔다. 하지만, 며칠전 읽은 대형설서린 7권은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전작 사신에서 드러낸 단점이 7권에 이르러 그대로 나타났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이상 새로운 시도도 없었다.
7권을 읽고 내가 느낀 실망은 다음과 같다.
1. 무대장치의 부족
- 갈수록 암혼사를 비롯하여 독사와 주변 패거리들이 익히는 무공에 대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이리저리 만들어 [쎄다! 쎌수 밖에 없는 무공이다]라고 하는듯 하다. 독사는 무척 심오한 무엇인가를 깨우친듯 암혼사의 구결을 풀어내 무공이 급진전하는데, 그 내용이란게 다른 누군가도 다 생각할 만한 내용이다.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찾아 특별하게 된다는 것일텐데.... 이를 무공에 연관시킬만한 무대장치가 너무나 빈약하다. 고작 -암혼사-니까~ 이다. 왜 이렇게 쉬운 무공증진을 다른 사람들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직선보다 빠른 곡선적 무공에 대해 독사가 5분도 안되어 짧게 설명하고 이를 들은 동료들이 모두 깨달음을 얻는 장면은 이러한 내 생각에 박차를 가했다. 차라리 독거기인이 남긴 천하무적의 비급을 얻어 천년화리의 내단을 섭취함으로 10갑자의 내공을 얻는다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
십인십색의 신비무공 암혼사라는 괜찮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치 오페라 공연을 해야하는데, 아무 무대장치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오페라 각본으로 마임 공연을 하는듯 하다.
2. 전 권을 잇는 흐름의 부족
- 7권을 읽으며 가장 한탄한 일이다. 왜 독사는 요빙을 잊어버리고 만걸까? 7권 내내 요빙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다. 탈출을 하기 위해 무공을 연마하고, 그러기 위해 조직을 만들려는 독사일터인데 7권에서의 독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이전의 내용들 속에서 이미 다 설명이 되어있고, 싸우는데 바뻐 독사가 요빙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수 없다고도 반박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글 전체를 꿰뚫는 기둥을 위해서는 요빙에 대한 추억 혹은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7권의 독사는 목적을 잊고 과정에만 빠져든 오류를 하고 있는듯 하다. 독사는 결코 그런 어리석은 캐릭터로 설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권 전체를 잇는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상당히 어색하다. 비뢰도의 늘어짐과 비슷하다고 하면 너무 심한 욕일까?
3. 기타
- 여러 인물들의 몰 개성. 복선의 부족(7권의 내용을 볼때 이전에 복선은 꼭 필요했음).
좀 더 많은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늦었다 ㅡ.ㅡ;;;;; 사실 계속 하고 싶은 얘기를 제대로 못하고 헛소리만 하는듯도 하고 해서...기타로 대강 매조지를 했다 ^^;; 여튼 대형설서린은...갈수록 늘어지고 단점이 벌어지고 있는듯 하다. 준비와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각 권들이 따로 놀고 작품 전체에 대해서는 관리가 부족해지는듯한 느낌에 너무 아쉽다. 이래서야 사신때와 달라진게 없지 않은가! 사신도 후반에 갈수록 실망하며, 그래도 다음 작품을 기대하였는데..... 다음 작품인 대형설서린 마저도 똑같은 실망을 하게 된다면....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점점 옅어질듯 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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