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8 김휘현
작성
04.01.09 05:21
조회
2,116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렇게 애잔한 여운과 감동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 지금까지 몇 편이나 됐던가...

  장경의 '암왕'은 나에게 무협소설로서는 드물게(감히 그렇다!고 말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세포속의 전율을 짜릿하게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암왕'의 스토리구조는 사실 뜯어보면 단편적이고 지극히 무협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척마의 기치 아래 신음하는 배교의 시련과 교의 사수를 위해 힘겹게 검을 잡은 호교신장 명강량의 고군분투...  끝내 몰락해버린 배교... 교도들의 죽음을 뒤로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더 강한 무공을 찾아나서는 주인공, 그리고 마침내 손에 넣게 된 절세 신공. 그리고 처절한 복수...

   그러나 암왕을 읽고 난 뒤 이러한 단편적인 구조를 탓하는 독자가 없음은 바로 그 단조로운 스토리와 등장인물 하나 하나에 일필휘지로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들의 시선을 시종 사로잡게 만드는 작가 '장경'의 놀라운 능력 때문일 것이다.

  

  본인만 해도 눈에 뻔히 보이는 기승전결에도 불구하고 '암왕'을 읽는 동안 시종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가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고 더불어 호흡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극히 무협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전혀 무협같지 않은... 그러한 힘이 이 소설속에 담겨 있는 듯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 가장 첫번째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애절한 러브스토리일 것이다.

  강량과 악약의 지순한 사랑은 세상의 모든 연인이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에 다름 아니다.

  비록 입으로 사랑한다 말한적도 없고 스킨쉽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아니지만 독자들은 그들이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사랑이 결실 맺기를 바라며 읽는 내내 가슴졸이고 그들이 좌절할때 함께 가슴 아파하는 것이다. 그 같은 가슴졸임이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옴은 물론이다.

  이 소설에는 그 밖에도 또 다른 애잔한 사랑이 있다. 단원청의 악약에 대한 사랑이 그러하고 강량이 그의 딸인 어린 성녀를 대하는 투박한 태도조차도 독자들에게 애절한 감동을 안겨준다.

  - 몽환적인 분위기와 신화속의 한 장면인 듯한 정경이 독특한 감동을 준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느껴지는 성녀의 고결함과 신묘막측한 능력은 이미 이소설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한 요소가 되고 있다.  꿈을 통한 예지력, 기문둔갑술, 기억 등을 제어하는 심혼술 등의 성스러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강량에 대해서는 한없이 연약하기만 그녀의 존재, 그런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던져 지키려 하는 강량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로맨틱하다.

  여기에 천상제, 주강의 꽃배, 비천쌍마 등의 몽환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독자들은 한편의 신화를 읽는 듯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든다.

  - 또한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대사가 살아 숨쉬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성격이 개차반인 소면각저(笑面角猪) 팽해만, 그에 못지않은 교타방의 개망나니 마충현, 방황하는 청춘 화산의 장문천, 단순 무식한 산서명두 전우삼 등의 개성 묘사는 정말 일품이다.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이 소설의 엑스트라는 없다"고 할 만큼 적절한게 그려지고 있어 소설의 리얼리티를 더해주고 있다.

  또 상황과 분위기에 어긋남 없는 등장인물들의 잘 짜여진 대사 또한 읽는 재미를 톡톡히 안겨준다.

  

  사실 굳이 문제점을 찾자고 한다면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은 아니다.

  - 강량이 실종됐다가 재출도 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지만 재출도 후의 상황이 마치 수십년이 흐른것 처럼 혼동을 주는 부분(꼬마거지가 용두방주가 돼 있을 만큼)

  -  강량이 중원을 피로 씻으려고 하는 이유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가장 큰 이유는 악약의 죽음일텐데 강량은 악약의 죽음을 직접 본것도 아니면서 너무 쉽게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 악약이 마치 살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것은 본인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을 심어주다 알고보니 예령을 낳다가 산고로 죽었다는 부분에서의 허탈함.

