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
13.01.02 12:05
조회
4,303

가후선생님의 이능력자를 읽고.

 

첫째 문장력에 관한 이야기.

원래 비평에 문체나 맞춤법 등의 요소적 비판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례적으로 언급하겠습니다. 무척 괜찮고 가능성이 있는 글이지만, 이 요소적 부분이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문장에 대한 사항을 언급하는 것은 가후선생님의 작품이 기본적으로 소설의 틀은 갖추어져 있으며, 이 부분을 극복한다면 무척 괜찮은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요소적인 부분을 잠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을 드리자면, “옳지만 매력없는 글을 쓰고 계십니다.

반지의 제왕을 잠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흔히 장르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반지의 제왕이 고전급으로 거듭난 이유가 톨킨의 장대한 묘사에 있다고 오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내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가 번역에 문제가 있어 그 맛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반지의 제왕 죽이죠. 하지만, 어째서 반지의 제왕이 좋은냐고 물으면 많은 분들이, 숲을 묘사하기 위해 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할애하고 전투씬으로 또 그 만큼을 할애하고 마치 작품에 나오는 묘사가 그 작품의 가장 큰 가치인 것처럼 말을 합니다.

물론, 그것을 보는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그런 묘사 역시 대문호(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라고 불리는 돌킨의 크나큰 업적이라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장대하고 아름답고 치밀한 묘사의 작품은 반지의 제왕 외에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작품에만도 무척 많죠. 그리고 일정수준의 트레이닝만 거치면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죠.

반지의 제왕의 가치는 그 문장 보다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매우 빼어난 글솜씨와 판타지라는(당시로서는 무척 독특한) 장르로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있어서 문장은 부수적인 것에 속하죠.

그런데 그렇다고 여기에서 문장을 버릴 수 있느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반지의 제왕은 그런 문장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당시 그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돌킨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서야 영상매체나 그 외의 여러 가지를 통해 엘프라는 단어를 쓰면 그게 어떤 것인지 알고, “엘프숲이라고 쓰면 대강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었기 때문에 돌킨의 묘사는 필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치밀하고도 아름다운 묘사를 했던 것이구요.

문장이란 이렇듯 작품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작품을 읽는 독자가 거북함을 느끼거나 지루함을 느껴 흥미를 잃게 되는 일은 없게끔 필요에 의한 기본은 해야 합니다.

물론, 가후선생님의 문장이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너무 정석적인 문장을 나열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서두에 옳지만 매력이 없는 글을 쓴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나열된 문장을 하나하나 보면 문법적으로 옳은 글입니다. 문피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올바른 글을 쓰고 계십니다. 이것은 가후선생님이 본 작품 이전에 꽤 많은 글을 썼으며, 본 작품에서도 상당히 많은 퇴고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독자는 가후선생님의 문장에서 멀어집니다. 이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로 문장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동작 하나하나를 전부 묘사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친절하신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친절함은 독이 되기도 합니다. 가후선생님의 묘사에 독자들의 상상력을 가둬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죠.

문장이 이미지의 나열이나 묘사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문장 안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합니다. 문장에 의도적인 빈틈을 주는 것이죠. 이런 것은 제가 아는 근래의 작가로서는 김훈씨가 가장 독보입니다. 한 문장을 툭하니 던져주는 것 같지만, 독자는 그 문장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되며, 자신의 상상으로 하여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이상을 보게 되죠. 이 것은 불친절 한 것이 아니라 언어가 태생적으로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오류를 침묵함으로써 벗어나는 것입니다.

둘째, 위와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지만, 특정 수치가 너무 많이 등장 합니다. 이것은 가후선생님이 작품 내부에서의 치밀한 고민의 흔적 때문이겠죠. 그리고 아마 작품의 태생이 게임문학상이기 때문에 각 개체별 밸런스와 관계성 때문에 그럴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소설화 시킨다면 조금 수정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에 있어서 디테일한 수치가 들어가야 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술에 관한 부분입니다.

본 작품의 서술 방식은 지역해방전선”, “신대한민국 임시정부”, “EOA”, “유일신교”, “이생물체”, “원더러스 등으로 대변되는 집단과 그 집단 내부의 개인의 갈등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집합체들의 갈등에서 여러 가지 관계성이 얽히고 있죠.

이것은 무척 무난한 서술 방식이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집단의 갈등이 개인의 갈등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나, 이러한 집단의 갈등과 개인의 갈등이 영합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괴리감, 그리고 그런 괴리감을 가진 사람들의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은 어쩌면 일반적으로 소설의 거의 모든 소재라고 보아도 무방 하겠죠.

