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는 재미란, 한번 몰입되면 다음권이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은..그래서 잠 자다가 뛰쳐나가서 밤을 새워서라도 다 보게 되는 그런 재미입니다.
그러나 비뢰도를 보면서 저는 그저 그냥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안보게 되죠.
비뢰도는 다음 권을 보지 않더라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초등학생도 비뢰도 11권이 궁금해서 전전반측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 떼우기를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강렬한 재미를 원합니다.
주인공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가, 어떻게 힘을 기를 것인가..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 다음이 궁금해진다면 작가는 좋은 글을 쓴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어느 한 문장에서 독자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작가는 좋은 글을 쓴 것입니다.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독자에게 바람직한 무엇인가를 주었다면 정말 좋은 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좋은 책이란 독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수학과 학생에게는 좋은 책일 수 있어도 유치원 학생에게는 수학을 증오하게 되는 계기를 줄 수도 있는 독일 수도 있죠.
유감스럽게도 저는 비뢰도에서 재미도 얻지 못했고 바람직한 무엇인가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저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게 재미있나보다할 뿐이죠.
그리고 학생들 역시 이런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얻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친 생활의 한순간이나마 가볍게 떼울 수 있는 그런 용도로 사용되리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학교 생활이 하루의 전부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짬짬이 시간내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영웅문에 빠졌다고 생각해보면 3부 18권짜리를 다 읽을 때까찌는 공부도 안될 것입니다. 확실히 학생들에게는 좋은 책은 아니죠..^^;;
오히려 비뢰도가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좋은 책이고 잘쓴 책이다..라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횡설수설했는데 정리하면, 비뢰도는 시간떼우기의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읽는 동화책을 뺏어다가 유클리드 기하학을 쥐어주는 것만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시간 떼우기를 원한다면 시간 떼우기에 걸맞는 책을, 기분전환을 원한다면 그런 책을 권해주면 됩니다. 그렇다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동화책을 계속 읽고 있다면 다른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동화책을 집어던지고 다른 책을 읽게 마련입니다.
p.s. 초등학생이 비뢰도를 읽는 사람이고, 동화책이 비뢰도다..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비유일 뿐이죠.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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