  - 곤륜, 화산, 무당파 등의 궤멸에도 불구하고 정파무림이 강량의 죽음만으로 칼을 쉽게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혹(절대적인 힘의 차이 때문에 그럴수 밖에 없다면 굳이 강량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굳이' 찾고자 할 때 발견되는(그나마도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일 뿐 작품의 완성도에는 조금도 흠집 내지 못할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암왕'을 통해 장경이라는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된 안타까움이 반딧불이라면 아직도 읽어볼 그의 작품이 많다는 것은 마치 태양처럼 나에게 크나 큰 흥복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이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by 하늘바람꿈


Comment ' 11

  • 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일
    04.01.09 09:04
    No. 1

    예. 한국창작무협의 자랑거리로 남을 작품이죠.
    암왕을 재밌게 보았다면 하늘바람꿈 님도 장경님의 매니아가 될 소지가 다분하네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또 한 명의 무협동반을 만났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l의l
    작성일
    04.01.09 09:51
    No. 2

    저도 암왕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장경 님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았지만
    다른 소설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재미없었던 것은 빙하탄입니다.
    그 이후로 장경 님의 소설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부평초의
    작성일
    04.01.09 11:20
    No. 3

    장경님의 소설은 많은 독자를 갖고 계시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지요.
    암왕의 감동은 참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풍파랑과 천산검로 그리고 빙하탄등도 무지 즐겁게 읽었고, 그의 끈임없는 노력을 보았었는데...
    범주 안의 무협이 아닌 그외의 것들에서도 부단히 나름대로의 최고가 되려는 모습들을 잘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엘리트 인간과 바닥을 굴러도 꾸준히 성장하는 인간군상
    천재와 노력하는 범부
    물론 완벽하게 대별되는 캐릭은 아니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인간들이 자신의 굴레를 즐기거나 이겨내려는 모습들을 편안하게 써 주었다고 기억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pinkfloy..
    작성일
    04.01.09 11:38
    No. 4

    장경님 작품중에서 유일하게 보지 않았는데
    내용이 너무 무거워서
    지금이라도 봐야 하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술취한늑대
    작성일
    04.01.09 12:52
    No. 5

    내용이 무겁기는 하지만 ....후회하시진 않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영지윤
    작성일
    04.01.09 13:41
    No. 6

    저도 철검무정부터 시작해서 장경 님 작품은 많이 봤는데..
    무협을 되풀이해서 읽게 되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경 님은 그런 흡인력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다작하게 되면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가 비슷해지기 마련인데
    (밑의 글의 설봉 님 이라던가... 솔직히 비슷한 듯),
    그런 우도 범하지 않으시고.. 참 좋은 작가님이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te*****
    작성일
    04.01.09 14:13
    No. 7

    저도 장경님의 암왕을 읽고는 전율을 느꼈읍니다. 서사적인 비극이 정말 무게있게 깔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흐르는 애잔한 사랑...정말 재미있었읍니다. 아충이 님의 글대로 설봉의 작품은 이제 잘 안읽습니다. 너무 비슷해서 말이죠. 사신까지는 읽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끝입니다.

    하지만 장경님의 작품은 서로 비슷한 것이 별로 없읍니다. 개인적으로 빙하탄은 읽다 말았지만, 다른 작품은 다 좋아합니다. 최근의 황금인형도 좋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랑이
    작성일
    04.01.09 14:15
    No. 8

    설봉님의 캐릭터가 비슷하다라....저느 잘모르겠네요...설벙님의 작품에 등장하는...캐릭터 자체는...상당히 다들 독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지..멀라까..그...이야기 전개가..주인공을..필두로...그위주로 돌가면서..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닌가요?-_-..흠..역시 표현력이 달리는군.-0-;;
    장경님의 암왕...첨에 제목보고 봤는건데..했는데..기억이 안나더군요..그래서 다시 읽어보았지요^^비장미라......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비오니라
    작성일
    04.01.10 12:23
    No. 9

