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에 처음으로 묘왕동주를 접하였으니
꽤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것 같습니다.
매우 잘 쓴 글이란 모호한 느낌만이 남아있던 터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 작품을 보게 되어 옛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내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 이러한 걸작을 재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라는 자책감에
빠질정도였습니다.
96년도에 처음 출판이 되었으니 그 동안 무수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또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작품을 읽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묘왕동주를 보면 기존의 다루어진 많은 설정들이 대부분 차용되어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고 어떤 작품도 완전히 새로울 수 없는것도 사실이지만)
특별히 신선하다거나 파격적인 요소를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감탄을 뛰어넘어 경탄을 하게 되는 것은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하여도 요리사에 따라 그 요리의 맛이 얼마나 틀려지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를 보는듯 합니다.
치밀한 구성과 정갈한 문체에 담긴 많은 정성을 하나 하나 느끼면서
척박하고 기형적인 무협 시장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의
치열한 장인정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아름답게 균형잡힌 구성과 정밀한 묘사가 주는 기교적 미학만이 묘왕동주의
전부는 아닙니다.
살아있는 인물들이 묘왕동주에서는 숨쉬고 있습니다.
복수,사랑,우정,분노,증오 등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어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듣는 감동까지 느끼게 됩니다.
무의 道를 추구하는 구도자의 모습까지 여기에 더해짐으로
무협이란 장르가 지녀야할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국무협이 어디까지 이르렀는가를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작품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토록 좋은 작품을 보고 감상을 올리지 않음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듯 하나 한편으로 그 작품에 미치지 못하는 감상으로 누가 되지 않을가
고민도 듭니다.
묘왕동주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좀더 다듬어진
감상을 해보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이를 허락지 않음이 송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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