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사전기는 아래의 자승자박보다 조금 더 먼저 본 책이다.
그런면에서 이미 기억이 가물거리는 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굳이 여기 적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왜냐하면...
아래의 자승자박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절반의 성공.
평가는 그렇다.
풍사전기는...
냉정히 말하자면, 감각이나 필력이나 거의 신인이라고 하기 어렵도록 뛰어난 글이다.
태규는 그런 면에서 준비된 신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무협에서 자주, 너무 자주 보여서 짜증까지 치미는 한자의 미숙한 사용과 오탈자에서도 거의 벗어나 있다.
고사성어에서는 틀림이 거의 없었고 불행히도 무공부분에서는 오자가 두어군데 있었지만 그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아래에도 적었듯이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감각과 필력이다.
그런면에서 태규는 풍사전기에서 그러한 부분들을 거의 무리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
서로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파티를 이룬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이고 진행되어 감은 기묘하게도 자승자박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풍사전기가 잘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이란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바로 그렇게 쓴 글이 1-3권까지 계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전력투구한 모습이 1-3권까지 보인다.
그리고 그 패턴이 계속된다.
중간중간 변화가 시도되지만, 근본적인 모습은 변치 않는다.
그게 풍사전기의 뛰어난 점을 갉아먹는 옥의 티였다.
잘 쓰고 있음에도 1권부터 3권까지 지속되는 비슷한 모습의 전개, 말투, 행동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독자는 변덕스럽다.
끊임없는 변신을 요구함이 바로 독자의 본령이다.
태규는 풍사전기 1-3권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4권에서부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조명할 때다. 사실은 그 변화는 3권에서부터 시작되었어야 한다.
글의 변화는 전체를 꿰뚫는 기조와, 권마다의 변화가 함께 하면서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그런면에서 풍사전기는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그런 미흡함은 그가 이 글을 처음 쓴다는 면에서 충분히 기대로 상쇄될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이다.
그가 이제부터 신경써야 할 부분은 바로...
순간순간의 필력이 아니라 전체적인 변화와 흐름이다.
4권을 기대한다.
초봄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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