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감상비평란을 여러번 봐왔지만, 정작 글을 올린 것은 단 3번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전부 비평이라는 형식을 빌어 글을 올려오다, 처음으로 감상글을
올리게 되었다. 어줍잖은 비평은 관두고 조금은 가벼운 글을 써보자라는 마음가
짐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정작 상당히 무겁게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줍잖은 비평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평가하려고 했던 나 자신이 상당히 부끄럽기
에...
금강님의 풍운고월조천하.(자꾸 고월 풍운조천하로 읽힌다-_-;;)는 서점용 출판
무협으로는 [발해의 혼]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서
점용 정통무협출판소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작품인 듯 하다. 제목부터 상
당히 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보면 너무 간단한 이유다) 그리고, 여러 고
무림 동도들이 좋은 소설이다 라는 호평을 하였기에, 필자는 주저 없이 전권을 사
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1권 반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필자는 상당히 실망하였다. 고무림
동도들은 대체 어떤 이유로 이 책을 명작이라고 꼽았는가. 앞부분 만 보고도 너무
나도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백리용아가 소림사의 제자가 되어서 무공을 이
어받고, 암흑마교의 준동에 한번 좌절하다 절세모용가의 무공을 얻어 암흑마교를
물리치는 뻔한 내용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풍운고월조천하(이하 고월이라 칭하겠다. 고월은 풍운고월조천하의 초기 출판
명이라고 한다)는, 그런 나의 예상을 보기좋게 깨버렸다.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던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보조적인 인물
로 있을 줄 알았던 구양천상이야말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였던 것이다.
더이상 이야기하면,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기에, 이쯤에서 소설
내용에 대해서의 언급은 줄이도록 하겠다. 내용을 최대한 말하지 않으면서 감상
을 쓰는게 이렇게 힘들줄은...
풍운고월조천하의 전체적인 구성은, 당시 무협소설의 교과서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절세능력과, 주인공, 그를 흠모하는 적으로 만난 여인과, 전설
을 쉽게쉽게 파훼하는 주인공.. 주인공 무림출도-모종의 단체와의 전투-한번의
좌절-구출과 기연-밝혀지는 비밀-드러나는 배후세력-좌절-기연-승리 형식의 기
존 구조를 벗어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월은 좋은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는
다. 이 작품이 단지 첫 출판소설이라면, 이런 호평을 얻지 못했으리라. 그렇다면
고월이 이런 호평을 받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월은 박진감 넘치는 문체, 그리고 사건의 중첩과 예측을 불가하게 만드는
음모등을 그 이유로 들을 수 있겠다. 서장만 보고도 주인공의 출신 성분 혹은
이름등과 적을 알게될 수 있었던 기존의 소설들에 비해, 고월은 그 모든상상
을 뒤엎는 전개를 보였다. 필자는 중반 이상을 읽으면서도, 최종 적이 누구인
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는 필자가 미흡한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빼어난 글솜
씨와 결말숨기기신공에 의해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고월에서 작가는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소재의 결말과 앞으로 일어날 전개를 철저하게 숨김
으로써, 고월이 흥미진진한 명작으로 꼽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월이라는 소설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부분도 있다. 그 대표적인 부
분이, 천기노인 고영창에 관한 부분이다. 어찌하여, 이 존재는 모든 천기를
예측할 수 있는가. 그것은 나관중에 의해 신격화된 武候 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혜안도 기존의 다른 예언들의 애매함과 다르게 너무나도 직설
적인점이 개인적으로 싫었다. 한사람의 손바닥안에서 움직이는 무림은 생
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구양천수와, 백리용아의 비중이 너무나도 작았다. 초반 도입부에
상당히 비중있을 캐릭터로 나올듯하다가, 마지막 일전에서 얼굴한번 빼꼼
내미는 백리용아는 처음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마련해 주는 역할 이외에는
그 어떠한 스토리적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캐릭터 설정은 충분히 비중있는
주인공까지 노릴만한 설정인 백리용아가 두번밖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이 상당히 아쉽고, 구양천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많이 아쉽다.
감상이라고 써놓긴 했는데, 또다시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의 글이 된 듯 하다.
어떤 면에서는 비평같은 느낌이 들지만, 감상이랍시고 써놓은 글이다. 뇌리속에
섬광이 지나가듯 떠오르는 사고의 실마리를 잡으면서 쓰느라, 몇가지 부분
생각했던 부분이 슝 하고 사라진 것도 있어,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색해보이
지만, 어찌되었건, 로긴풀림의 압박에 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낙화유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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