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철이없나봅니다. 감상이라는 말머리를 달을까 하다가 비평이라는 말머리를
달게되었군요..쿨럭..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또한, 이하 소설비평에서, 명
망있는 작가의 소설이라는 전제를 뺀 후 쓰도록 하겠습니다. 용대운님의 소설이니
당연하지, 등의 평은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용대운님의 태극문. 철없던 시절 한번 읽고, 이번에 어떤 기회로 태극문을 보유하게
되어 다시한번 읽을 수 있었다. 뭐 내용도 가물가물 하고 해서, 다시한번 읽어봐야했
다는것이 정확한 이유겠지만 말이다.
태극문의 시작은, 기존의 무협소설들과는 상당히 다르고 색다르다. 그 전까지의 무
협 소설들은, 어떤 단체로 끌려가는 주인공, 혹은 어떤 문파에게 멸문당하는 주인공
의 가문과 그에 따른 주인공의 복수가 주된 소재였었다. 하지만, 태극문에서는 그형
식을 조금이나마 깬 소설이다. 다섯명의 인물들이 화군악에게 복수하기 위해, 태극
문의 동곽선생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
은 그럼 그것도 복수인데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을 갖을 수 있으나, 그 전까지의 무
협에서는, 주인공의 가문이 어느 특정 단체에 의해 멸망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반
하여, 태극문에서는, 무를 숭상하는, 절대무의 화군악의 비무행으로 희생된 자들과
관계된 자들이, 복수를 위해, 혹자는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 태극문에 드는 것으로 시
작되니, 기존의 소설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친분있는 자의 죽
음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무협들과 공통점을 보이는 것에서는 어쩌면 기존
의 무협소설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극문의 전개 또한 상당히 매끄럽다. 주인공 급 캐릭터 다섯명의 역할을 무림 각
계 각층에, 그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쓰는것은 연륜있는 작가나 신인작가 누구나가
힘들어 하는 일이다. 하지만 태극문에서는 그 다섯 캐릭터들의 위치가 각 특색에
맞게, 위치되었다. 하지만, 안배된 위치가, 너무나도 잘된 것이 태극문의 몇가지
흠이라고 생각된다. 태극문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너무 강한것이 약점이
다 라는 것은 태극문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태극문의 캐릭터의 위치는 너
무나도, 잘 짜여져 있어서, 상당히 인위적으로, 스토리에 짜맞추려는 느낌이 든
다. 어느 한 부분이 그렇다 라고 하기에는 소설 전반적으로 이어지는 설정에 관
한 것이라 어디가 딱히 그렇다고 꼬집어 말하려면 공간이 부족하리라.
태극문에서의 비무행은 여타 무협소설들에서와는 다르게 상당히 현실적이다.
몇몇 소설들에서 사람들은 초식명을 외치며 싸우는 데에 비해서, 태극문의 비
무행에서는 누군가가 초식을 펼치면 그 상대방이 xx구나, 혹은 주변의 인물들
이 앗..저것은 xx라는 식으로 전개를 하여 상당히 현실적이고 매끄러운 전개
가 되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태극문에서 무공명을 알리는 방식이 너무
나도 같은 방식으로만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뭘 그런 것을
따지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권력등에 관심없고, 무도에만 관심있는 사람들
진정한 무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과의 대결에서 무공명을 밝힐때는 거의 대부
분 한사람이 죽으면서, 그 무공의 이름은 무엇이오라고 말하면, xx요. 허허..
참 그럴듯한...무..공..이..구..려..라면서 죽는 방식이 너무나도 자주 나타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비무의
전개라고 본다.
태극문에서 주인공이 물리쳐야할 최고의 적은 화군악이다. 하지만, 화군악은
그당시 활동하던 작가분들의 소설에서와 달리, 악, 혹은 무림패권등을 추구하
는 단체의 수장이 아니다. 그 어떤 맹의 맹주도 아니고, 그 어떤 단체의 수장도
아니며 그 어느곳에도 속해있지 않았으며, 주인공들과의 원한 관계도 그리 크
지 않다. 물론 조자건, 섭보옥, 모용수, 번우량 위지혼 들의 사부 혹은 아버지
혹은 형을 죽였다지만, 그것 또한 정당한 비무에서였기에, 그들 대부분은 화
군악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이고, 복수가 목표가 아닌 것이다. 그런 그들을
사이에 두고, 여러 무림단체들의 이해가 얽힌 실타래처럼 묶여, 하나의 작품
이 나오는 것이다. 이야기가 약간 딴데로 흐른듯 한데, 화군악이 밉지 않은 적
, 오히려 존경스러운 적인것은 절대무만을 숭상하는 그의 모습이 자신의 투
지를 불태우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태극문의 문파는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오행궁의 모든 다섯개의 궁
에서 필자는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파금궁과, 하토궁은 스토리를 진행시
키거나 반전시키는 역할을 하였으며, 심수궁역시 섭보옥의 문파이며, 섭보옥
을 치료하기 위해 한번 들르면서 등장하며, 이화궁의 궁주 역시 그곳에서 한
번 등장한다. 하지만, 목의 궁주와 그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듣지 못하였다.
다음으로, 신수궁에 대해서이다. 신수궁에 가기 전, 신수궁에 대한 설명에서
신수궁은 오로지 여자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거기다, 결혼을 한다면 스스로 무공을 전폐하고 신수궁에서 떠나야 한다고
언급되어있다. 그런데, 신수궁주는 이화궁주와 결혼을 하였음에도 여전히 신
수궁주로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필자의 공력이 미흡한 관계로 아직도 이해
불가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태극문의 주제를 한번 대충 읽고 넘어간 독자는 복수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태극문의 주제는 그런 흔하디 흔한 타임 킬링용 소설에서 나
올법한 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인가 거창한 것이지도 않다. 그저 자신
이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아름답도다 태극문의 인간적인 모습이여. 필자는 태극문의 인간다운 모
습에 상당한 깨닳음을 얻었다. 필자의 개인적으로, 태극문같은 소설이 앞으로 많
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태껏 미흡한 제 평을 읽어주신 여러 무협 동도들께 감사드리며
-落花流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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