    황금인형을 보고 장경님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때문에 장경님의 전 작품을 찾아다니며 읽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암왕도 읽었구요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경님 작품 중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건 '빙하탄' 입니다.
    처음 읽고는 뭐가 이래? 라고 했던 것이 곰곰히 얼개를 뜯어보고 맞춰보다보니 너무 좋아졌습니다.
    주인공의 순탄하지 만은 않은 인생 고난과 역경..
    단순히 그렇게 복수하고 끝났더라면 여타 작품과 다르지 않으련만 주인공은 복수라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냅니다. 그것이야말로 장경님이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을런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소화
    작성일
    04.01.10 15:10
    No. 10

    끝장을 덮으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강추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4.01.11 05:30
    No. 11

    암왕...^^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334 무협 황금인형, 소달마, 신승 +2 청해의별 04.01.10 1,099 0
2333 무협 홍엽만리... +8 Lv.1 공공권 04.01.10 1,184 0
2332 무협 설봉님의 독왕유고를 읽고... +9 Lv.60 미인촌사장 04.01.10 1,425 0
2331 무협 한백림의 무당마검을 읽고 +6 Lv.76 무진자 04.01.10 1,174 0
2330 무협 낭인무적. +4 Lv.1 석류 04.01.10 1,169 0
2329 무협 백야님의 사대천왕가시리즈 중에 4부까지 ... +32 용호공자 04.01.10 2,143 0
2328 무협 神僧(신승). +18 Lv.1 [탈퇴계정] 04.01.10 1,529 0
2327 무협 묵향이 워스트에 오른 개인적인 평가 +21 Lv.1 진광 04.01.10 2,295 0
2326 무협 묘왕동주-한국무협사의 한 이정표 +19 Lv.44 천장지구 04.01.10 2,063 0
2325 기타장르 일묘론 ... +9 外在 04.01.09 1,297 0
2324 무협 구파일방시리즈-아미속가제자 +8 Lv.18 정파vs사파 04.01.09 2,201 0
2323 무협 건곤무정, 낭인무적, 검신 +11 청해의별 04.01.09 1,717 0
2322 무협 검혼지..... +3 Lv.79 재희 04.01.09 1,511 0
» 무협 심혼을 울리는 비장미... 장경의 '암왕' +11 Lv.8 김휘현 04.01.09 2,117 0
2320 무협 나를 열받게 하는 작가 설봉. +29 Lv.1 이길조 04.01.08 3,242 0
2319 무협 금강님의 풍운고월조천하 +15 Lv.13 은검객 04.01.08 1,688 0
2318 무협 추운 겨울날, 두 편의 무협과 함께. '풍운... +6 Lv.1 서태수 04.01.08 1,615 0
2317 기타장르 세유별곡을 보고... +5 Lv.1 야인 04.01.08 1,090 0
2316 무협 무당마검을 읽고..... +9 Lv.50 준경 04.01.08 1,995 0
2315 무협 유재용 - 청룡장 씨리즈...에 대한 단상과 ... +19 Lv.20 흑저사랑 04.01.07 3,607 0
2314 무협 무상검 9권을 읽고. +18 Lv.13 검정하늘 04.01.07 2,053 0
2313 무협 소이비도....그리고 고룡. +13 하루사메 04.01.07 2,401 0
2312 무협 김용하님의 <마도예검>을 읽고. +4 Personacon 검우(劒友) 04.01.07 1,363 0
2311 무협 문장 속에 살아숨쉬는 인물의 개성 - 광혼록 - +14 Lv.65 구대륙 04.01.07 1,679 0
2310 무협 철환교(와룡강) 불가사의? +17 Lv.1 추와룡 04.01.07 2,506 0
2309 무협 용대운님의 태극문 +9 Lv.13 은검객 04.01.07 1,288 0
2308 무협 금강의 천산유정....그리고 금강 +5 Lv.5 용호(龍胡) 04.01.07 1,157 0
2307 기타장르 임준욱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생사도]를 ... +9 Lv.91 한백 04.01.07 1,670 0
2306 무협 검신 1,2권 그리고 무당마검 1권 +5 外在 04.01.07 1,269 0
2305 무협 독왕유고....설봉 +7 Lv.99 농풍 04.01.07 1,263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