다만, 문제는 이것이 어느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통 소설에서 대립집단은 세 종류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넷 이상의 대립집단이 구성되어 버리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개인의 양상까지 포함하게 되어 무수히 많은 변수와 인물이 등장하게 되어 독자에게는 그것이 이야기 구조의 복잡성을 넘어 뭐가 뭔지 모를 혼란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혼란은 독자가 작품과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야기하죠.

이것은 소설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스토리텔링에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제가 지금 참고 자료가 없어 명확한 인용구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쉬운 예로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다들 아시다시피 백과 흑의 갈등이며, 헤리포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왕좌의 게임은 크게 스타크 가문과 라니스터가문, 타르가르옌 가문의 갈등입니다. 여기에서 와이들링이나 나이트 워치, 도트락인들은 그 세 집단의 싸움에 영합되는 부수적 등장세력이죠.  

이렇게 두 세 가지의 대립만으로도 거기에 참여하는 등장인물에 갈등이 확산 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본 작품에서는 그런 갈등 구조가 무척 다양해 독자에게 혼란을 가중합니다. 물론, 이것이 꼭 약점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이야기가 풍부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등장인물과 세력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가려면 그 등장인물 각각에게 독자가 몰입할 수 있게 만들만한 필력이 필요하죠,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런 다양한 관계성은 약점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강점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가후선생님의 이능력자는 그 부분이 다소 약합니다. 게다가 설정을 이야기 속에 집어 넣으려 하다 보니 독자로써는 글을 읽어나가기가 버거워 집니다.

위에 언급한 왕좌의 게임 소설 같은 경우는 그 많은 가문과 특수한 설정이 존재함에도 이야기 자체에 그 설정을 끌어들여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런 설명형 서술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도 하며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편입되는 것을 턱턱 가로막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쓰여진 책들은 설정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감으로써 자연스레 알게 되게끔 장치를 해 놓죠.

진정한 필력이란, 문장력이 아니라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을 말합니다.

 

간단히 쓰려했는데 무척이나 길어졌네요.

더 많은 것을 말씀 드리고 싶지만,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지만, 이것은 아마 가후선생님의 작품이 원래 게임 시나리오로 쓰여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게임에서는 제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화 되어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냥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이 소설에서 구현이 될 경우에는 많은 부분이 보완 되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잘라낼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이렇게 잘라낼 수 있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필력이 요구 되어야 하구요.

그래서 쉽고 명확한 글을 쓰는 것이 그리 어렵습니다.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척이나 많지만, 지면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시간 소요도 너무 많아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드리는 말씀이지만,

본 비평(이라고 쓰지만 그저 감상일 뿐이죠)은 작가님이나 작품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비평이라는 것의 특성상 혹여나 작가님의 기분이 상하실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혹 그런 부분이 있었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프카 드림.

 


Comment ' 18

  •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2:28
    No. 1

    이걸 감상란으로 옮겨야 하는건지 비평란에 적어야 하는건지.
    당체
    비평란은 말 그대로 비평을 적으라면서 조금만 삐둘어 지면 비난이고
    그렇다고 감상란에 쓰면 좋았던 점 + 안 좋았던 점 으로 쓰면 비평란으로 가고
    게다가
    비평 요청하지 않은 문피아 연재글을 비평란에 적으면
    가끔 작가가 나타나서 [니가 뭔대 내 글을~~~~] 이러기도하고
    .
    흐미~~~정 떨어져 ^^

    읽기는 잘 읽었습니다 카프카님 수고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4:00
    No. 2

    윗 내용은
    본문의 글이 비평이라기 보단 감상 같다는 뜻 입니다
    좋은 의미로요

    나도 모르게
    문피아 비평란 = 나쁜 말ㅡ부정적인 느낌 쓰는 곳
    으로 인식 되어 있어서
    보기 좋은 비평글을 보니 제 안에서 이것도 비평인가 하는 혼란이 온 듯
    결코 비평란을 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혀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 ㅎㅎ 저도 사람인지라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2 14:17
    No. 3

    중고독자님 안녕하세요~^^
    중고독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본문의 글은 비평이라기 보다는 감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후미에도 그렇게 언급을 해 두었구요.
    말씀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글을 씀에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글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듯 사람에도 수 많은 종류가 있어 꼭 신랄한 꼬집음만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부분을 감안하여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읽음에 있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두 가지를 선택해 글을 쓴 것이었고, 그 아쉬움이 어떤 연유에 의해서인지, 그리고 어찌하면(제 짧은 생각이겠지만) 글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짧게 적어보았습니다.

