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리셋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출판사 : 뿔미디어
-------편의상 반말을 사용하겠습니다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디서 읽기로 한국 회귀물의 시초라 하던데.. 나로서는 회귀물로보다는 검왕과 리셀의 러브스토리가 좀더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한국 판타지소설에서 매우 흔치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전사+잉여 콘셉트는 일본 라노베 초반 설정으로 흔히 나오는데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등장하는구나-사실은 꽤나 늦게 읽었다. 최근에 읽었으니- 갠적으로는 무척이나 만족하면서도 실망한 작품이 이 리셋라이프이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라 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한국어의 한계로 스승과 제자의 사랑을 다루는 건 조금 어렵다고 본다. 스승이 자신의 마누라가 되면 반말을 할것인가? 존대말을 할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한수 위이고 천하에 이름을 떨친 그 위대한 검술의 대가가 자기 며느리가 되면 어찌 대해야 하는가? 굉장히 어색해진다. 유교문화권의 금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차라리 영어로 쓰여졌다면 반말 존대말 구분이 없으니 어색한 장면이 연출이 안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갈텐데... 그러다보니 한국장르소설에 이런 구도가 쓰여졌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작가는 그냥 이런 부분을 다루는 것을 생략함으로써 넘어갔다. 어설프게 건드렸다면 흠이 되었으리라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다- 어찌되었건 꽤 재밌었다.
검왕과 리셀의 사랑이야기는 좋았다. 중간에 조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검왕의 납치부분이다. 검왕이 그렇게 쉽게 납치될수 있는 존재인가? 자는 동안에 납치했다고 하는데 공작가 자체가 그렇게 만만한 동네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단체는 이미 전세계를 사실상 정복했거나 정복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안하는 것이다. 전세계 유력자들을 침대 위에서 죽이는게 가능하다는 소리니까. 만약에 서로 이 짓이 가능하다면 공식적인 국가가 성립자체가 불가능해져버리고 서로 지하조직을 만들어 암살하기에 바쁠 것이다. 일종의 하수구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또한 검왕이 적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재밌었지만, 그 문제가 굉장히 어렵게 꼬였다고 느꼈음에도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은 좀.. 이런 전개는 좀 허탈하다. 이 부분은 소설 전개에서 좀 분량 조절을 잘못한 느낌이다. 차라리 아예 검왕 납치 에피소드를 없앴으면 더 나았고, 아니면 좀 변형시켜서 전투중에 검왕이 포로로 잡혀 문신개조(?)당해서 적의 말을 들을수 밖에 없었는데.. 그 문신은 어떤 아이템(해리포터처럼)이 깨지면 무효화되는 식으로 전개하면 좀더 설득력이 있었을 듯..
또한 남녀 간에 동침이 무척이나 늦다고 본다. 이는 누구는 전혀 안어색하다고 느낄지도 모르는데 글쎄다.. 남녀 사이에 거리낄 것 없는 사이에 서로 좋아하는 사이면 당장 오늘밤.. 침대 공유가 정상이 아닐까.. 이는 일본 애니, 라노베의 영향이 젤 크다. 가벼운 터치로 독자들을 애타게 만들며 엔딩에 가까울때쯤 키스나 허락하고 뭐 그런 클리셰인데 이것을 너무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 한국판무 전체에 걸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독자들 애간장 녹일 것도 아니면서 이유없이 뒤로 미룬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데 뭐 이렇게 거리끼는게 많은지.. 혹자는 그렇다고 19금 찍으리?하는 분들도 있는데 서양 고전소설은 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전혀 야한 장면 안나오지만 할건 다 한다. 그냥 둘이 잤다고만 하면 된다. 굳이 주저리주저리 묘사할 필요 없는 것이다. 다행히 둘이 나중에 완전히 연인이 되기는 하는데.. 나로선 좀 어색했다.. 왜 서로 이토록 좋아하고 이미 결혼 전 공인커플 인증 찍었는데 왜? 이렇게 기다려야 했는지.. 혹시 전쟁터라 애생기면 검을 휘두를 수 없어서 그런가?-근데 결국 전쟁중에 둘이 맺어진다..-
하긴.. 양판소 중에는 아예 안하는 경우도 많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소중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동네 서점의 흔한 양판소들에 비한다면 리셋라이프는 정말 괜찮은 작품이다.
위에 말했던 점들은 정말 사소한 점이며, 별로 문제 삼을만한 것은 아니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다른 대부분의 작품보다는 오히려 더 낫다. 지적한 것들은 실질적으로 한국 판무 수준에서 너무 지나치게 가혹하게마저 느껴지는 기준이며, 대다수의 한국 판무들도 이런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더 나쁘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정말로 크게 눈쌀이 찌푸려지는 게 있다. 내가 일본 서브컬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점이기도 한데..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것이 있다. 게임으로도 있고 애니로도 있으며 책도 있는데.. 나는 사실 문제편을 보고 대충 스토리를 예상했고 결말이 맞았던 적이 있다. 내가 결코 머리가 좋아서 맞춘 것은 아니다. 재밌게 보다가 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대로 적중해버렸다. 일본의 문제점은 서브 컬처가 너무 발달하다보니까 매니아들이 군림하는 세계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의 편식적인 입맛을 맞추려다 보니 이미 성공한 재료들로 비스무리한 설정이 양산된다. 어디서 한번 본듯한 캐릭터들.. 마치 수학공식 같은 구조적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일본 애니, 라노베 게임 캐릭터들.. 정말 싫다.
리셋라이프는 전형적이다. 루시라는 캐릭터.. 너무나 진부하다. 평소에는 농담따먹기-문제는 이런 농담마저도 공식을 따른다는 점이다-하다가 전투때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캐릭터... 그리고 루시뿐만 아니라 일본식 우스꽝스러울정도로 특유의 오버하는 캐릭터 행동들은.. 딱 만화, 애니화하면 좋을 수준이다 즉 너무 지나치다.-리셋라이프를 애니화하면 꽤 명작이 되겠지만 이건 소설이란 말이다.- 마치 기욤 뮈소의 영화같은 전개처럼 이런 면은 소설을 싸 보이게 만들며 독자로서는 쉽게 질려버리게 된다.
거기에 아르츠헤버라는 커다란 중2병맛 캐릭터 설정은... 정말 최악이다. 온갖 봐주기에.. 가장 큰 문제는 이 친구 또한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독자라면 설마 이럴려나? 생각이 들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점이다. 아르츠헤버는 ~~~의 XX같다. 너무나 예상가능한 반전이었다. 왜 달같은 회사의 버섯같은 중2병처럼 가야 했는지.. 일본 서브컬처에 질린 분이나, 혹은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엄청난 단점일 것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처럼 좀 더 현실적인 적.. 인간미가 있는 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온갖 허세만 다 부리다가 죽는 캐릭터들은 일본 애니,소설 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충분하다.
좀더 평범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그냥 주인공이 아국이 불리한 상황을 주인공의 기지로 멋지게 헤쳐나가고 예쁜 검왕 아가씨랑 사랑놀음하며 모험을 헤쳐나가며 구국의 영웅이 되는 전개였으면 더 맘에 들었을 것 같다.
위에 단점을 줄줄이 나열해 놓았는데......
그치만 히로인과 주인공이 함께 호흡하여 살아있는 장르 소설이 찾기가 쉽나? 필력도 상급이다. 단점을 위주로 썼기에 비록 비평란에 올리지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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