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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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용대운님과 좌백님의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독보건곤과 대도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싸움이 끊이질 않는 강호를 헤쳐나가는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 어쩌면 막연한 마초리즘으로의 환상일지는 몰라도 난 그들을 동경한다. 피가 튀고 살이 찢겨나가더라도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눈빛만 보아도 서로를 알수있는 친우가 있는, 그런 이야기.
혈리표를 처음 본것은 고무림의 연재란에서 였다. 나는 처음에 무슨 당선작이라고 들어서 않보려고 했다. (상 받은 것은 그다지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은 읽었고 감탄했다. 다른 것에는 기대지 않고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풍파강호를 헤쳐나가는 철각투귀의 모습은 오래간만에 거친 사내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작가님이 수정을 이유로 연중하시고 나서 수정후 다시 연재하는 것을 일부러 읽지 않았다. 책으로 나오면 사서 보기 위함이다.
어느 날 신간에 혈리표가 발간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람처럼 달려가서 혈리표를 사왔다. 오!! 표지도 내 마음에 쏙 드는데~~. 흡족한 마음으로 딱 4시간 동안 정독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
확실히 재미있었다. 아마도 내가 작년에 읽은 책 중 잘 쓴 베스트 10을 뽑는다면 그중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였다.
음..
...
만일 수정전의 혈리표를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수정 후의 혈리표는 수정 전보다 훨씬 잘쓰기는 했다. 수정 전의 혈리표는 이제 구해서 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내 어렴풋한 기억에 의지해서 생각해 보면 수정 후는 수정 전에 비해 휠씬 더 자세하게 묘사되었다는 느낌이다. 장세철의 무공수련에 대한 것이나, 그가 그렇게 행동한 것에 다다르기 까지의 그의 생각, 등 휠씬 더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정 전보다 휠씬 더 작품이 짜임세 있어졌다. 사건이나 무공같은 것도 앞뒤가 잘 맞도록(특히 혈룡도의 출현 같은 경우 작품 전에는 '그 기물을 이렇게 대놓고 자랑하다니,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정 후에는 수긍이 가게 변했다.) 쓰여졌다. 확실히 잘쓰기는 수정 후가 훨씬 더 잘 쓴거 같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개인적으로 혈리표라는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고 있던 점이 주인공의 매력이다. '이제 이놈들이 주인공을 가로막으면 주인공이 순식간에 박살내겠지.'라던가 '우와, 부신을 꺽고서도 망설임 없이 혈룡도를 여자아이에게 넘겼어~멋있다~~~'등등, 내게는 주인공이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수정후의 주인공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좀 매력이 떨어졌다. 수정 전이 강인하고 폭풍같은 사내라면 수정 후는 옹고집에 조금 이기적(?)이라고나 할까. 특히 (이름이 기억않나는) 그 모녀에 대한 처사에서 수정 전은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그 들을 보호하고 배려해주며 소림사까지 데려가서 돌봐 주었다. 하지만 수정 후에서는 왠지 자기 갈길만 제촉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어쩔수가 없느니, 졌느니 하면서..) 주인공의 생각을 상세히 묘사한 것이 오히려 해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또 철각을 하고 박투술을 한다는 것이 이상해서 수정했다고 하는데 그게 어쨋단 말인가? 말이 않되기로는 내공이나 장풍, 검기같은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한쪽에 철각을 달고도 기라성 같은 고수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본 사람으로써는 사지 멀쩡(?)한 주인공은 사실 좀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히 수정 후는 글솜씨가 훨씬 더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수정 전의 글이다. 글의 짜임, 묘사, 개연성 같은 요소 역시 중요하지만 다듬어지지 않는 거친 필체나, 등장 인물간의 말 없는 교감, 주인공의 정신적인 강함등의 맛난 것들을 포기하면서 까지 수정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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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다 보니 비평쪽으로 간것 같습니다만, 사실 혈리표는 굉장히 잘쓴 글이며 뛰어난 작품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기준으로 '이러한 점에서 조금 아쉽네..'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 글을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머리에 피도 않마른 것이 작품을 볼줄 알면 얼마나 알겠다고 비평을 하겠습니까? 위의 글에 대한 태클, 비방은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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