    요는,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가의 발전을 어떻게 도울수 있는가?"
    였죠.

    항상 그것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어쩌면 중고독자님이 원하시는 신랄한 비평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5:09
    No. 4

    신랄한 비평을 기대한다기 보다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문피아의 감상란과 비평란의 구분의 기준과 또 그 안에서 사용되는 내용에 대한 기준] 이 맘에 안 들기도 하고 객관성이 없고 폐쇄적기도 하고... 그래서 이 본문이 어디에 속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혼란과 문피아에 대한 불만과 냉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을 말 했네요 ^^
    솔직히 아무말 없이 지나갔어야 하는데...아는 이름의 글을 보고 또 반가운 마음에 친한척하고 투덜투덜대고 가는 거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2 15:28
    No. 5

    ㅎㅎㅎ친한척 감사합니다~ㅋ
    왠지 중고독자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3.01.02 13:54
    No. 6

    분석을 위해서 남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단순한 비난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견실한 비판의 글을 장문으로 남긴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F.카프카님께서 소중한 본인의 시간을 내어 글을 써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옳지만 매력 없는 글이라는 지적이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소설이나 시나리오 류의 글은 이번 이능력자가 처음이었습니다. 과거 분석이나 보고서 류의 글만 썼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소설 스타일의 글이 무엇인지 더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장인물의 동작에 대한 많은 묘사와 수치에 관한 부분은 아마 제 성격과 경험이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액션신 같은 경우 제 대학시절 운동 경험을 바탕 삼아 동작에 대한 묘사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수치 또한 숫자로 표현하면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런 스타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장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하면 소설과 이런 스타일을 접목 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연구해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대립집단과 갈등구조의 경우 저도 그 것 때문에 글이 늘어지고 부연 설명이 들어가 읽는 분들의 호흡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시간이 나시면 지금과 같이 저에게 약이 되는 조언을 해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소중한 시간을 내주어 제 글의 발전을 위해 글을 써주신 것에 대해 F.카프카님께 감사드리며 서재에다가 제 고마움에 대한 표시(?)를 남기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3:57
    No. 7

    보기에 아름답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2 14:28
    No. 8

    ㅎㅎ가후선생님 제 비평에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가후선생님의 말씀처럼, 작가(가후선생)가 소설이나 시 같은 예술문 보다는 보고서 형식의 글에 익숙한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 부분을 언급할까말까 고민도 했구요.
    사실, 제가 예술문이라고 칭한 소설, 시, 희곡 등은 테크닉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각적인 부분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혹시나 시간이 되신다면 그런 감각적인 글을 읽어보심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번역서가 아닌 국내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 그런 감성 및 감각을 기르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등 구조에 관한 부분은... 독자를 조금 더 믿어 보세요~^^
    에... 무슨 말인고 하니.. 글이란 결국 독자와 저자의 대화입니다. 그런데 대화란 상세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은 비언어적인 부분으로 표현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극단적으로 침묵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장르문학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일정부분은 독자의 해석을 믿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책이란,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주체로서의 생명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이 저자의 손을 떠나서도 객체로써 남아있으면, 그것은 죽은 책입니다. 여기에서 주체와 객체의 차이는... "스스로의 행위 가능성"입니다.
    즉, 책이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책은 그것만으로써 또 다른 재해석이 가능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 저자가 의도했던 그대로 독자가 이해한다면 그건 그저 또다른 복제품(..의미 전달이 잘 안되네요..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를 말하는 것입니다)에 불과하죠. 그것은 이미 죽은 책입니다.
    저자와 독자사이의 틈바구니가 있어 그리고 거기에서의 오해가 있어 책은 비로소 생명을 가질 수 있고 창조성을 재생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ㅎㅎ 아무튼 말이 좀 길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고마움에 대한 표시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3.01.02 14:54
    No. 9

    이런 비평에 기분이 상할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

    저자와 독자사이의 틈바구니가 있어 그리고 거기에서의 오해가 있어 책은 비로소 생명을 가질 수 있고 창조성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말 아직 솔직히 말해서 아직 어떤 의미인지 말 모르겠습니다. 늬앙스 정도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프카님께서 하신 말 한 번 다시 곱씹어 보고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2 15:28
    No. 10

    ㅎㅎ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위에 언급하신 말씀은... 그런 겁니다.
    언어란 필연적으로 오해를 수반할 수 없으며, 그것이 글인 이상 그런 오해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죠.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문학은 이런 다중적 해석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문학작품이 텍스트 그대로의 의미 밖에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학이니 아니니를 따질 단계가 아니죠.

    사실 이걸 제대로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데리다까지 끌고 와야하겠지만...
    아마 가후선생님이 느끼신 뉘앙스 정도로만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후선생님식의 표현을 빌자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100이라면, 20이든 30이든 일정 부분은 독자에게 이임하는 것도 방법이며, 거기에서 전혀 뜻밖의 의미가 재탄생 될 수도 있다는 말이죠. 가후선생님은 20을 비워 두어 그것을 독자에게 맏겼지만, 독자는 그 비어있는 20에서 50을 만들수도 있고 100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소설의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이걸 묘사에도 대입시켜 볼 수도 있겠죠. 혹은 서술이나 상황 설명에도 대입시킬 수 있을 테고요.
    그래서 독자에게 일정 부분은 믿고 맡겨 보라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죠.

    제가 이 부분을 정확히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길게 써도 설명이 어렵군요.
    차후에 기회가 닿는다면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3.01.02 16:58
    No. 11

    자세히 정리하시는 거 기대하겠습니다 ^^
    F.카프카님의 생각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7:21
    No. 12

    카프카님의 [독자를 믿어라 독자에게 상상할 기회를 줘라] 라는 부분을 보니
    .
    몇일전에 다른 분께 쪽지로 말씀드렸던 것이 생각나네요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하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00퍼 동감 그렇지 않아도 어제 다른 분 글에 댓글로
    작가의 필력이 뛰어남에도
    독자가 느낄 감상까지 혹시 못 느꼈을까봐
    일일이 설명하고 서술리 길어지니 마치 감상마저 이렇게 느껴라 하고 주입하는거 같아서 읽는 맛이 없다고 적었었죠
    마치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가 요리를 내 오면서 젓가락질한번 할때마다 옆에서 어떤 맛이고 어떤 향신료를 썻고 무엇에 포인트를 주고 맛을 음미하라고 강요하는거 같아 불편했다고요
    박진영이 대충 부를 때 대중이 감동을 느끼듯이
    제발 필력은 좋으니 대충 써 달라고요
    귀하의 지적과 제 생각이 일맥 상통하는거 같아 반갑네요 ㅎㅎ
    칼쟁이 중고독자입니다 반갑습니다
    -------------------------------------------------------
    대충 이런 내용이었죠
    .
    제가 문학적인 지식이나 스킬은 부족하지만
    아마도 느낌은 비슷하게 통한거 같아 반갑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후르뎅
    작성일
    13.01.02 13:57
    No. 13

    왠지 비평란이 문피아에서 재일 재밌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2 14:02
    No. 14

    예전엔 감상란 비평란이 지금 보다 훨씬 버라이어티하고 잼났었는데 ㅎㅎ
    사실 전 지금도 이쪽 위주로 돌아다녀요 ㅎㅎ 잼나니까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13.01.02 16:17
    No. 15

    저도 이 글 잠깐 읽어봤었는데, 한 가지 의문이 있었으니 그것은 원더러스입니다. 한국은 분명 영어권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적떼'를 일컫는 명칭이 원더러스라니 의아했습니다. 물론 게임에 어울리는 명칭이긴 하지만 그 배경을 생각하면 상당히 괴리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 한 발 양보해서 국가에서 그리 부르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명이야 자유니까요. 하지만 민간에서조차, 특히 신한국 영토 밖에 위치한 이들까지 그리 부르는 것은 조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 듯 합니다. 위와 같은 [명칭]이 퍼지는 일반적인 경로는 TV, 혹은 라디오인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중계기가 필요한 매체입니다. 그러나 소위 버림받은 자들의 영역에 제대로 된 중계기(혹은 중계소)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결국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것인데 그조차도 서로를 믿지 못해 밀집하지 못하니 [통칭]이 정립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 아니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2 16:43
    No. 16

    그렇죠. 그 부분도 상당히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마 게임용 시나리오로 작성된 글이기 때문이라고 추측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3.01.02 16:52
    No. 17

    댓글을 보면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한 설정이 지금 전개되는 내용에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왜 원더러스라고 불리게 됐는지는 뺐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빼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자기네들끼리 그나마 멋들어진 이름을 같다 붙였고, 그 명칭이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굳어졌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라고 생각한 설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물달개비
    작성일
    13.01.02 18:39
    No. 18

    저에게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비평글이네요. 특히 상상력은 독자의 권환이다라는 부분. 전 묘사나 설명은 최대한 세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게 보지 않으시나 봅니다. 독자가 아무리 상상해봤자 그건 작가가 아닌 독자의 상상력인데 과연 그걸로 만족이 될까요? 전 그런 상상을 할때마다 이건 그냥 내 머릿속의 이미지다라는 느낌이 들어 이 사이에 이물질이 끼인것 처럼 찝찝하더군요.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안하시나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평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찬/반
1278 판타지 칸 솔론 대체 이건 뭐냐 +24 Lv.60 탁주누룩 13.03.09 11,386 38 / 8
1277 판타지 나는 왕이로소이다 2권까지 읽고 +4 Lv.8 이스코 13.03.09 4,956 21 / 2
1276 판타지 싸이어를 읽고 +28 Lv.6 그라츠트 13.03.02 5,109 9 / 14
1275 판타지 서가연 님의 <수집가 렌> +9 Lv.18 에크낫 13.03.01 3,278 10 / 0
1274 판타지 리셋라이프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7 Lv.11 홍차호 13.02.08 14,327 8 / 7
1273 판타지 정령사 자일 1~4 을 보고 +8 Lv.11 진시황제님 13.02.06 5,466 6 / 1
1272 판타지 거신 완결 +25 Lv.60 魔羅 13.02.06 9,527 30 / 1
1271 판타지 판타지 소설 이든 13권까지의 설정오류들(?) +21 Lv.1 낮에뜨는달 13.02.04 16,130 35 / 1
1270 판타지 제국의 군인 저도 비평 한번 써봅니다. +10 Lv.36 라면은짜다 13.02.03 6,066 3 / 3
1269 판타지 기갑마도사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비평 +105 Lv.1 [탈퇴계정] 13.01.31 16,508 39 / 27
1268 판타지 서평 - 깨어진 잔으로 건배하라 +11 Personacon 별가別歌 13.01.29 3,130 6 / 0
1267 판타지 더 크루세이더- 1~3권까지 읽고 +5 Lv.64 이제운 13.01.04 6,614 5 / 1
» 판타지 [일반/판타지] 가후선생/이능력자 비평입니다. +18 Lv.6 F.카프카 13.01.02 4,304 8 / 3
1265 판타지 라이더킹 이게 마공서라는건가 +13 Personacon 마존이 12.12.26 5,972 11 / 7
1264 판타지 '망자의 군주'. 수준이상의 뛰어난 글. +3 Personacon 헤로도토스 12.12.25 5,224 5 / 0
1263 판타지 '해적군주'. 작가님의 가능성이 보이는 글. +3 Personacon 헤로도토스 12.12.21 3,192 5 / 0
1262 판타지 Tu.티유님의 '프로용병' 비평 +6 Personacon 헤로도토스 12.12.20 3,098 15 / 0
1261 판타지 트랩퍼 정말 어'의'없다... +28 Lv.4 kaio 12.12.19 8,694 22 / 1
1260 판타지 제국의 군인 2부 [기사도]를 읽고. +5 Lv.16 무명의낭인 12.12.17 15,094 4 / 0
1259 판타지 악령자 - 영혼의 왕 +2 Lv.5 중고독자 12.12.16 3,210 3 / 4
1258 판타지 폭염의 용제 17권을 뒤늦게 읽고 +6 Lv.8 꿈꾸는수정 12.12.14 4,338 6 / 2
1257 판타지 싸이어 -네이버 평점은 믿을게 못된다- +41 Lv.1 [탈퇴계정] 12.11.29 16,790 6 / 9
1256 판타지 주인공 이외의 이야기를 굳이 넣어야 했나? 진화의 탑 +8 Lv.1 [탈퇴계정] 12.11.06 3,931 1 / 0
1255 판타지 폭염의 용제 17권. 미묘... +9 Lv.9 슈자 12.10.25 5,011 6 / 11
1254 판타지 데로드 앤 데블랑, 허점많지만 좋은 얘기 +23 Lv.2 사탕사리 12.10.19 9,990 5 / 2
1253 판타지 불사왕의 론도 그의 실망스러운 차기작 "로드 블라텐" +13 Lv.15 무판비 12.10.15 6,969 13 / 8
1252 판타지 세계의 왕 6권에 대하여 +50 Lv.43 幻龍 12.10.11 4,777 22 / 9
1251 판타지 세계의 왕 6권 사이비 과학 +95 Lv.52 FAD 12.10.10 5,969 30 / 50
1250 판타지 제왕록 그 편협함이란.... +17 Lv.4 살그머니 12.10.05 9,795 7 / 1
1249 판타지 시베리아의 마법사 +3 Lv.64 용사지망생 12.10.01 4,977 3 / 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